시각장애인 김원숙씨가 볼라드에 걸려 다친 경위를 설명하고 있다. ⓒ박종태

시각장애인 잡는 지뢰로 불리는 ‘볼라드(차량 진입용 억제 말뚝)’가 결국 사람을 잡았다.

김원숙(여, 59세, 시각장애1급, 인천 부평구)씨는 지난달 30일 오후 5시 경 볼라드에 걸려 넘어져 오른쪽 팔목이 골절되는 전치 5주의 중상과 함께 무릎에도 타박상을 입은 상태다.

사고는 김 씨가 직장 인근인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고잔1동의 J마트로 물건을 구입하러 가던 중 발생했다. 우체국 및 J마트 부근 횡단보도에 설치된 볼라드에 걸려 앞으로 넘어지며 손을 짚은 것.

이 같은 상황은 볼라드가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 시행규칙에 어긋나는 제품으로 설치됐기 때문에 일어났다.

시행규칙에 따르면 자동차 진입 억제용 볼라드는 보행자의 안전하고 편리한 통행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설치해야 한다. 설치 시에는 보행자의 안전을 고려해 높이 80∼100㎝ 내외, 지름은 10∼20㎝ 내외, 간격1.5m 내외로 하고 재질도 보행자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재료를 사용해야 한다.

이는 시각장애인들이 볼라드와 충돌하는 것을 방지하고, 만약 부딪쳤을 때 충격으로 상처를 입거나 앞으로 넘어져 큰 사고로 이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사고의 볼라드는 높이가 50cm가량 되는 등 규격 외 제품이며, 재질도 단단한 화강암이다. 때문에 김 씨가 부딪쳐 앞으로 넘어지며 팔을 짚어 손목이 골절되고, 무릎에 타박상을 입었다.

김 씨는 “사고 후 단원구청 도로관리팀에 사고 신고를 했지만 담당자가 사고 난 지역은 보험 가입이 돼 있지 않아 민사소송을 하라고 했다”면서 “무책임한 처사”라고 불만을 나타냈다.

현재 팔에 부분 기브스를 한 김 씨는 일을 할 수 없어 직장을 나가지 못하고 있다.

단원구청 담당자는 보상 문제와 관련 “용적물배상보험으로 처리하려고 했지만 다친 장소가 모험 가입에 빠져 있어 보상을 해 줄 수 없다”면서 “민사소송 통해 치료 및 보상을 해 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담당자는 또한 “사고 난 곳의 볼라드를 규격 제품으로 다시 설치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실로암장애인자립생활센터는 시각장애인 법률지원서비스 업무협약을 체결한 삼성법률봉사단과 함께 김씨 사고와 관련된 소송을 준비 중이다.

김원숙 씨가 타박상을 입은 무릎을 보여주고 있다. ⓒ박종태

김원숙 씨의 전치 5주 진단서. ⓒ박종태

김원숙 씨가 다친 횡단보도에 설치된 볼라드는 인근 횡단보도에도 설치돼 있다. ⓒ박종태

*박종태 기자는 에이블뉴스 객원기자로 일명 '장애인권익지킴이'로 알려져 있으며, 장애인 편의시설과 관련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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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태(45)씨는 일명 '장애인 권익 지킴이'로 알려져 있다. 박씨는 고아로 열네살 때까지 서울시립아동보호소에서 자랐다. 그 이후 천주교직업훈련소에서 생활하던 중 뺑소니 교통사고를 당하고, 92년 프레스 기계에 손가락이 눌려 지체2급의 장애인이 됐다. 천주교 직업훈련소의 도움을 받아 직업훈련을 받고 15년정도 직장을 다니다 자신이 받은 도움을 세상에 되돌려줄 수 있는 일을 고민하다가 92년부터 '장애인 문제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97년 경남 함안군의 복지시설 '로사의 집' 건립에서 부터 불합리하게 운영되는 각종 장애인 편의시설 및 법령 등을 개선하는데 앞장서왔다.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0년 6월 한국일보 이달의 시민기자상, 2001년 장애인의날 안산시장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해결사'라는 별명이 결코 무색치 않을 정도로 그는 한가지 문제를 잡으면 해결이 될때까지 놓치 않는 장애인문제 해결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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