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열린 '제 24회 RI KOREA 재활대회' 분과별 쟁점토론 토론자로 나선 성신여자대학교 이승기 교수. ⓒ에이블뉴스

“장애등급제는 소득보장과 서비스보장 차원에 긴밀하게 연관돼 있다. 만약 장애등급제가 빠져나가게 되면 소득보장과 서비스보장을 어떻게 할 것인가의 기준이 나와야하는데 미진한 상황이다.”

장애종합판정체계개편추진단 위원인 성신여자대학교 이승기 교수는 지난 26일 '제24회 RI KOREA 재활대회'에서 열린 분과별 쟁점토론에서 장애등급제 폐지 추진 관련 상황을 전했다.

이 교수는 “장애등급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정부와 장애계의 입장은 동일하고 분명하다”면서도 “새로운 기준을 만드는 게 단 기간 내 쉽지 않고, 이해관계도 첨예하게 대립되기 때문에 정부에서 손을 잘 대지 않으려는 입장이다 보니까 단순화 얘기로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장애등급제 폐지를 위한 대안 논의는 크게 두 가지 부분으로 나뉜다. 첫 번째는 소득보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두 번째는 서비스 보장을 어떻게 할 것 인지다.

먼저 소득보장은 현금을 차등해 일률적으로 지급해야 하기 때문에 의학적 기준과 추가로 근로능력평가가 반드시 들어가게 된다.

이 교수는 "기존의 의학적 기준과 차별화하기 위해 근로능력평가가 새 기준에 들어가야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근로능력평가 연구가 굉장히 미비해 소득보장 차원으로 적용시키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근로능력평가 없이는 장애등급제를 폐지한다 해도 소득보장은 의학적 기준이라는 다른 용어로 대체돼서 갈 수 밖에 없는 현실"이라면서 "이런 부분들이 보완되기 위해서는 근로능력평가나 소득기준에 대한 내용이 보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서비스 보장문제다. 현금보장으로 진행될 수 없는 문제는 서비스보장을 해야 하는데 현금보장과 본질적으로 다른 점은 개별적 기준이 가능하다는 것이 이유.

이 교수는 "현금보장은 개별적 보장이 거의 이뤄질 수 없기 때문에 일률적 기준으로 정리할 수밖에 없다"면서 "하지만 서비스 보장은 개인의 처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개별적 대응을 하는 게 보편적인 흐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 걸 마련하려면 활동보조서비스의 인정조사표 같이 개별적 조사를 해서 점수화시키는 작업이 필요한데 여러 영역들에 대한 서비스 기준을 어떻게 마련해 정리할 것인가가 앞으로 남아있는 쟁점"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개별적 대응을 하기 위한 절차나 도구가 현재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주로 장애인복지관이라던가 직접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관에서 사용하는 기준 이외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가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에 장애등급제가 폐지된 이후 서비스를 보장하려면 개별적 기준을 어떻게 만들어 낼 지가 굉장히 중요하다.

이 교수는 "현재 있는 우리나라 체계로는 감당할 수 없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각각의 서비스 보장 내용들이 정리가 안 되고 인정조사표에다 몇 가지 내용을 추가해서 마무리하는 걸로 얘기가 진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애등급제가 폐지된다고 함은 이런 기준들이 적절히 연구되고 적용되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면서 "결국 이것을 하겠다는 정부의 의지와 노력, 협력 관계가 필요한데 공약만하고 추진의지가 거의 보이지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교수는 "장애인계에서는 여러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다르다보니까 각각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형편이고, 현재 크게 문제되지 않는 부분에 대해서는 건드리지 말자 이런 얘기가 나오고 있다 보니 앞으로는 진전이 안 되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 교수는 "그러다보면 앞으로는 인정조사표를 조금 더 개선하는 수준에서 서비스 보장은 끝나고 현금보장은 다른 의학적인 기준을 대체하는 정도에서 마무리될 가능성이 많다"면서 “감면할인제도 같은 경우도 정리가 필요한데 현금보장으로 일률적 적용을 해야 하는 것은 소득보장으로 넘기면 되는 것이고, 서비스적 성격을 가지고 있는 것들은 서비스보장으로 정리하면 되는데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미 감면할인을 받고 있는 사람들의 이해관계도 있고, 감면할인제도의 주체가 너무 다양하다보니 감면할인제도를 손대겠다하면 아예 없애겠다하는 방향으로 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감면할인제도도 굉장히 어려운 구조로 돼 있어서 등급제 폐지의 이후의 새로운 기준설정이 논의가 돼야 하는데 그 부분이 미진한 상태에서 앞으로의 추진 방향이 쉽지 않다"고 전했다.

끝으로 이 교수는 “의학적 기준을 대체하는 현금보장 방식에 의한 근로활동능력, 서비스보장에 대한 기준선 설정이 정리되고 감면할인제도가 녹아들면 장애등급제가 폐지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지난 26일 한국장애인재활협회 주관으로 열린 '제 24회 RI KOREA 재활대회' 분과별 쟁점토론 전경.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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