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환자가 아닙니다. 근육병으로 손가락을 겨우 움직이는 상태지만 일을 하고 사회활동을 합니다. 호흡기를 착용한 중증장애인을 환자가 아닌 고객으로 대해주세요.”

호흡기를 착용해야 하기 때문에 와상용 수동휠체어를 사용, 누워서 이동해야 하는 광주광역시 근육장애인협회 장익선(남, 27세, 지체1급) 부회장은 최근 자신을 고객으로 대하지 않고, 환자로 생각하는 코레일 직원의 인식과 행태에 분통이 터졌다.

장 부회장은 활동보조인과 함께 협회가 주관하는 워크숍에 참석하기 위해 지난 13일 오전 광주역을 출발, 서대전역에 도착하는 KTX를 이용했다. 와상용 수동휠체어는 일반 전동휠체어에 비해 한 뼘 정도 길이가 길어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은 휠체어리프트를 이용하는데 약간의 어려움이 따랐지만, 역무원들의 도움을 받아 탑승했다.

문제는 다음날 워크숍을 마친 뒤 서대전역에서 광주역으로 출발하는 KTX에 탑승하려 할 때 발생했다. 역무원이 못마땅한 투로 사고 운운하며, 향후 구급차를 이용하라고 말했다는 것.

장 부회장은 “역무원이 여기까지 올라오셨으니 태워드리겠지만 (와상용)수동휠체어 사이즈가 너무 길어서 (리프트 탑승이) 안 되겠다”면서 “가다가 무슨 사고가 나면 어쩌냐? 구급차를 타고 다니셔야 하는 게 아니냐고 말했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어 “평소 KTX를 이용하며 이용이 어려울 수 있겠다는 소리를 몇 차례 듣기도 했지만 그 때마다 탑승해 와 아무 일 없을 것이라고 어렵게 역무원을 설득시켜 탑승할 수 있었다”면서 “도착한 광주역에서도 관계자가 나와 (13일) 태워드리긴 했는데 본사에서 무슨 근거로 태웠냐며 항의가 들어왔다. 본사에서 태우지 말라고 했기 때문에 민원을 넣어보라는 말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서대전역 앞 장익선 씨 모습. ⓒ장익선

호흡이 약해서 인공호흡기를 착용하고 있지만 환자가 아니고, 사회활동도 하고 있는데 유일하게 시외로 외출할 수 있는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 없을 것이라는 불안과 고객으로 대우 받지 못하는 현실이 답답했다.

이에 장 부회장은 곧바로 코레일에 민원을 넣었고, 몇 일 뒤인 지난 18일 전화로 답변을 받았다.

코레일 측은 “탑승 관련해서 불편을 겪으신 점에 대해 사과드린다. 단순한 리프트 사이즈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공호흡기를 착용하고 계시다보니 혹시라도 이동하시는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열차의 경우 정차가 어렵기 때문에 고객님 안전상의 문제와 다른 승객들의 이동에 관한 문제 때문에 그런 것 같다”면서 “약관에 따르면 운송 거절 등 하차 시킬 수 있는 요건들이 있고 판단은 해당 역(장)이나 승무원들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광역철도 여객운송 약관 제7조에 따라 질병 등으로 혼자 여행하기 어려운 여객이 보호자 또는 의료진과 함께 여행하지 않는 경우 운송을 거절하거나 다음 정차 역에 하차시킬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장 부회장의 경우 KTX 이용 당일 활동보조인과 동행했고, 퇴원을 하면 일상으로 돌아가 환자들과 달리 평생 호흡기를 착용해야하기 때문에 이 같은 논리로 앞으로도 탑승이 거부된다면 영영 발이 묶여버리게 된다.

장 부회장은 “마음이 안 좋다. 호흡기를 착용한 장애인은 무조건 병원에 있어야 하고, 사회구성원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 같다”면서 “당당하게 사회생활을 하는 분들도 많은데 환자로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3년 전에도 똑같은 일이 있었다. 한 호흡기 착용 장애인이 KTX를 탑승하려고 했는데 안 된다고 했다”면서 “그 때 코레일로부터 사과도 받았는데 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에 따라 장 부회장은 지난 23일 코레일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장애차별’로 진정했다. 코레일의 사과와 답변만으로는 향후 KTX를 타고 이동할 권리를 보장받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제출한 진정서에는 코레일이 향후 이러한 일이 재발 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하고, 장애인 인권교육 실시할 것 등의 요구가 담겨 있다.

장 부회장은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따르면 장애인을 이유 없이 차별해서는 안 된다”면서 “코레일이 호흡기를 착용한 장애인을 환자가 아니고, 고객으로 대해할 수 있도록 인권위가 장애인 인권에 기반 한 올바른 판단을 내려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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