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 김여수씨가 통신사 콜센터에서 수어상담을 제공하지 않아 차별을 당했다는 발언을 하고 있다.ⓒ에이블뉴스

“콜센터 직원에게 농인이라 음성통화가 어렵다고 했습니다. 그런데도 콜센터 직원은 통화가 안 되면 처리가 불가하다고 했습니다.”

인천에 거주하는 청각장애인 김여수 씨(남, 29세)는 지난 1월 말 한 통신사에 가입하고 단말기를 사기 위해 통신사 콜센터와 문자 채팅으로 상담하다, 자존심만 구겼다.

기기값을 카드로 내려 했더니, 신용카드 소유자와 직접 음성통화를 해야 한다는 것. 농인이라 음성통화가 어렵다고 했지만, 콜센터 직원은 ‘통화가 안 되면 처리가 불가’하다면서 ‘대리점에 가서 납부하라’고 전했다. 결국 김 씨는 어쩔 수 없이 근처 대리점으로 가서 내야 했다.

김 씨는 코로나19에 따라 비장애인의 경우 비대면으로 단말기 구매부터 결제까지 해결하고 있지만, 청각장애인라는 이유로 처리하지 못한다면서 “나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하소연했다. 콜센터에서 수어상담을 진행했다면 문제가 없었을 것.

‘농인의 소통 수어상담사가 필요하다!!’, ‘농인의 의사소통을 지원하라!!’ 피켓을 든 청각장애인들.ⓒ에이블뉴스

또한 김 씨는 콜센터 직원과의 채팅 과정에서 일부 문장을 이해하기 어려워 자괴감까지 느꼈다고 했다. 문자를 통해 어느 정도 문장이 길어지거나 새로운 용어가 나오면 문장 전체를 이해하기 어려워, 수어상담이 꼭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제가 상담을 하며 겪었던 일은 저 혼자만의 일이 아닐 것입니다. 많은 농인이 비슷한 일을 겪었겠지만 다른 사람에게 부탁하여 해결하거나 소통하다 포기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일은 저와 같은 농인들이 사회생활을 하는데 어려움으로 남습니다.”

김여수 씨는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장애벽허물기) 등 장애인단체와 11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해당 통신사를 상대로 수어상담사 배치 구축 등을 요구하며 차별진정을 제기했다.ⓒ에이블뉴스

김 씨는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등 장애인단체와 11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해당 통신사를 상대로 수어상담사 배치 구축 등을 요구하며 차별진정을 제기했다.

장애벽허물기는 해당 통신사는 채팅을 통해 소통했고, 개인정보보호 문제로 대리점으로 안내했다고 할 수 있지만, 농인의 경우 ‘한국수화언어법’ 제2조 등에 따라 수어를 통해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1조에도 정보를 제공하는 제공자는 비장애인과 동등한 접근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이러한 근거법령에 따라 타 통신사의 경우 수어상담을 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청각장애인 권홍수씨가 수어로 발언하고 있다.ⓒ에이블뉴스

청각장애인 권홍수 씨 또한 ‘한두 번 겪은 일이 아니다’라면서 김 씨의 사정에 공감했다.

물론 과거보다 수어 지원이 많이 나아졌지만, 보건소는 물론 전기나 가스 문의 등을 할 때 음성 ARS 중심으로 소통 자체를 막아버려 답답했다고.

권 씨는 “비장애인에게는 아주 사소한 문제일 수 있지만, 쌓이고 쌓여 차별이 생기고 농인들이 원활하게 사회생활을 하지 못하도록 가로막는 요인들이 되고 있다”면서 “고객센터에서 수어로 상담받을 권리는 당연하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해당 통신사는 수어상담사를 배치해야 할 것”이라고 피력했다.

동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 오병철 소장은 "아직도 장애인에 대한 편의제공이나 이해가 너무 부족한 모습이다. 청각장애인 분들은 수어로 소통해야 하는데, 콜센터 등에서 반영되지 않아 제대로 서비스 받지 못하는 현실"이라면서 "통신사업자들은 사적기업이 아닌 공적 의무가 중요한 기업이다. 기본적인 콜센터나 AS센터에 상담조차 제대로 제공하지 않는다면 장애인들이 어떻게 통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까 의문이다. 통신사업자들의 분명한 대답, 의사표현이 있길 바란다"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김여수 씨는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등 장애인단체와 11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해당 통신사를 상대로 수어상담사 배치 구축 등을 요구하며 차별진정을 제기했다.ⓒ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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