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서울 혜화역 4번 출구 앞에서 피플퍼스트서울센터 활동가들이 '모두를 위한 그림투표용지 만들기 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우리에게는 문자로만 되어 있는 투표용지가 너무 어렵습니다. 서명 좀 해주세요!”

25일 오후 4시 30분, 피플퍼스트서울센터 당사자들이 서울 혜화역 4번 출구 앞에서 개최한 ‘모두를 위한 그림투표용지 만들기’ 서명운동 현장을 찾았다.

장애인권활동가들은 마이크를 잡고 “발달장애인도 대한민국의 유권자다”, “후보자 사진·정당로고가 들어간 그림투표용지를 제공해 달라”고 외치며 바삐 걷는 시민들에게 서명을 촉구했다.

“이미 세계 30여개 나라에서 그림투표용지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발달장애인들과 함께 그림투표용지 서명에 함께 해주세요!”

지난 1일 이들은 서울 어린이과학관 앞에서 서명운동을 추진할 것을 선포하고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에 요구안을 전달한 바 있다. 이번 서명운동은 그 시작이다.

25일 서울 혜화역 4번 출구 앞에서 열린 '모두를 위한 그림투표용지 만들기 서명운동' 중 피플퍼스트서울센터 김대범 소장이 시민들에게 서명운동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투표는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장애인도 투표할 수 있는 권리가 있습니다. 저희는 사진이 들어간 투표용지가 정말 필요합니다. 사진이 없는 지금의 투표용지로는 누군지 몰라 번호만 찍고 오게 됩니다. 사진이 있다면 우리가 조금 더 생각해서 더 좋은 투표를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 투표용지가 있다면 우리 장애인들뿐만 아니라 글을 모르는 비장애인 어르신들도 좋은 투표를 할 수 있을 겁니다.”

현장을 지나는 시민들의 연령대는 대부분 젊은 층이었다. 인근에는 대학가와 극장가가 위치해 주말을 앞둔 학생들이 거리를 메우며 들뜬 마음으로 바삐 걷고 있었다. 누구든 이들의 고개를 돌리기란 쉽지 않은 일이겠지만, 장애인들의 절절한 외침에 많은 이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귀를 기울였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이승헌 활동가는 “예상보다 반응이 좋아 기쁘다”며 웃었다.

이 활동가는 “오후 5시 20분 현재 100건 이상의 서명을 받았다. 피플퍼스트서울센터 당사자들의 의견으로 ‘젊음의 거리’인 대학로를 서명운동 장소로 선택했는데, 이 정도로 반응이 좋을 줄 몰랐다”며 “피플퍼스트의 장애인 당사자들이 뭉쳐 이번 운동을 준비하고, 단체들은 지원만 했다. 당사자들의 힘으로 좋은 결과를 얻게 되어 기분이 좋다”고 밝혔다.

25일 서울 혜화역 4번 출구 앞에서 열린 '모두를 위한 그림투표용지 만들기 서명운동'에 시민들이 서명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실제로 젊은 층의 참여도가 높았다. 단순히 형식적인 서명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닌, ‘이유’를 묻는 모습을 보였다. “그림투표용지가 무엇인가요?”, “왜 이것이 중요한가요?” 적극적인 반응에 활동가들도 신이 나서 설명했다.

“문자만으로 이루어져 있는 현재의 투표용지로는 문자를 인식할 수 없는 사람들이 제대로 투표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림투표용지가 꼭 필요한 것입니다.”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진지한 얼굴로 다가와 활동가들에게 ‘그림투표용지의 사진을 찍어 가도 되느냐’고 정중하게 부탁했다. 힘든 아르바이트를 하다 잠시 짬을 냈는지, 유니폼을 입고 앞치마를 착용한 채 서명에 동참하는 시민도 있었다. 많은 호응에 신이 난 활동가들의 목소리가 높아지며, 노래가 나오기 시작했다.

오후 6시, 이들은 여전히 마이크를 놓지 않았다. 피플퍼스트 활동가들의 노랫소리가 ‘젊음의 거리’ 대학로에 울려 퍼지고 있었다. 문자를 읽을 수 없는 이들이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며 슬퍼하지 않을 때까지, 나아가 장애인 들이 차별을 당하지 않을 때까지, 이들의 노래는 계속될 것이다.

25일 서울 혜화역 4번 출구 앞에서 열린 '모두를 위한 그림투표용지 만들기 서명운동'에서 활동가들이 그림투표용지 요구가 담긴 피켓을 들고 있다.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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