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 장애계 단체 등으로 구성된 염전 노예 장애인 사건 재발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가 지난 2014년 2월 25일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염전 노예 사건 가해자 엄중처벌 촉구 및 법적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에이블뉴스DB

서울지방변호사회 프로보노지원센터가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과 함께 개발한 '장애인학대사건 법률지원 매뉴얼'을 지난 7월 21일부터 배포하고 있다.

이 매뉴얼은 장애인학대와 장애인 관련 법령의 이해 등 법률지원의 기초가 되는 배경지식에서부터 형사, 민사, 기타 사법 지원 등 단계별로 상세한 법률지원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장애인성폭력사건, 장애인시설학대사건, 장애인 경제적 착취 사건 등 유형별 지원 방안을 다루고 있어 피해 장애인을 지원하는 변호사들은 물론,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종사자 및 유관기관의 실무자와 활동가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에이블뉴스는 장애인학대사건 법률지원 매뉴얼 제6장 '유형별 지원 방안'의 내용을 세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두 번째는 '장애인 경제적 착취사건 지원'이다.

장애인에 대한 경제적 착취에는 ▲장애인을 폭행, 협박, 감금, 그 밖에 정신상 또는 신체상의 자유를 부당하게 구속하는 수단으로써 장애인의 자유의사에 어긋나는 노동을 강요하는 행위 ▲사람의 심신장애를 이용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는 행위(준사기) ▲장애인을 위하여 증여 또는 급여된 금품을 그 목적 외의 용 도에 사용하는 행위(횡령·배임) ▲장애인의 명의를 도용하여 이득을 취하는 행위(명의 도용) 등이 있다.

■노동력 착취=노동력 착취 피해자들이 가장 많이 종사한 업종은 농사, 염전, 식당, 공사현장, 재활용처리장 등이다.

노동력 착취사례를 살펴보면 근로관계의 형성에서 피해자의 의사가 아니라 제3자의 의사에 따라 근로제공이 시작됐거나,근로의 제공 여부에 대해 동의하지 않았거나,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 기회 자체가 제공되지 않았거나, 현저히 부당한 내용으로 근로조건이 형성되고 근로기준법에 따른 근로계약서 등이 교부된 바 없는 사실 등이 확인된다.

근로과정에 있어서는 대체로 근로에 대한 정당한 대가가 지급되지 않았거나, 근로시간이 정해져 있지 않고 휴게시간이나 휴일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았거나, 정해진 일을 한다기보다 학대 행위자의 지시에 따라 시키는 모든 일을 했거나, 학대 행위자와 동거하거나 학대 행위자의 주변 내지 학대 행위자가 지배하는 장소에서 생활했거나, 학대 행위자의 폭행, 협박, 회유 혹은 의식주 등 생활 전반에 걸친 의존관계, 피해 인식 부족 등으로 인하여 근로조건이나 내용, 근로관계 해소에 관한 주장이 사실상 불가능했던 상황이 확인된다.

■노동력 착취사건에 대한 처벌=노동력 착취사건에 근로기준법 등 근로관계 법령이 적용될 때 가장 큰 문제는 노동력착취 문제가 통상적인 임금미지급 사건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이와 동일하게 인식되고 처리된다는 점이다.

노동사건은 우선적으로 특별사법경찰인 근로감독관이 담당하게 되며, 근로감독관은 이를 단순한 노동 관련 법령 위반, 통상적인 임금미지급 사건으로 분류해 피해자가 30년을 일했건 10년을 일했건 일괄적으로 3년치의 최저임금을 계산하고 학대 행위자에게 이를 지급하도록 해 상호 합의로 사건을 정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근로감독관의 조사를 받을 때는 신뢰관계인의 동석 등 장애인에 대한 편의제공을 요구해야 한다. 또 노동사건 진행 중에 학대 행위자가 기존에 지급하지 않았던 임금을 분할하여 지급하겠다는 말을 믿고 덜컥 합의해서는 안된다.

피해자가 지적장애인인 경우에는 신뢰관계자가 동석하거나 변호사가 배석하지 않은 상태에서 학대 행위자와 대질조사를 받을 경우에 사건이 어그러질 수 있다.

장기간 노동착취를 당한 경우 학대 행위자와 피해자의 관계가 가까워져 학대 행위자가 부당한 조건으로 합의를 종용하거나 근로관계가 아닌 유사 가족 간의 호의관계로 조작하기 쉽기 때문이다.

경제적・신체적・정서적 학대 등이 복합된 학대사건에 관해 경찰서에 이러한 학대사실을 한 데 묶어서 고발장을 작성해서 제출하면 근로기준법 위반 사건은 별도로 지방 고용노동청에 고발하라고 종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러한 수사기관의 요구가 적절하지 않기는 하지만 실무에서 그렇게 처리하는 경우가 있어서 노동사건과 학대사건을 분리해 고발하는 것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노동력착취 피해자들은 대부분 지적장애인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할 의사능력이 부족해 업주와 피해자 상호간 유효한 근로계약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거나 체결한 근로계약도 무효로 해석된다.

이것을 단순 임금체불사건으로 해석하고 근로기준법 위반, 최저임금법 위반, 퇴직급여법 위반으로 처벌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학대 행위자와 피해자가 친족관계인 경우 근로기준법의 적용 자체가 문제되기도 한다. 근로기준법은 제11조 1항에 따라 동거하는 친족만을 사용하는 사업이나 사업장, 가사 사용인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않는다.

학대 행위자들은 대부분 피해자에게 자신을 '형님' 등 가족관계에서 사용하는 호칭으로 부르도록 해 노동력 착취 문제가 드러나면 피해자와 사실상의 가족이라는 주장을 펼친다.

이에 장애인복지법에서는 제59조의9 제2의2호에서 장애인의 자유의사에 어긋나는 노동을 강요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처벌하는 규정을 지난 2017년 신설했다.

명백한 폭행이나 협박, 감금을 당했다면 이 규정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지만 물리적으로 언제든 다른 곳으로 갈 수 있었다면 감금이 인정되기는 어렵다.

구체적인 행동의 자유를 구속하는 행위가 감시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에서 특정 구역을 벗어나는 것을 지원하지 않는 행위까지 처벌의 대상으로 보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경우 '그 밖에 정신상 또는 신체상의 자유를 부당하게 구속하는 수단'이 사용됐다는 것을 입증하고 이를 통해 자유의사에 어긋나는 노동이 강요됐다는 점까지 밝힌다면 폭행, 협박, 감금에 준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노동력 착취 피해자들은 다른 갈 곳이 없는 상황, 학대 행위자의 도움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생활구조, 장애로 인한 판단이나 의사결정의 어려움 등 피해자의 취약한 지위와 환경 자체에 기인한다.

때문에 피해자들이 '다른 곳에 가고 싶지 않다', '주인이 잘 해 줬다'와 같은 진술을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런 점들이 명확한 폭행이나 협박, 감금이 없는 이상 장애인복지법상의 강제근로금지 규정이 적용될 수 없게 하는 원인이 된다.

장애인을 이용해 부당하게 영리행위를 하는 경우, 장애인을 폭행, 협박, 감금, 그 밖에 정신상 또는 신체상의 자유를 부당하게 구속하는 수단으로써 장애인의 자유의사에 어긋나는 노동을 강요하는 행위를 하는 경우 장애인복지법위반죄에 해당한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32조에서는 ‘누구든지 장애를 이유로 학교, 시설, 직장, 지역 사회 등에서 장애인 또는 장애인 관련자에게 집단따돌림을 가하거나 모욕감을 주거나 비하를 유발하는 언어적 표현이나 행동을 하여서는 아니 된다(제3항)’, ‘누구든지 장애를 이유로 사적인 공간, 가정, 시설, 직장, 지역사회 등에서 장애인 또는 장애인 관련자에게 유기, 학대, 금전적 착취를 하여서는 아니 된다(제4항)’고 규정하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금지한 차별행위를 행하고 그 행위가 악의적인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법원은 차별을 한 자에 대하여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노동력착취 유입 관련 형벌 규정=우리나라는 지난 2015년 12월 '국제연합 초국가적 조직범죄 방지협약을 보충하는 인신매매, 특히 여성과 아동의 인신매매 방지, 억제 및 처벌을 위한 의정서(인신매매방지 의정서)'를 비준했으며 이 의정서는 2015년 12월 5일 발효됐다.

인신매매방지 의정서에 따르면 인신매매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① 강제노동 등 착취의 목적, ② 취약한 지 위의 남용 등 수단 ③ 이동 등의 행위가 필요하다. 또한 설사 피해자가 형식적으로 동의했다고 하더라도, 위법한 수단을 사용하여 얻은 동의는 자발적인 동의로 보지 않는다.

결국 장애로 인한 피해자의 취약한 지위를 악용하거나 피해자를 돌보는 위치라는 권력을 남용해 피해자를 본인의 의사와 무관하게 원래 생활하던 곳에서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고, 이 피해자를 인수해 노동력을 착취하는 일련의 행위는 인신매매에 해당한다. 이 과정에서 반드시 금전적 대가가 오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노동력 착취사건에 대한 손해배상=가해자 등에 대한 처벌과는 별도로 피해자는 노동력착취에 대한 피해에 관해 민사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때 소멸시효의 문제에 부딪치게 된다.

피해자가 그동안 받지 못한 근로의 대가를 임금으로 청구하려면 근로기준법 제49조에 의해 청구 시점으로부터 3년 전가지 발생한 임금밖에 청구할 수 없다. 임금채권의 소멸시효가 3년이기 때문이다.

민법에 따라 부당이득반환청구를 할 경우에도 민사채권의 소멸시효가 10년으로 정해져 있고,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 역시 손해 및 가해자를 안 날로부터 3년, 불법행위를 한 날로부터 10년의 소멸시효에 걸린다.

즉, 착취를 당한 기간이 20년이든 30년이든 청구 시점으로부터 10년 치 정도의 손해 이상은 보전받기 어렵다.

■준사기=피해자에 대한 학대 행위자의 기만행위가 없었던 경우 형법상의 준사기죄 성립을 기대할 수 있다. 준사기는 사람의 심신 장애를 이용해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하는 행위를 말하는 것으로, 피해자의 장애를 이용해 임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노동력을 착취한 행위는 이에 해당할 수 있다.

그러나 준사기죄 역시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불기소처분이 내려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경우에도 어떤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것인지 그 이유를 제대로 확인하기가 쉽지는 않다.

무혐의 결정이 내려지는 많은 경우 피해 장애인이 자신의 근로제공을 형식적으로 동의했고, 자의로 근로계약서를 작성했으며, 근로계약을 체결하면서 가해자가 피해 장애인의 심신미약을 이용했다는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판단능력이 부족한 발달장애인·정신장애인은 자신의 근로제공에 대한 정당한 노임지급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고, 가족들도 버린 자신을 거두어 준 가해자에게 고마운 마음을 느끼며 시키는 대로 서명을 하거나 대가 없이 노동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에도 장애인에 대한 노동력 착취를 막기 위해서는 근로기준법에 부합하는 근로조건이 아니라면 명확하게 근로기준법 위반이나 준사기로 의율을 해야 한다.

■횡령·배임=장애인에게 지급돼야 할 국민기초생활수급비나 장애인연금 혹은 장애수당을 가로채는 경우, 장애인이 다른 곳에서 일한 대가로 받은 돈을 보관해주겠다는 명목으로 받아서 쓰는 경우 횡령죄가 성립했다.

장애인의 재산을 관리하는 사실상의 관리인이나 후견인이 그 임무에 위배해 재산상의 이익을 취하는 경우 배임죄가 성립된다.

■명의도용=학대 가해자가 장애인 피해자의 명의를 도용해 휴대전화를 개통하거나 자동차를 구입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이런 경우 횡령 이외에 사문서위조 및 위조사문서행사죄가 성립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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