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식 경사로. ⓒ서울교통공사 홈페이지 캡처

장애인의 이동권은 10년 전, 5년 전에 비하면 많이 나아진 것이 사실이다. 국토교통부가 2018년에 발표한 저상버스 도입율은 전국 22.8%, 서울시의 경우 43.6%이며, 특별교통수단(장애인콜택시)의 도입율은 전국 126.0%, 서울시의 경우 439대로서 132.6%이다. 아직 엘리베이터가 없는 지하철역도 있지만 서울의 많은 지하철역에는 엘리베이터도 설치되어 있다. 그렇지만 여전히 나의 출근길은 험난하기만 하다.

내가 살고 있는 노원구에서 일터가 있는 송파구까지는 약 27km이다. 8시 30분까지 출근을 하기 위해 나는 5시에 일어나 6시30분에 집을 나선다. 우리집에서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A역)까지는 전동휠체어로 10~20분이 걸린다. 내 전동휠체어로 가장 빨리 달리고, 횡단보도 신호와 잘 맞으면 10분이 걸리고 속도를 좀 늦추거나 횡단보도 신호에 걸리면 15분~20분이 걸린다.

첫 번째 어려움은 보도이다. 우리집은 그나마 우리 동네에서 평지에 있어서 보도의 기울기가 심한 곳은 없다. 그러나 보도와 횡단보도의 울퉁불퉁한 노면 때문에 나는 전동휠체어의 안전봉을 꽉 잡고 길을 다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전동휠체어에서 몸이 점점 미끄러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비나 눈이 오는 날이다.

한 손에는 우산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 조이스틱을 조정한다. 울퉁불퉁한 길에서 덜컹거릴 때마다 몸이 점점 전동휠체어에서 미끄러진다. 우산 때문에 안전봉을 잡지 못하기에 비오는 날에는 할 수 없이 중간 중간 멈춰서 몸을 다시 바로 잡아야 한다. 당연히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이렇게 6시 40분에 A역에 도착을 하면 제일 먼저 안내센터의 역무원에게 인사를 하며 이동식 경사로를 부탁한다. 7호선 A역의 경우 승강장과 전동차 사이 간격이 넓고, 전동차가 승강장보다 5~10cm가 높아 이동식 경사로가 없으면 지하철 타는 것이 불가능하다. 다행히 A역의 경우 지상에서 대합실, 대합실에서 승강장까지 모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지만 문제는 전동차와 승강장 사이의 단차와 간격이다.

역무원의 도움을 받아 지하철에 오르면 내가 내릴 문쪽 방향의 오른쪽에 최대한 붙어서 자리를 잡아야 한다. 최대한 좌석 쪽에 붙어야 다른 승객들이 타고 내리는 데 지장을 덜 주게 된다.

일부 승객이지만 타고 내리면서 휠체어가 막고 있다고 나무라거나 짜증을 내는 승객들도 많기 때문이다. 물론 1-1, 4-1, 5-4, 7-1, 8-1 칸(전동차 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다)에 휠체어 사용자를 위해 비워둔 자리가 있지만 출근 시간에 그 자리에 들어가면 7호선은 사람이 많아 나중에 내릴 수가 없다.

그래서 나는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통해 적어도 6시 45분 열차를 타야 그나마 문 옆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고, A역의 경우 2-3번 칸이 승객이 비교적 적다는 것을 파악하여 늦어도 6시 45분에 2-3번 칸에 타기 위해 노력을 한다.

하지만 매번 운이 좋은 것은 아니다. 2-3번 칸의 오른쪽 방향의 문 양쪽 끝에 다른 승객이 타고 있을 때도 있고, 다른 좌석에 앉은 손님이 짐을 갖다 두는 경우도 있다. 물론 다른 승객이 타고 있을 경우 양해를 구해 자리를 양보해 달라고 하기도 하지만, 일부 승객의 경우 못 들은 척하거나 짜증을 내며 비켜주기 때문에 그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따라서 열차에 탔는데 문 옆에 다른 승객이 있을 경우 그 분이 다음 역(다음역이 환승역이어서 많은 사람이 내린다)에서 내릴 분인지 아닐지를 관찰한다. 다음 역에서 내릴 사람들은 대부분 문 가운데로 이동하거나 준비를 하기 때문이다.

다음 역에서 내릴 기미가 보이면 그 승객의 뒤에 바짝 다가가서 기다리다가 내리면 바로 문 옆의 공간에 자리를 잡는다. 비로소 안도의 한숨을 쉬게 되는 순간이다. 만약 자리를 못 잡으면 문 앞이나 통로에 자리를 잡아야 하고, 그럼 수많은 승객의 따가운 눈총과 문이 열릴 때마다 나를 피해 가는 승객들의 짜증을 들어야 해서 내릴 때까지 불안한 마음으로 초조한 시간을 보내야 한다.

이렇게 10분 쯤 지나 B역에 도착하면 내가 내릴 C역에 전화를 해서 현재 역의 위치와 2-3번 칸이라고 이야기한 후 이동식 경사로를 부탁한다. B역에서 전화해야 C역의 사회복무요원이 이동식 경사로를 준비해서 가져오는 시간을 맞출 수가 있다. B역을 지나쳐 버리면 이동식 경사로가 미처 준비되기 전에 C역에 도착하게 되므로 졸거나 다른 생각을 하면 안 된다.

그런데 최근 C역에 이동식 경사로를 부탁할 때마다 눈치를 보게 됐다. 내가 B역에서 전화하는 시간이 6시 50분인데, 그 때는 이동식 경사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회복무요원이 밤샘 근무를 하고 쉬는 시간이라며, C역의 역무원이 7시 이후에 전화를 해달라고 요청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7시 전후에 C역에 내려야 한다. 그래야 7시에 예약한 장애인콜택시에 탈 수가 있다. 7시에 전화를 하려면, 7시 10분이 넘어서 도착을 해야 하고, 그렇게 되면 장애인콜택시를 못 탈 수도 있다.

서울시의 장애인콜택시는 기다리는 시간이 10분으로 제한되어 있다. 보다 많은 이용자들에게 빨리 배차하기 위한 규칙인데, 10분 내에 탑승하기란 탑승 장소에서 미리 대기하지 않는 한 쉬운 일이 아니다. 10분이 지나면 배차는 취소되고, 장애인콜택시는 떠나버린다. C역에 도차하자마자, 나는 장애인콜택시 앱을 열어서 대기자가 몇 명인지 확인한다. 나는 매일 아침 출근을 위해 전달 아침 7시에 C역에서 직장까지 7시 첫차로 예약을 해 둔다.

집에서부터 콜택시를 타면 편하겠지만, 내가 사는 노원구는 이용자가 많아서 7시 첫차로 예약을 하더라도 배차가 될 때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 또, 배차가 된다고 하더라도 노원구에서 송파구까지 러시아워로 인한 교통 정체 때문에 8시 30분까지 출근이 불가능해진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C역까지 와서 콜택시를 타는 방법이다. C역은 이용자가 많지 않아 비교적 배차가 빨리 되고, 노원구와 송파구의 중간 지점이어서 직장까지 30분이면 충분하다.

7시 15분, 배차가 되었다는 SNS 메시지가 온다. 하지만 끝이 아니다. 이제 친절한 운전자를 만나야 한다. 물론 친절한 분도 많지만, 어떤 운전자는 출발할 때 연락을 안 하고 도착해서 연락을 해서 급히 서두르게 한다. 어떤 운전자는 운전 내내 전화를 헤서 타는 내내 불안하게 한다.

안전벨트를 부탁하면 탑승한 다음에 이야기하라는 운전자, 탑승한 다음에 안전벨트를 부탁하면 미리 말하라는 운전자도 있다. 다행히 친절한 운전자를 만나고 그래서 콜택시에 탑승을 하면 비로소 숨을 돌린다.

이제 잠시 눈을 감아도 된다. 그리고 30분 후, 집을 나선 지 1시간 30분 만에 나는 출근을 한다. 누구에게나 출근길은 힘들겠지만, 전동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의 출근길은 아직도 험난하기만 하다.

문제는 제도만으로는 장애인의 이동권이 온전히 보장될 수 없다는 점이다. 제도와 함께 사회 인프라 그리고 적절한 서비스와 정당한 편의제공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이 글은 한국환경건축연구원 UD복지연구실 이사 배융호 님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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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융호 칼럼니스트 장애물없는생활환경시민연대 사무총장,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상임집행위원장, 서울시 명예부시장(장애)을 역임하였으며, 현재 사단법인 한국환경건축연구원에서 유니버설디자인과 장애물없는생활환경을 연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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