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에 거주하는 A씨(시각장애 1급)는 지난 4월 초 치아상해보험 가입을 위해 한화명보험사의 문을 두드렸다. 여러 보험사의 치아상해보험 상품을 검색해 비교한 결과 한화생명보험사의 상품이 본인에게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A씨는 더 이상 치아 때문에 큰돈을 쓰지 않아도 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고 한화생명보험사에 전화를 걸었고 곧바로 가입절차에 들어갔다. 보장내용 등에 대해 충분히 숙지한 탓에 별도의 상담원 설명을 듣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서였다.

보험가입 체결 막바지 과정에서 A씨의 기대는 무너졌다. 한화보험생명 상담원은 치아상해보험 가입을 위해 청약서와 관련서류를 팩스로 발송할 테니 자필서명을 해서 다시 회신하라고 말한 것이다.

전화로만 계약을 체결하는 부서가 아니기 때문에, 보험 가입 시 직접 자필서명을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A씨는 본인이 시각장애인임을 밝히고 앞을 볼 수 없은 특성을 설명하면서 녹음으로 자필서명을 대체해줄 것을 요구했다.

또한 과거 B보험사, C보험사, D보험사 상품가입 과정에서 녹음절차로 자필서명을 대신해 가입했던 사례를 설명하고 가입을 요구했으나 끝내 거절당했다. 당시 한화생명보험사 상담원은 “자필서명 없이 가입을 원하면 전화로 가입할 수 있는 타사상품으로 가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 생명보험 표준약관(별표 15)은 전화를 이용해 계약을 체결할 때 생명보험 표준약관은 계약자, 피보험자, 보험수의자가 동의한 계약일 경우 자필서명을 생략할 수 있고 음성녹음 내용을 문서화한 확인서를 계약자에게 전달하므로써 계약자 보관용 청약서를 전달한 것으로 본다고 명시하고 있다.

A씨는 “다른 보험사는 시각장애인의 특성을 고려해 자필서명 대신 녹음을 통해 가입을 하도록 했다. 보험가입 과정에서 시각장애인인 내게 자필서명을 요구한 곳은 한화생명보험이 처음”이라면서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인에게 자필서명을 요구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 녹음으로 자필서명을 대신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말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서인환 사무총장은 “A씨의 사례는 장애인차별로 볼 수 있다. 가입 과정에서 자필서명 외 치아상해보험 가입을 원했는지 확인하는 다른 방법이 있기 때문”이라면서 “전화상으로만 가입이 가능하다. 한화생명보험의 주장은 내부규정의 문제”라고 말했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제15조는 재화·용역 등의 제공자는 장애인이 해당 재화·용역 등을 이용함으로써 이익을 얻을 기회를 박탈해서는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같은 법 제17조는 금융상품 및 서비스의 제공자는 금전대출, 신용카드 발급, 보험가입 등 각종 금융상품과 서비스의 제공에 있어서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을 제한·배제·분리·거부하여서는 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한화생명보험사 관계자는 “해당 시각장애인이 상담을 한 부서는 전화로만 계약을 체결하는 부서가 아니다. 설계사님이 계시지 않아 방문을 할 수도 없다. 해당 상품은 장애인 전용상품도 아니다. 절차대로 했기 때문에 문제는 없다”고 해명했다.

이어 한화생명보험사 관계자는 “시각장애인에게는 활동지원사가 곁에서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정말로 보험상품에 가입하고 싶다면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아 자필서명하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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