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이 맞닥뜨리는 사회적 장벽 가운데 하나는 가족을 구성하고 유지하는 것이다.

장애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사회의 문제라는 관점이 받아들여지고 있다 할지라도, 장애인이 부모가 되어 출산 및 양육의 과정을 수행하기가 어렵다는 인식은 여전하다.

미국 장애위원회가 지난 2012년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장애인이 자녀를 출산하고 양육할 권리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미국 내 장애인 부모 양육권 유지 어려워

장애인이 부모가 되어 출산 및 양육의 과정을 수행하기가 어렵다는 인식은 여전히 우리에게 장애를 ‘개인의 능력 부족’으로 치부하는 경향이 남아있음을 반증하고 있다. ⓒ adoptUSkids

미국 장애위원회(National Council on Disability)는 대통령 및 의회를 대상으로 미국 내 장애인 및 그 가족의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권고사항을 건의하는 독립연방기관으로, 지난 2012년 9월 "요람 흔들기 : 장애인 부모와 그 자녀의 권리보장(Rocking the Cradle: Ensuring the Rights of Parents with Disabilities and Their Children)"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발간하였다.

이 보고서는 미국 내 장애인 부모들이 출산과 양육에 관한 권리를 유지하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말한다. 미국은 지난 1990년 미국 장애인법(Americans with Disabilities Act, ADA)을 제정했지만 여전히 미국 내 장애인 부모는 그들의 양육권을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어야 한다는 것이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UNCRPD)에서는 제23조 ‘가정과 가족에 대한 존중’ 가운데 ‘b. 장애인이 자신의 자녀수와 출산계획을 자유롭고 책임감 있게 결정할 권리, 연령에 적합한 정보와 출산 및 가족계획에 대한 교육에 접할 권리를 인정하고 이러한 권리의 행사가 가능하도록 적절한 조치가 제공되어야 한다’는 조항 등이 있다. 국가와 사회는 장애인의 출산권과 양육권을 마땅히 보호할 의무가 있다.

장애인 부모에 관한 통계 자료 부족

전 세계적으로 많은 장애인 부모와 그들의 가정이 있지만, 이들에 관한 자료는 매우 드물다. 장애인 부모의 수와 인구통계학적 특성을 규명하는 데 가장 어려운 점은 데이터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일부 인구총조사 데이터에서 주어진 범위 내에서 장애인의 수, 부모의 수 각각에 대한 추정치가 있지만, 장애인 부모의 수를 제공하지는 못한다.

2010년 발표된 미국 지역사회 설문조사(2010 American Community Survey)에 따르면 미국 내에는 최소한 410만 명가량의 장애인 부모가 있다고 추산되고 있다. 하지만 정확한 수치를 알 수 없어 그들 개개인이 어떠한 욕구와 경험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정보가 부족하다는 것은 결국 그들에 대한 관심이 부족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장애인 부모에 관한 적절한 정책과 프로그램의 개발은 정확한 욕구 규명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다. 이들 장애인 부모 가정의 욕구, 목표, 환경에 대한 데이터와 정보는 더욱 체계적이고 다면적으로 수집되어야 한다.

장애인 부모의 양육 문제 ‘장애’ 단일 원인으로 봐선 안돼

이 보고서에 따르면 장애인 부모에 대한 편견이 사회에 팽배해 있는 것은 장애가 자녀양육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연구사례가 부족하기는 하지만 ‘장애는 양육 능력을 심각하게 제한하고, 심지어는 자녀의 부적응 문제로 연결되기도 한다’는 내용과 ‘그런 연구결과야말로 일반 대중들 사이의 부정적인 믿음을 고착화한다’는 내용과 같이 상반된 연구결과가 동시에 존재한다.

이 보고서는 부모의 장애와 자녀의 부적응 문제 사이의 상관관계나 인과율이 연구마다 다른 것은 인정하지만, 그것은 전후사정에서 야기되는 문제를 간과했기 때문일 수 있다고 말한다.

여기에서 ‘전후사정’이란 가난, 부모의 학대·약물 경험, 충분한 지지의 부족 등을 의미하며 이러한 원인이 고려되지 못하는 경우가 흔하므로 ‘장애’만을 단일한 원인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증명할 만한 자료는 충분하지 않지만, 장애인 부모를 둔 비장애 자녀 대다수가 일반적인 발달의 모습을 보이는 데다 비장애인 부모를 둔 자녀들보다 삶의 관점과 기술 등의 측면에서 우수한 경우도 있었다.

보고서는 또한 장애인 부모 및 그 가정을 지원하기 위한 아동복지시스템이 부족한 현실, 많은 장애인 부모가 아동복지시스템을 통해 그들의 부모 될 권리를 잃는다는 점 역시 지적하고 있다.

미국은 법률에서 ‘장애’를 친권상실(Termination of Parental Rights, TPR)의 근거로 두고 있다. 즉, 장애가 부모 될 권리를 잃는 이유가 되고 있다. 장애인 부모에게 ‘무능한 부모(unfit parent)’라는 프레임을 씌우고 있는 것이다. 양육권이나 방문권 소송 시에도 장애인 부모는 가정법 체계상 차별적인 관행을 자주 겪는다.

미국 내 많은 장애인 부모는 아동복지시스템을 통해 그들의 자녀와 분리되고 부모 될 권리를 잃게 된다. ⓒ The Telegraph

이렇듯 미국을 비롯한 우리 사회 내 장애인 부모에 대한 편견이 팽배해 있으며, 그들은 여전히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

다음 기고에서는 지적장애로 7살의 지능을 가진 아빠 샘(Sam)이 딸 루시(Lucy)에 대한 양육권 소송에서 패소하며 양육권을 박탈당하면서도, 딸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이야기의 영화 <아이 엠 샘(I am Sam)>을 통해 미디어에서 장애인의 부모 될 권리가 어떻게 그리고 있는지 살펴볼 예정이다.

※출처: 미국 장애위원회 보고서 원문(https://ncd.gov/sites/default/files/Documents/NCD_Parenting_508_0.pdf)

※ 이글은 인천전략이행 기금 운영사무국을 맡고 있는 한국장애인개발원 대외협력부 윤주영 대리가 보내온 기고문입니다. ‘인천전략’은 아‧태지역에 거주하는 6억 5천만 장애인의 권익향상을 위한 제3차 아태장애인 10년(2013~2022)의 행동목표로, 우리나라가 주도하고 있습니다. 한국장애인개발원은 인천전략사무국으로서 국제기구협력사업, 개도국 장애인 지원 사업, 연수사업 등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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