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전노예사건을 맡은 1심 재판부가 아무런 확인 절차 없이 피해자의 의사가 왜곡된 ‘가짜합의서’를 인정해 집행유예를 선고,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지만 끝내 패소판결을 내려졌다.

20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18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재판부의 위법성을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피해자는 약 14년간 신안군에 소재한 염전에서 노동력 착취를 당한 지적장애인으로, 당시 본인 이름 외에 한글을 읽거나 쓸 수조차 없다.

이 시간의 1심 재판부인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 제1형사부는 지난 2014년 판결 선고가 나기 직전 가해자 쪽에서 제출한 처벌불원서를 근거로 들어 ‘피해자가 피고인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며 염주 박모씨에 대해 영리유인, 준사기, 감금에 대해 집행유예를 선고한 바 있다.

그러나 해당 처벌불원서는 재판과정에서 가해자 가족들이 피해자를 찾아가 작성하도록 시킨 것으로, 피해자의 의사가 완전히 왜곡된 그야말로‘가짜 합의서’에 불과했다.

이어 다음해 1월, 항소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당심에 이르도록 피해자와의 합의에도 이르지 못했다’며 1심 재판부의 위법성을 스스로 인정한 바 있다.

이후 피해자는 연구소와 원곡법률사무소의 도움으로 지난해 10월 가해자의 입장에서 판결을 내렸던 1심 재판부를 상대로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지난 18일 법원은 ‘재판부의 위법성을 인정할만한 증거가 없다’며 도리어 책임을 전가한 것.

이에 연구소는 “1심 재판부의 위법성을 스스로 인정하는 판결을 눈앞에 두고도 책임회피에 급급한 법원의 행태에 분노를 감출 수 없다”며 “1심 재판부는 피해자가 염전에서 장기간 노동력 착취를 당한 지적장애인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음에도, 제출된 문서에 대한 당사자 의사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집행유예라는 안일한 판결을 내린 것은 의심스럽고도 결코 참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합의서의 진위를 입증할만한 기본적인 서류도 없이 달랑 문서 한 장으로 집행유예를 선고한 사법부의 판단이 심히 의심스럽다”면서 “인권의 최후보루인 사법부에서 조차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철저히 외면당하고 있는 사법부를 강력히 규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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