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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전 노예 사건’ 엇나가는 경찰의 대응

“임금 체불 문제만 부각…인권유린 문제로 바라봐야”

공대위, "인권 문제로 재수사, 법적 대책 마련" 촉구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14-02-25 13:50:59
“먹여주고 재워주겠다”라는 솔깃한 제안으로 비극은 시작됐다. 지난 2008년, 지적장애인 채모씨(48)는 전남 목포시 직업소개소 직원에게 식사 두 끼를 얻어먹고, 영문도 모른 채 신안군 섬으로 팔려갔다.

염전 운영자는 하루에 5시간도 재우지 않으면서 채씨에게 집안일은 물론 벼농사, 집짓기 등의 일을 시키고 월급은 한 푼도 주지 않았다. 지난 2012년 7월에 섬에 들어온 시각장애인 김모(40)씨도 마찬가지였다.

3차례 목숨을 건 탈출도 소용 없었다. 운영자로부터 삽으로 등을 맞고, “한번만 더 도망치다 걸리면 칼침을 놓겠다”는 협박을 받아야만 했다. 그렇게 5년 2개월간 강제노역을 당해왔다.

지난 1월 편지 한 통으로 인해 구로경찰서로부터 구출받은 김씨와 채씨. 사회도 큰 충격에 빠졌다. 속칭 염전 노예 사건이라 불리우며, 대통령까지 나서서 “충격적이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하고 나선 것.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이 약이 됐었을까. 전남경찰청은 ‘도서 인권보호 특별수사대’ 전담 편성을, 전라남도는 ‘인권보호협의체’ 구성을, 광주지방노동청과 해양경찰청은 근로실태 조사와 인권유린 실태점검 등 부랴부랴 대책마련에 착수했다.

그리고 지난 24일 50대 지적장애인의 임금․장애인연금 착취한 염전업주가 첫 구속되는 성과를 낳았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장애계의 시선은 우려스럽기 그지 없다. 임금 체불의 문제로만 접근할 것이 아닌, 근본적인 문제 해결 즉, 인권의 관점에서 전면 재수사, 나아가 법률적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또 다시 잊혀지는 사건 중 하나일 뿐.

이 같은 우려점은 경찰 조사에서부터 찾을 수 있다. 경찰, 목포고용노동지청, 신안군청은 지난 10일부터 21일까지 신안군 일대 염전 등에 대한 점검 계획을 미리 밝혔을 뿐더러, 점검 방향이 ‘단순한 임금 체불’에 그치고 있었다.

구체적으로 지난 16일 현재, 염전종사자 170명을 면담 조사한 결과, 최장 10여년간 임금을 지급받지 못한 종사자를 포함, 20명이 임금체불 상황에 놓여있으며, 미지급액은 2억원, 이중 1명은 장애인으로 밝혀졌다.

이중 지난 2003년부터 신의도 염전에서 일한 허모씨(54)의 경우, 가끔 용돈을 받는 것 외에 임금을 전혀 받지 못한채 10년간 노동력을 착취당했다.

하지만 경찰은 20명의 임금체불액 2억여원을 확인하고, 체불임금에 대해 고용노동지원청 소속 근로감독관에게 임금정산이 이뤄질 수 있도록 조치하는 데 그쳤다.

또한 학대부분은 단순 조사에서 나오기 힘들고, 현재 신안군에 거주하는 종사자는 갈 곳이 보장되지 않는 한 사실을 증언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 지적.

더욱이 민간 장애인 권익옹호 상담가의 참여가 배제된 채 조사하고 있어, 장애인인권침해의 구체적인 실상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 장애계 단체 등으로 구성된 염전 노예 장애인 사건 재발방지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25일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염전 노예 사건 가해자 엄중처벌 촉구 및 법적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이문희 사무차장은 “사건에 대해 개탄스럽다. 이번 노예사건은 장애인에 대한 착취, 인권유린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심지어 지역경찰은 실태조사를 하기 전에 미리 밝혔다. 우리사회의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며 “장애인 착취에 대해 파악할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럽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이 사무차장은 “강력한 법률적 대책이 필요하다. 장애인학대방지법을 제정해야 하고, 인권프로그램 등이 가동되야 한다”며 “장애계가 단결해서 문제 해결에 힘을 쏟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박김영희 사무국장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이 6년이 됐지만 여전히 장애인은 차별의 대상이다. 여전히 이용의 대상이고, 착취의 대상이다. 신안사건은 더 이상 놀랍지도 않은 이야기”라며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차별받고, 이용 당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박김 사무국장은 “사람들은 노예사건에 대해 ‘불쌍하다’며 쉽게 말한다. 그러나 당신이 약자가 돼 노예사건 피해자가 된다면 그때서야 심각하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건은 뉴스가 나오기 전에 대응이 됐어야 한다. 강한 의지를 가지고 사건에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윤진철 조직국장은 “반복적으로 발생했던 사건들이다. 모두들 관심을 갖고 있지만 곧 잊게 될 거다. 그러나 우리는 절대 잊지 않을 것”이라며 “가해자를 처벌해서 다시는 학대 착취가 일어나지 않도록 만들어야 한다. 얼마나 더 죽고, 착취당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더 이상 착취 당하지 않도록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공대위는 경찰청에 ▲가해자에 대한 엄중처벌 ▲효과적인 전수조사 진행 ▲장애인착취, 학대 신고 포상제도 도입 ▲인권교육 의무화 ▲진술조력인 제도 의무화 ▲경찰청 내 인권침해 해결 기구 또는 전담 부처 설치 ▲도서지역 일제점검 인권협의체 구성 ▲일제점검 업무 매뉴얼 제작 ▲수사과정에서의 장애인 지원 가이드라인 제작 필요 등 9가지 요구안을 발표했다.

한편, 공대위는 이날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조만간 첫 회의를 가진 뒤, 앞으로의 계획을 모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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