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 섬에 팔려가 염전에서 수년 간 강제노역을 해오던 장애인들이 경찰에 극적으로 구출됐다.

서울구로경찰서(서장 이훈)는 장애인을 유인해 섬으로 팔아넘긴 무허가 직업소개업자 고모(70)씨와 이모(63)씨, 이들을 넘겨받아 염전에서 강제로 노동을 시키고 임금을 전혀 지급하지 않은 염전업주 홍(48)씨를 불구속입건했다고 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지적장애가 있는 피해자 채모(48)씨는 지난 2008년 건설현장에서 노동일을 하던 중 전남 목포시에 있는 직업소개소 직원 고씨에게 식사 두 끼를 얻어먹고, 영문도 모른 채 전남 신안군에 위치한 섬으로 팔려갔다.

염전 운영자 홍씨는 하루에 5시간도 재우지 않으면서 채씨에게 집안일은 물론 벼농사, 집짓기 등의 일을 시키고 월급은 한 푼도 주지 않았다.

채 씨는 경찰에게 구출될 때까지 5년 2개월간 강제노역을 당했다.

섬에 들어온 시각장애인 김모(40)씨도 2012년 7월 채 씨와 같은 처지가 됐다.

카드사용으로 인한 과다채무로 연로한 부모님께 짐이 된다는 생각에 가출한 뒤 10여년 간 막노동판을 전전하다 무허가 직업소개업자 이모(63세)씨의 꾐에 빠져 홍씨의 염전으로 팔려갔다.

김씨는 1년 6개월간 월급을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일만했다. 섬에 팔려간 지 한 달 만인 2012년 8월 채씨와 함께 섬에서 빠져 나오려고 3차례 탈출을 시도했지만 매번 발각됐다.

이후 홍씨로부터 “한번만 더 도망치다 걸리면 칼침을 놓겠다”는 협박을 받아 더 이상 탈출을 포기했다.

계속된 고된 노동에 더 이상 버틸 수가 없던 김씨는 탈출 방법을 고민하던 중 어머니에게 편지를 보내기로 마음먹고, 몰래 ‘섬에 팔려와 도망갈 수 없으니 구출해 달라’는 내용의 편지를 발송했다.

편지를 받은 어머니가 구로경찰서에 찾아와 “아들을 찾아 달라”고 제보했다. 이에 실종수사팀은 수사에 착수했고, 소금구매업자로 위장·탐문하며 염전에서 노역 중이던 김씨를 구출했다.

김씨를 구출할 당시 함께 숙소에 있던 채씨는 처음 자진해서 염전 일을 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수사팀이 채 씨의 실종신고 사실을 확인한 뒤 신병을 넘겨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먹여주고 재워준다’는 감언이설에 속아서 노동착취를 당하며 노예적인 삶을 살아가는 사회적 약자들이 있지 않을까 염려스럽다”며 “경찰, 고용노동부, 관할 시군 등 관계기관과 합동으로 외딴섬 등 취약지역에서 일하고 있는 노동자에 대한 전수조사가 실시되도록 건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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