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 5개 단체는 6일 이룸센터에서 ‘2013 장애인 분야 공익소송 보고대회’를 개최했다. ⓒ에이블뉴스

#지하철 2호선을 빈번하게 이용하는 A씨(지체장애)는 양천구청 역사 내 장애인화장실이 남녀로 구분되지 않아 차별을 받고 있다며 공익소송을 제기했다. 비장애인화장실은 남녀를 구분해 설치된 반면 장애인화장실은 남녀를 구분하지 않아 차별받고 있다는 것. 결국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지난 10월 역사 내 장애인화장실을 성별로 분리 설치해야 한다는 화해권고를 내렸다.

이처럼 보편적인 평등을 추구하는 사회구조적 변화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으로 문제를 시정할 수 있는 수단이 확보됨에 따라 장애인들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고 있는 사례가 속속 나타나고 있다.

이에 장애인의 권리옹호를 위한 공익소송 등을 진행하고 있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5개 단체는 지난 6일 이룸센터에서 ‘2013 장애인 분야 공익소송 보고대회’를 열고, 그동안 진행해온 법률지원 활동을 소개하는 자리를 가졌다.

■장애인권리 구제하는 공익소송 무엇?= 공익소송은 사회적 소수자·약자의 권익을 대변하는 것으로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이 법률지원을 받아 제도상 정당한 몫을 확보하는 것을 말한다.

이 같은 공익소송은 차별적 사회구조를 바꾸기 위한 장애인권리옹호 운동의 움직임과 함께 나타났으며, 지난 2007년 장애인차별금지법(이하 장차법) 이 제정됨에 따라 더욱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에 제기된 공익소송은 지난 2007년 2건 내외에 불과했지만 2008년부터는 매년 5건에서 많게는 12건까지 공익소송 건수가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00년 입학차별과 선거권침해에 대한 공익소송이 제기된 이래 2000년 초반 입학거부, 지적장애인에 대한 수사과정상 인권침해, 보건소장임용차별, 보험차별 등에 대응해 소송이 제기됐다.

2000년대 중반 이후로는 주로 지적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학대와 노동력 착취, 장애인시설에서 일어난 인권침해에 민·형사적인 대응이 이뤄졌고, 2009년에는 실종 지적장애인이 관계기관의 소홀로 정신병원에 입원한 뒤 사망함에 따라 국가에 책임을 묻는 공익소송이 성과를 거둔 바 있다.

지난해부터는 인권상담과 법률지원이 활성화됨에 따라 제기하는 소송의 횟수와 유형도 다양해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고, 특히 2008년부터 시행된 장차법을 적용한 차별구제소송에서도 강제조정이 성립되는 등의 성과를 거두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김성연 활동가가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에이블뉴스

■공익소송 어떻게 이뤄지나?= 공익소송을 진행하는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이하 장추련)의 경우 장애인 차별 또는 인권침해를 당한 장애인 당사자의 사례를 상담전화와 인터넷 상담게시판, 방문상담 등을 통해 접수한다.

대부분의 상담사례들은 상담소의 개입과 함께 중재나 문제제기, 주변자원을 활용하는 방안으로 실마리를 풀어나가게 된다. 그 중 일부 적극적인 사법절차를 통해 해결이 가능한 사례가 고소, 고발이나 소송으로 진행된다.

장애인차별 상담과 대응활동을 하고 있는 인권단체에서 진행하는 소송의 종류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인권단체가 사회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한 사안에 대해 처음부터 소송의 내용을 결정하고, 원고의 선정부터 진행과정까지 기획해 공공의 이익을 도모하는 소송과 상담사례의 대응과정 중 차별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인 방안으로 진행되는 소송이다.

현재 장애인차별상담전화(1577-1330)의 경우 대부분 상담사례에 대한 대응 과정 중 소송의 진행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내용에 대해 소송 및 사법절차에 대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장추련 김성연 활동가는 “외국은 일상적으로 소송을 통해 크고 작은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우리나라에서 소송 절차는 어려운 문제로 다가온다”며 “변호사의 적극성이나 판단에 의지할 수밖에 없는 내담자의 입장에서 장애감수성을 갖고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변호사를 찾는 일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현재 변호사가 상근하지 않는 장애인차별상담전화의 경우 ‘공익변호사모임 희망을 만드는 법’, ‘재단법인 동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법무법인 지평지성’ 등 장애감수성을 갖고 활동하는 공익변호사단체에 지원을 요청한다.

법무법인 지평지성 임성택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는 모습. ⓒ에이블뉴스

■장애인 권리옹호 공익소송이 ‘답’= 법무법인 지평지성 임성택 변호사에 따르면 장애인들이 권리침해를 당했거나 차별을 받았을 때 법원에 구제를 청구하기 보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

현재 장애인 차별문제가 발생했을 경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거나 법원에 손해배상 또는 구제조치를 청구하는 것이다.

임 변호사는 “장차법이 시행되고 지난 5년간 인권위에 제기된 진정건수는 4천600여건에 달하지만 법원에 권리구제 청구를 한 건수는 10건을 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장차법 시행 전인 2007년 인권위에 접수된 장애차별 진정사건 접수 현황은 256건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1천339건에 달하는 등 진정건수가 크게 증가했다.

임 변호사는 “장애인들이 권리구제 수단으로 인권위를 선택하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며 “장애인의 이해가 훨씬 높고 구제가 용이하기 때문에 시정권고의 권한밖에 없지만 인권위를 찾게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원의 장애인차별 구제명령이 강제성을 띄는 반면, 인권위는 피해자 등의 진정을 받아 시정권고만 할 수 있을 뿐, 권고적 효력밖에 없어 상대방이 수용을 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임 변호사는 “법원은 차별행위에 대해 임시 조치를 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차별행위의 중지 등 시정을 위한 적극적 조치 등의 판결을 할 수 있으며, 더욱이 이행 기간을 정하고, 늦어질 경우 금전배상을 하도록 명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장애인차별에서 강제성을 띄고 있는 공익소송의 경우 인권위의 진정보다 적극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것.

임 변호사는 “법원이 사회적 소수자를 위한 최후의 보루라고 말하지만 법원의 권리구제 건수를 봤을 때 실제로 그렇지 않은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장애인의 재판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헌법상 요구되는 특별한 보호를 다하기 위해서는 사법부를 통한 권리구제가 원활해야 한다”며 “법원을 통한 장애인 차별구제가 활발하게 이뤄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희망을 만드는 법 김재왕 변호사가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에이블뉴스

■공익소송의 장점과 단점= 희망을 만드는 법 김재왕 변호사는 “소송과 인권위 진정은 강제력 때문에 상대방이 느끼는 압박도 다르다”며 “상대방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사용한다면 소송이 인권위 진정보다 나을 수 있다”고 제언했다.

일례로 수능시험에서의 시각장애인 축소 문제지 제공 청구에서 볼 수 있듯이 소송을 하지 않았다면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태도를 바꾸지 않았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 변호사는 “소송은 비용이 들고 패소자가 소송비용을 부담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패소에 따른 부담이 존재한다”며 “반면에 인권위 진정은 돈이 들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고 전했다.

즉 여러 사안마다 상황이 다르므로 여러 사정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법률지원을 받아 구제수단을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는 것.

김 변호사는 “상대방을 강하게 압박하고 싶을 때, 긴급한 필요가 있을 때, 당사자가 직접 주장을 펴고 싶을 때는 소송이 증거가 부족할 때, 비용 면에서는 진정이 유리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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