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는 9일 오후 2시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장애인 보험차별 개선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에이블뉴스

“남편은 시각장애 6급으로 학교 교사로 재직 중입니다. A해상의 실비보험에 가입하려고 했지만, 보험설계사가 남편이 시각장애 6급이라는 말을 듣자 ‘안 된다’고 얘기했습니다. 시각만 부담보로 가입하는 것도 안 된다고 말하며 결국 보험을 거부했습니다.”

“저는 정신장애 3급(조울증)으로 거의 치료가 끝나가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예방 차원에서 약을 복용하고 있었는데, B생명에 전화를 걸어 보험 상품 중 마음에 드는 것이 있어 가입하고 싶다고 문의했으나, 현재 조울증 약을 복용하고 있으면 안 된다며 보험 가입을 거절당했습니다.”

이처럼 장애인에게 ‘보험 가입’의 장벽은 높기만 하다. 장애를 이유로 보험 가입 신청이 거부되거나 계약이 성립됐다고 해도 해지 또는 보험금 지급을 거절당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가인권위원회는 보험사들이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예방하기 위한 원칙적이고 구체적인 기준을 정한 ‘장애인 보험차별 가이드라인(이하 가이드라인)’ 필요성을 인식하고, 가이드라인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 조형석 장애차별기획조사팀장은 9일 오후 2시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장애인 보험차별 개선을 위한 정책 토론회’에 참석해 인권위가 추진하고 있는 가이드라인의 초안을 공개했다.

인귄위는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7개월간 장애인 보험차별 사례 연구 등을 통해 장애유형별 보험차별 방지 위한 가이드라인 연구용역을 실시하고,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보험차별 가이드라인 작성을 위한 간담회’를 가졌다.

지난 4월에는 보건복지부, 법무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관계자들과 함께 ‘보험차별 가이드라인에 대한 부처 입장 확인 및 실효적 이행을 위한 협의’를 위한 자리도 마련한 바 있다.

조형석 팀장이 발표한 인권위의 ‘장애인 보험차별 가이드라인(초안)’은 크게 가이드라인의 적용 범위, 정의, 차별의 입증책임과 합리적 근거, 인수단계의 차별, 보험계약 유지와 차별, 보험차별을 당한 경우의 구제절차 등 총 8개 항목으로 나뉜다.

■가이드라인의 적용대상 및 범위=인권위가 마련한 가이드라인에서 ‘장애’는 신체적, 정신적 손상 또는 기능상실이 장기간에 걸쳐 개인의 일상 또는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초래하는 상태를 뜻한다. ‘장애인’이란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장애인 등록을 하지 않은 사람도 포함된다.

이 가이드라인은 생명보험, 손해보험, 제3보험 등을 포함하고 보험의 성격을 가지는 공제에 대해서 적용된다. 또한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된 이후 만들어지거나 판매한 보험 상품, 이전 보험 상품, 우체국, 농업협동조합, 각종 공제조합 및 국내법의 적용 받는 외국보험회사 등도 가이드라인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

장애를 사유로 ▲보험 상담 및 심사 자체 거부 ▲보험 청약에 대한 승낙 거절 ▲보험 조건에서 부당한 차별 할 경우 ▲보험계약을 부당하게 해지 할 때 ▲보험금 지급을 거부하거나 낮은 보험금을 지급할 경우 등을 차별로 정하고 있다.

■차별의 입증책임과 정당한 사유=보험 차별이 발생했더라도 곤란한 사정이나 과도한 부담 등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차별’로 보지 않는다.

정당한 사유에 대한 합리적 근거로는 ▲법률의 규정 ▲검증된 통계자료 ▲의학적, 과학적 근거 ▲동 가이드라인 내용 ▲기타 전문가 의견 등으로 내세우고 있다.

보험과 관련해 차별행위가 있었다는 사실은 차별행위를 당했다고 주장하는 사람(장애인, 장애인 관련자)이 입증해야 하고, 차별행위가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이 아니라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보험회사가 입증해야 한다.

단, 보험회사는 어느 장애가, 어느 장애인이 해당 보험 상품의 서비스와 관련해 위험률이 높다는 검증된 통계자료를 제시하면 정당한 사유로 인정 받을 수 있다. 여기서 통계자료는 국내 자료가 없거나 불충분한 경우 국외 자료도 이용할 수 있다.

보험회사는 장애인에 관한 보험인수 기준은 보험통계, 의학적 통계 및 소견 등에 근거해 스스로 마련할 수 있으며 의학적 지식의 진보, 사회복귀 및 치료방법의 진보 등에 따라 갱신할 수 있다.

인수단계 절차 상 장애를 이유로 상담, 심사의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고 창약 접수를 거절하는 것과 건강검진 요구, 장애인에게 보험 인수 절차상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자료 외에 불필요한 증명서를 요구할 경우 등 차별에 해당된다고 보고 있다.

특히 과거 또는 현재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거나 부당하게 적은 보험금을 지급하거나 특약의 적용을 배제하는 것은 차별에 해당된다.

단, 보험회사는 손해보험에서 ‘장애 및 질병이 보험사고의 발생 피해이나 확대됐을 때는 보험금을 감액하기로 하는 약관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 피보험사의 장애 및 질병 등이 보험사고의 발생이나 확대에 기여했다는 이유를 들며 보험금을 감액할 수 없다.

■보험차별을 당한 경우 구제방법=장애인이 보험차별을 당했을 경우 국가인권위원회, 법무부장관,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소비자원 또는 소비단체, 법원에게 구체절차를 요청할 수 있다.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하면 사건의 공정한 해결을 위해 필요한 구제조치를 당사자에게 제시하고 합의를 권고한다. 당사자의 신청이나 인권위 직권으로 진정사건을 조정에 회부해 당사자 사이에 조정을 모색한다.

인권위가 진정을 조사한 결과 차별행위가 일어났다고 판단되는 경우 피진정인(해당 보험회사)이나 감독기관(금융감독원 등)의 장에게 손해배상 및 구제조치의 이행, 관행의 시정 등을 권고할 수 있다.

인권위가 보험차별에 관한 시정을 권고했으나, 정당한 사유 없이 권고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시정명령을 요청 할 수 있다. 이후 시정명령을 정당한 사유없이 이행하지 않으면 3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게 된다.

또한 장애를 이유로 보험차별의 피해를 입은 사람은 금융위원회나 금융감독원에 분쟁조정·민원을 제기할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과 소비자단체에 피해구제 신청이나, 법원에 차별행위 중지 등 차별 시정을 위한 적극적인 조치 등을 취할 수 있다.

보험회사의 임직원이나 보험설계사가 정당한 이유 없이 장애인의 보험 가입을 거부하는 차별행위를 할 경우 1천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한국소비자원장은 피해구제신청의 당사자에 대해 피해보상에 관한 합의를 권고하거나 소비자 분쟁조정위원회의 분쟁조정, 소비자단체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를 요구 할 수 있다.

특히 법원의 차별행위의 중지 및 차별시정을 위한 적극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보험회사에게 그 이행 기간을 밝히고, 이행을 하지 않아 늦어진 기간에 대해 일정한 배상을 하도록 명할 수 있다.

조형석 팀장은 “가이드라인은 장애인차별금지법과 보험차별에 대한 일반적 사례 및 인권위 결정례, 법원관례 중심으로 작성됐다”면서 “향후 만들어진 이 가이드라인은 법률적인 효력은 없지만, 가이드라인에 대해 위반할 경우 인권위에서 장애인 차별로 간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인권위의 보험차별 가이드라인은 보험사 등의 관련 기관와의 면담, 관련 부처와의 협의를 거쳐 내달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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