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동당 곽정숙 의원이 19일 국회 헌정기념과 대강당에서 열린 '2010 정신장애인인권증진 토론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저도 묻고 싶습니다. 가장 큰 피해자는 누구인가요? 당신이 정신질환이 없다는 걸 어떻게 증명할 수 있나요? 정신장애인으로, 그 가족으로서 대한민국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너무나 힘든 고난입니다. 정신장애인과 그 가족이 사람답게 생활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시스템이 마련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지난 19일 국회 헌정기념관 대강당에서 열린 '2010 정신장애인인권증진 토론회'에서 정신장애인 가족을 둔 김서영(가명) 씨는 이같이 호소했다. 김 씨 가족은 가족 중에 정신장애인이 있다는 이유로 이웃 주민에게 다중폭력과 명예훼손 등을 당했다며 법적 소송을 진행 중에 있다.

정신장애인에 대한 차별해소와 인식개선, 인권증진 목적으로 지난해에 이어 민주노동당 곽정숙 의원이 주최한 이 토론회는 한국클럽하우스연맹에 속한 회원 다수가 참여해 많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이번 토론회에서는 정신장애인 당사자와 가족을 지원하기 위한 자조단체인 카미(KAMI:가칭 정신장애인인권연대)의 출범에 관한 내용도 다뤄졌다.

곽 의원은 지난해 9월 정신장애인 차별조항을 담은 법안 43개의 개정안을 일괄 발의했다. 현재까지 '기르는 어업육성법'만이 일부수정을 거쳐 대안으로 통과됐고, 2개 법안은 폐기됐다. 24개 법안은 소관 상임위에 회부된 상태이고, 나머지 16개는 상임위 배정도 받지 못했다.

경희대 강희원(법학과) 교수가 발제문을 발표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장차법 사문화 경계하고 정신장애인 사회복귀체제 마련돼야

경희대 강희원(법학과) 교수는 이날 발제를 통해 정신장애인에 대한 차별과 인권을 법을 통해 보장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강 교수는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법률(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인에 대한 지금까지의 우리사회의 정서로 비춰볼 때 가히 혁명적인 법이라 할 수 있다"고 평가한 뒤 "이 법률의 기본적 정신과 이념이 현실에서 실현되기 위해서는 이 법에 위배될 수 있는 기존 법률과 제도 그리고 관행을 고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강 교수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이중차별 요소를 지닌 법률로 크게 판사, 검사, 공공기관운영위원 등의 신분보장에 관한 법률과 정신질환 병력을 가진 사람에 대해 신청 자체를 막고 있는 전문자격취득과 관련한 법률을 꼽았다. 강 교수는 이들 법률과 관련해 정신장애인 개개인의 구체적인 장애의 정도나 상황에 따라 판단 받을 수 있는 기회는 보장돼야한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정신보건법은 정신장애인의 기본적인 인권을 보장이라는 목적 실현을 위해 만들어졌음에도 제도운영에 있어 정신장애인을 사회공동체로부터 분리해 관리하는데 근거로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

또 강 교수는 정신질환자를 가능한한 장기간 입원으로부터 보호하고 지역사회 정신보건시설을 확충해 지역사회로 복귀를 도와야한다고 제언했다.

2006년 보건복지부 중앙정신보건사업지원단의 통계에 따르면 정신보건시설 입원환자의 92.3%가 보호의무자에 의한 비자의 입원이었고,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가 펴낸 '정신장애인 국가보고서'에서도 비자의 입원 비율은 86%로 여전히 높았다.

강 교수는 "해가 갈수록 정신장애인을 격리수용할 수 있는 정신병원의 병상 수는 증가하고 있다. 자의입원이 이처럼 낮은 것은 결국 환자가 편안하게 진료받고 본인이 원할 때 언제든지 퇴원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지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한번 입원하면 퇴원하기 어렵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카미(KAMI) 설립준비위원으로 활동하는 권오용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도 "정신장애인의 평균 재원일수와 병상수의 증가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국가예산이 대부분 의료보호대상자나 기초생활보장수급자인 정신장애인에 대한 의료보장예산에 치중해 있고, 퇴원 이후에는 주로 가족들에 의지하다보니 동의입원이 80%이상 차지하는 현실에서 가족이 퇴원을 거부하면 계속 입원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권 변호사는 "지난 12년간의 정신보건산업의 비효율성을 장애인복지에 준하는 사회보장의 확충이 시급하다. 또한 가족이 정신장애인의 퇴원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전문적 주간보호와 재활을 지원할 수 있는 복귀시설이 확대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19일 국회 헌정기념과 대강당에서 열린 '2010 정신장애인인권증진 토론회' 풍경. 한국클럽하우스 연맹 회원들을 비롯한 많은 관계자들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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