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는 지난 5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정신장애인 인권보호와 증진을 위한 국가보고서'를 발표했다. ⓒ에이블뉴스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정신장애인 인권보호와 증진을 위한 국가보고서에 따르면 정신장애인 86%가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치료기관에 입원 처리되는 등 인권침해가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과연 이러한 문제를 제도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 것일까?

인권위는 이번 국가보고서에 정신장애인의 인권침해 실태뿐만 아니라 대안까지 제시하고 있다. 보고서에 담긴 대안은 ▲자의입원 원칙의 정신보건법 명문화,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절차 강화, ▲퇴원 후 보호체계 의무화 및 지역사회 연계절차 강화 등으로 요약된다.

첫 번째 대안인 ‘자의입원 원칙의 정신보건법 명문화’는 정신보건법 제2조 제5항의 규정을 '입원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자에 대하여는 항상 자발적 입원을 우선적으로 고려하여야 한다'로 개정해야 한다는 것.

또한 제6조 '정신보건시설의 설치·운영자는 입원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자가 자발적으로 입원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라는 별도의 항을 신설해서 자발적 입원을 권장하는 수준에서 벗어나서 자의입원을 원칙화하고 정책의 기획과 시행의 원칙으로 삼아야한다고 제시했다.

보고서는 현행 정신보건법 상 '시장·군수·구청장에 의한 입원'의 경우에만 진단을 위한 입원 및 치료를 위한 입원의 절차를 구분 짓고 있다며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의 경우에도 절차를 구체화해야한다고 제시했다. 특히 기존 6개월인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의 계속입원심사기간을 3개월로 단축해 장기입원의 피해를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보고서는 정신보건법이 입·퇴원 절차와 자격만을 명시하고 있을 뿐, 퇴원 후 보호 의무에 대해 규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별도의 조항을 신설해 시장·군수·구청장이 보호의무자인 경우 시장·군수·구청장은 정신보건심판위원회의 의견을 들어 퇴원 후 거주할 주거시설 및 제공돼야할 정신보건서비스의 유형 및 방법과 이를 제공할 기관 또는 단체를 명시한 퇴원계획을 세워야한다고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보고서는 사설응급구조단에 의해 병원이나 시설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정신장애인의 의견은 거의 무시되는 등 인권침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진정과 사례들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와 관련 사설응급구조단에 의한 정신의료기관으로의 이송을 금지하고, 정신장애인의 이송과 관련해 소방기본법에 따른 구급대나 경찰과 소방공무원 등 공공이송체계를 통해서만 이송될 수 있도록 관련법을 개정해야한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공공후견인제도 도입을 강조했다. 공공후견인이란 민법상의 부양의무자나 후견인이 없는 무연고자에 대해 국가에서 부담하는 비용으로 지명하고 선임하는 후견을 말한다.

현행 정신보건법 상 보호의무자 규정은 환자와의 이해관계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혈족만을 기준으로 하고 있어 입원결정 시 보호의무자의 사적 이익이 반영되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힘든 상황이고, 시장·군수·구청장 역시 정신장애인의 이익을 대변하고 인권을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묶어서 입원시키는 것 그만해야”
국가인권위 조사국 장애차별조사과 배대섭 과장은 "보호자가 있는 정신장애인은 그래도 퇴원 후 집으로 갈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은 퇴원해도 갈 때가 없어 자기발로 병원으로 돌아가는 게 현실"이라며 "지역사회에서 연계하고 계획해서 이런 사람들을 관리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배 과장은 "정신장애인들은 잡혀서 묶여서 입원하게 된다. 사람을 체포하듯이 다루는 것은 이젠 좀 고쳐야 하지 않겠느냐"며 "경찰과 소방공무원에 의한 이송체계 구축, 국공립정신병원 내 24시간 전화상담서비스 개설 등의 공적 개입서비스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보고서는 정신장애인이 대리인에게 임금을 지불할 충분한 능력을 갖고 있지 않다면 국가에서 무료로 대리인을 지정해 줄 수 있어야하며, 지정된 후견인은 정신장애인의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고 정신장애인은 능력을 완전히 상실한 경우가 아니라면 후견인을 거부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국가인권위는 이번 보고서를 토대로 국무총리, 보건복지가족부 장관 등에게 정신장애인 인권 보호와 증진을 위한 정책을 수립해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국가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는 인권위 조사국 장애차별조사과 배대섭 과장의 모습.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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