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오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서울구치소 앞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 등장한 피켓. MB정권에 대한 불만이 팽배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에이블뉴스

지난 20일 제29회 장애인의 날 흥인지문 앞 도로에서 정부 규탄시위를 벌인 중증장애인 활동가 2명이 벌금 미납으로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것에 대해 "정부가 벌금폭탄으로 장애인 투쟁을 탄압한다"며 장애인단체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23일 경기도 의왕시 포일동 서울구치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수감된 두명의 활동가를 즉각 석방하고 비상식적인 벌금부과를 통한 장애인운동 탄압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현재 수감 중인 장애인활동가 이규식(41·뇌병변장애 1급)씨와 박현(35·지체장애1급)씨는 지난 20일 시위 후 경찰에 연행돼 조사를 받다가 그 동안의 벌금을 체납했다는 이유로 서울구치소로 끌려갔다.

이씨는 지난 2006년, 2007년의 활동보조인 제도화 투쟁과 2007년의 성람재단비리척결을 위한 공동투쟁단 투쟁, 2006년 420장애인차별철폐 투쟁 등으로 총 275만원의 벌금을 부과받았고, 박씨는 2007년 활동보조인제도화 투쟁과 2006년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 등으로 396만원을 부과받았는데, 이를 아직 납부하지 못했다.

남병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조직국장은 벌금 액수에 대해 “현재 수배가 떨어진 부분의 벌금만 그 정도이고, 조사가 진행 중인 것까지 합하면 각 700~800만원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도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은 정부의 벌금 부과 및 활동가 수감에 대해 “정부가 예전에는 벌금 처리도 하지 않았던 사건까지 과도한 벌금을 부과해서 경제적인 문제로 장애인의 정당한 투쟁에 발을 묶으려고 한다”고 분개했다.

또 “중증장애인에 대한 벌금이 많게는 1천만원까지 나와 단체도 이를 해결할 능력이 안되는 상황"이라며 "결국 정당한 투쟁을 했음에도 장애인이 구치소까지 오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동대문에서 진행한 기습시위에 대해서는 “합법적으로만 했을 때 과연 우리의 얘기를 들어줄 것인가, 우리는 장애인의 문제를 알리기 위해 직접적인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할 수 있는 행동을 한 것”이라고 전했다.

자신을 경찰 관계자라고 밝힌 한 인사가 기자회견 진행자들의 채증사진을 찍어 주최측과 마찰을 빚었다. ⓒ에이블뉴스

이 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시민사회단체 인사들과 정당 인사들도 정부가 과도한 벌금 부과로 장애인 활동가를 압박하고 있다고 규탄 발언을 쏟아냈다.

이재영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는 “이 정권에 들어서 우리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받기 위해 계속 투쟁해왔지만 우리의 투쟁을 묶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벌금”이라며 “나도 지금 175만원을 안 내고 있어 수배중이다. 정부가 이런 벌금형으로 계속 우리의 발을 묶고 있다. 매우 치졸하고 비열한 작태라는 생각이 든다”고 정부를 비난했다.

박김영희 진보신당 부대표는 “누가 장애인에게 투쟁하라고 해서 한 게 아니다. 활동보조 서비스·이동권 문제·탈시설 문제를 위해 스스로 투쟁한 것인데 사회가 이들을 구치소로 보냈다”고 비판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는 “벌금으로 투쟁하는 장애인의 발을 묶으려고 해도 우리의 권리를 쟁취할 수 있는 투쟁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이 장애인의 날에 눈물을 흘렸다고 해서 황당했는데 이명박의 눈에 피눈물이 나도록 열심히 투쟁했으면 좋겠다”고 강한 투쟁의지를 표명했다.

이어진 기자회견문 낭독에서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한편으로는 장애인들에게 시혜와 동정의 시선으로 눈물을 보이고, 한편으로는 장애 인권을 탄압하기 위해 벌금으로 족쇄를 채우려는 이명박 대통령의 이중적 모습은 당시 흘린 눈물이 얼마나 거짓된 악어의 눈물이었던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와 함께 “우리는 이러한 정권의 위선에, 그리고 벌금 폭탄을 동원한 악랄한 탄압에 진보적 시민사회 진영의 강고한 연대로 맞설 것”이라며 “장애민중의 정당한 권리를 쟁취하고 차별을 철폐하는 그 날까지 더욱 굳센 투쟁을 벌여나갈 것”이라고 외쳤다.

한편 이 날 기자회견에서는 자신을 경찰 관계자라고 밝힌 한 인사가 기자회견 진행자들의 채증 사진을 찍어 기자회견 주최측이 이에 반발, 사진 삭제를 요구하면서 몸싸움이 벌어지기도 했다.

김도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은 “기자회견은 불법집회가 아니므로 신고할 필요가 없는데, 불법집회로 간주해 사진을 찍으려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23일 오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서울구치소 앞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 쓰인 피켓. MB의 악어 눈물에 대해 비판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23일 오후 서울구치소 앞에서 열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기자회견 진행자들이 구치소 담장에 붙인 피켓들. 정부의 장애인관련법 개악과 국가인권위원회 축소 등에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에이블뉴

23일 오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가 서울구치소 앞에서 정부가 벌금폭탄으로 장애인 투쟁을 탄압한다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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