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경환)는 선거에서 계단과 턱이 있는 장소를 투표소로 선정하면서 장애인 편의시설을 설치하지 않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투표보조용구를 제공하지 않은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위반한 장애인차별이라고 결정하고, 해당 구·동선거관리위원장과 관리·감독기관인 서울특별시선거관리위원장, 중앙선거관리위원장에게 권고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번 권고는 지난해 7월 30일 실시된 서울특별시교육감선거에서 투표소를 방문했으나 입구 계단때문에 주위 사람의 도움을 받아 투표한 김모(47)씨와 투표보조용구를 제공받지 못해 가족에 의해 대리투표를 했던 임모(44)씨가 제기한 진정 등 4건에 따른 것이다.

인권위 조사결과, 서울 광진구 자양1동 제4투표소와 제6투표소는 각각 10cm와 15cm의 턱과 계단이, 서울 종로구 명륜3가동 제1투표소는 약 1.5m 높이의 계단이 있었으나 임시경사로 등의 편의시설이 설치되지 않아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은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는 투표소 출입이 어려웠다.

또한 서울 노원구 하계2동 제4투표소에서는 시각장애인의 기표를 보조할 수 있는 투표보조용구를 사전에 제작해 보관하고 있었으나, 투표 당일에는 제공되지 못해 시각장애인을 대신해 동행한 가족이 대리투표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장애인의 참정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필요한 시설 및 설비, 참정권 행사에 관한 홍보 및 정보 전달, 장애의 유형 및 정도에 적합한 기표방법 등 선거용 보조기구의 개발 및 보급, 보조원의 배치 등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7조 제2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선거권을 행사하고자 하는 장애인이라면 누구나 다른 투표자나 선거관계인의 호의적 도움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장소에 투표소를 설치하거나, 부득이한 사유로 장애인의 접근이 곤란한 장소에 투표소를 설치했다면 임시 경사로 등의 필요한 설비를 우선적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휠체어를 탄 장애인을 투표도우미가 직접 들어서 이동시키는 방법에 의한 인적 서비스는 앞서의 다른 모든 실현가능한 방법이 없는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제공되어야 하는 것으로, 피진정인들이 장애인의 선거권 보장을 위해 필요한 시설 및 설비를 설치하지 않은 것은 차별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시각장애인 투표보조용구와 관련해서는 "시각장애인 선거권자가 타인의 도움 없이 기표할 수 있도록 제작된 특수투표용지 또는 투표보조용구를 제공해야 하며, 만약 피진정인이 이러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아 시각장애인 선거권자가 투표용지에 기표함에 있어 타인의 보조를 받을 수 밖에 없었다면, 이는 피진정인이 민주선거의 기본원칙인 비밀선거를 보장하기 위한 정당한 편의제공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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