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개 인권·장애인단체들이 19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에서 국가인권위 축소 반대를 주장하는 피켓을 들고 있는 시민. ⓒ에이블뉴스

국가인권위원회 조직을 30% 축소하라는 행정안전부의 조직개편안에 반발하는 인권·장애인단체들의 저항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장애인단체들은 이번 방침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라며 본격적인 대정부투쟁을 경고하고 나섰다.

인권단체연석회의,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86개 시민단체들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건너편 국민은행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인권위는 그 동안 이 땅에서 소외되고 차별받아온 사회적 약자들을 위한 국가인권기구인데, 인권위 조직 축소가 이뤄지면 사회적 약자들의 인권침해와 사회적 차별을 어느 곳에다 호소해야하는가"라고 반발했다.

이 단체들은 "인권위의 축소가 이뤄진다면 장애인, 성소수자,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 철거민, 이주민, 병역거부자, 빈민 등 인권의 사각지대에 방치되어 있던 사람들의 인권도 함께 축소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단체들은 인권위 축소안은 눈엣가시처럼 여겨오던 인권위를 무력화시키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정부 1차 조직개편·인력감축안을 제시하며 "행안부는 전체 정원의 6.1%, 문화체육관광부는 4.6%, 국토해양부는 8.3%, 통계청은 4.5% 등 그 어느 부처에서도 30%라는 감축안을 찾아볼 수가 없다"고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인권위 축소안은 인권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행위로 국제적인 망신"이라며 "인권위가 정부 눈치보기, 권력의 입맛에 맞는 인권침해분야만 조사한다면 권력의 꼭두각시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인권위를 단순한 행정부처로 보는 시각부터 바로 고쳐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장애인단체들은 장애인차별금지법 무력화 시도가 아니냐고 반발하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2008년 4월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이후 진정건수가 696건으로 급증하고 있는데, 조사인력은 한 명도 증원되지 않았고 20명을 늘리는 것으로 국회 의결까지 이뤄졌으나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오히려 인권위를 축소하려는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무력화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인권·장애인단체들은 이날 인사청문회를 받고 있는 이달곤 행정안전부 장관 내정자에 대해 "만일, 이달곤 내정자가 장관으로 임명되어 인권위에 대한 조직축소 방침을 강행한다면 우리는 이러한 행태를 가만히 두고만 보지 않을 것이며, 더 깊고 넓은 연대로서 싸워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도 곽정숙 국회의원, 민주노동당 장애인위원회, 민주노동당 성소수자위원회 등과 함께 이날 오후 국회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민주주의 포기선언이자 인권포기선언인 인권위 독립성 훼손을 중단하고,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준수하고 인권위에 필요인력 20명을 즉각 증원하라"고 촉구했다.

이 단체들은 "이명박 정부의 민주주의 파괴, 국민 기본권 무시, 인권기구 축소 제정책을 지속한다면, 1987년 6월 민주항쟁과 같은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86개 인권·장애인단체들이 19일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국가인권위 축소 반대를 외쳤다. ⓒ에이블뉴스

19일 오후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민주노동당 곽정숙 의원 등은 국회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인권위 축소를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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