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오후 1시에는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가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국가인권위를 축소하려는 행정안전부 회를 개최했다. ⓒ에이블뉴스

행정안전부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최종 통보한 ‘국가인권위원회 조직·인력 축소 방침’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조직의 효율적 운영을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지만, 시민·인권단체 및 장애인단체들은 현 정부의 몰지각한 인권의식이 반영된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행정안전부는 지난달 22일 국가인권위원회 측에 조직 및 인력을 축소하라는 통보를 내렸다. 현재 208명의 인력을 3분의 1 수준인 148명으로 축소하고, 인권위 지역사무소 3곳을 모두 폐쇄하라는 것이 핵심내용이다.

이 같은 방침이 전해지자 관련단체들이 강하게 항의하고 있다. 13일 오후 1시에는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이하 장추련)가 세종로 정부중앙청사 앞에서 규탄대회를 개최했으며, 연이어 2시부터는 인권단체연석회의가 기자회견을 개최해 행정안전부의 이번 방침에 대해 비판했다.

“인권위 축소는 장차법을 무력화시키는 것”

장애인계가 이번 방침에 대해 반발하는 이유는 국가인권위원회 조직 축소로 인해 장애인차별시정 업무가 원만히 해결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장추련은 “장차법 시행으로 인권위원회 업무가 급증하고 있다. 2008년 진정 건수가 530건인데 이중 40%만 해결됐다. 이는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현재 인권위는 행정인력 7명으로 이 업무를 다 소화하지 못해 쩔쩔매고 있다. 인력을 확충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축소를 하겠다고 나선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아예 무력화 시키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한 장추련은 “당초 장애인계에서는 장애인차별시정 관련 업무를 담당할 인력을 60명가량 추가 배치할 것을 요구했다. 하지만 논의 끝에 20여명 정도 확대키로 합의가 됐고, 국회 본회의까지 통과했다. 그런데 이제와 갑자기 인력 축소를 말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합당치 못하다"고 지적했다.

지역사무소 폐쇄에 대해서는 “지역사무소는 이동과 정보접근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들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지역사무소가 없는 지역에 더 많은 지역사무소를 내야할 판에 이를 무시하고 완전히 폐쇄하겠다는 것은 매우 오만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행정안전부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대표단이 국가인권위원회 축소 문제와 관련해 면담을 갖고 있다. ⓒ에이블뉴스

행정안전부, “효율성을 판단해 결정한 것”

그렇다면 행정안전부가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직을 축소하는 이유과 근거는 무엇일까?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행정안전부의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기자회견을 마친 후 행정안전부 조직기획과 김형만 과장과 면담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김 과장은 “정부 조직의 운영은 예산과 효율성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 정부는 공무원 수를 동결한 상태이고, 다른 기관들도 인원축소에 따른 부담을 감수하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인권위 측에서는 올해 인원확충 요청을 하지 않았다. 관행적으로 기관에서 요구한 사항을 100% 들어주지 않기 때문에 다른 기관들과 마찬가지로 인력과 조직을 축소키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에 장추련 측에서 “장애인 관련 업무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원축소가 말이 되냐”고 묻자 “진정업무를 담당하는 인력을 줄이라는 것이 아니다. 다만 조직의 업무효율성을 판단했을 때, 교육과 정책분야는 크기를 줄이고 인력도 축소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사무소 폐쇄에 대해서는 “비슷한 업무를 하는 국민권익위와 비교해도 인권위의 조직은 상대적으로 방대하다. 권익위는 인권위에 비해 진정 건이 4배정도 많음에도 지역조직이 없다. 우편, 인터넷 등을 통해서도 충분히 업무수행이 가능하다. 또한 현재 지역사무소는 직접 조사해 처리하는 업무가 없어 당초 설립 의도대로 수행되고 있지 못하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장추련 관계자들은 “인권위는 우리나라의 열악한 인권현실을 반영해 설립된 기관이다. 타 기관들과는 구분되는 분명한 역할과 가치가 있다. 때문에 효율성과 예산이라는 잣대로 인권의 문제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

또한 “진정업무에 대한 축소는 아니라고 말하고 있지만, 인원이 감축되면 진정 업무도 당연히 타격을 받게 된다. 또한 교육과 정책을 무의미한 업무처럼 인식하고 있는 것은 유감이다. 아직도 장차법을 모르는 국민들이 태반이다. 인권의 문제는 처벌보다 예방이 중요하다. 교육과 정책개발이 하나의 틀 속에서 원만하게 돌아갈 때 인권위가 그 역할을 다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면담에서는 결국 양측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했고, 장추련측에서는 행정안전부 장관 내정자를 만나 장애인계의 뜻을 직접 전하겠다며, 행정안전부 장광 내정자에 대한 면담 요청서를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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