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들레장애인야학 간사이자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행위원, 사회당 당원인 장애운동활동가 권순욱(28)씨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를 선언하고 나섰다. 장애운동활동가 중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공개적으로 선언한 이는 권씨가 처음이다.

권씨는 자신의 입영일자인 지난 11월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군대는 바로 국가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에 불과하고, 전쟁은 약자를 비참히 짓밟고 그것으로 잡은 권력을 계속해서 지켜나가기 위한 것"이라며 병역 거부의 이유를 밝혔다.

권씨는 특히 "우리사회의 장애인 문제의 핵심은 군대가 병역의 의무를 부과하는 신체 건강한 남성의 정상성 규정과 일맥상통한다"며 "사회는 끊임없이 기준을 정해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고 그 기준에 맞춰 사람을 획일적으로 양성할 뿐"이라고 강조했다.

권씨는 "50여 년 전 바로 이곳, 용산역에서 저의 할아버지께서 미군이 던진 폭탄에 맞아 돌아가셨다"면서 "저의 아버지는 평생을 고통 속에서 살아가셨고, 그것을 다시 저에게 대물림 해주셨다"고 개인적인 아픔도 고백했다.

마지막으로 권씨는 "전쟁으로 인한 아픔을 끝나야하고, 군대는 사라져야한다"며 "이 아픔이 저를 마지막으로 끝이 나고, 다양한 양심들과 신념들이 인정되는 사회가 속히 오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양심적 병역거부는 자신의 종교적, 도덕적, 정치적 신념에 따라 병역 또는 군사훈련을 거부하는 행위를 말한다. 징집을 거부한 권씨에게는 병역법에 따른 병역기피죄가 적용되어 실형 처분을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2000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병역거부 운동이 시작되고, 민변 소속 변호사들이 변론에 나서면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에겐 재 징집되지 않을 최소한의 형량인 1년 6개월 형이 선고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은 민들레장애인야학, 사회당 인천시당, 전쟁없는 세상 등으로 구성된 장애운동활동가 권순욱 양심적병역거부 지지를 위한 후원회가 마련한 것이었다. 50여명의 장애인과 장애운동활동가, 시민단체 활동가들도 기자회견에 참석해 권씨를 지지했다.

권순욱 후원회측은 "병역 거부자들에게 최소한의 인권을 보장하기 위해 연내 대체복무제도 도입을 추진하던 국방부가 무엇 때문에 갑자기 자신의 입장을 바꾸게 됐는지 의문"이라며 “이명박 정부가 잃어버린 10년을 외치며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려놓는 동안에 인권위 가치도 변하였나 보다”고 이명박 정부를 비판했다.

권순욱 후원회측은 “더 이상 양심의 자유를 지키지 위해 일신을 구속하는 일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면서 “국방부는 대체복무제 원점 재검토 방침을 철회하고, 조속한 시일 내에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위한 대체복무제를 시행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권씨는 2002년 감리교 신학대에 입학해 ‘노동과 예수’ 동아리에서 활동했으며 2006년 총학생회 복지부장, 2007년 총학생회 정책부장, 한국기독교청년학생연합회 간사,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인천지부 간사를 역임했다. 현재는 민들레장애인야학 간사와 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 집행위원으로, 사회당 인천시당 당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다음은 권순욱씨의 양심적 병역거부 선언 전문.

병역을 거부하며

2008년 11월 11일, 저의 나의 28세입니다. 28년의 인생 중에 바로 지금, 전 가장 두렵고 떨리는, 그리고, 가장 서글픈 순간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6년 전, 감리교신학대학을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은 이 땅에 하느님 나라의 건설을 위해 평등과 평화를 말씀하시곤 자신의 종교적 양심과 정치적 신념에 의해 십자가에 일신이 못 박히셨습니다. 언제나 사회적 약자와 함께 하셨으며, 종교 권력자나 정치 권력자들에게 항거하셨습니다. 예수님의 그러한 모습 속에서 제가 평생을 아픔 속에서 몸서리치며 고민했던 것이 바로 이 사회가 만들어 놓은 논리 속에서 제가 사회적 약자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또한, 어떠한 종교적 이념을 넘어 예수님의 십자가 지심은 이 땅의 권력 지향적 모순과 이 사회가 만들어 놓은 권위주의적인 논리를 타파하고 사회적 약자들에게 해방의 길을 보여 주신 것이었습니다.

사회적 약자라는 것, 그것은 분명 이 사회가 만들어 놓은 것입니다.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가진 자들의 논리 속에 그에 반대 되는 갖지 못한 자들의 집단... 장애인이 그렇고 여성이 그렇고 성소수자가 그렇고 빈민이 그렇고 노동자가 그렇고 농민이 그렇습니다. 이 땅의 많은 사회적 약자들이 권력 앞에서 죽어 갈 수밖에 없는 현실인 것입니다. 제 자신이 바로 사회적 약자이며, 저는 가진 자들의 논리에 저항하는 활동을 지금까지도 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하려고 합니다.

저는 현재 장애인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우리사회의 장애인의 문제의 핵심은 군대가 병역의 의무를 부과하는 ‘신체 건강한 남성’의 정상성 규정과 일맥상통합니다. 바로 ‘신체 건강한’ 이라는 획일적인 기준, 획일적인 사고가 사회를 만들었습니다. 장애인은 사회적 약자로서의 장애인, 즉,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 안에서 배제 된 사람들일 뿐입니다. 하지만, 사회는 끊임없이 기준을 정해 정상과 비정상을 나누고 그 기준에 맞추어 사람을 획일적으로 양성할 뿐입니다. 제가 활동하는 장애인 단체는 민들레장애인야학입니다. 장애인 단체들 중에서도 최중증장애인들이 대부분인 곳입니다. 이 사회가 이야기하는 신체적 기준으로 보았을 때, 그들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신체를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도 비장애인들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개성을 가지고 있으며, 잘 하는 것도 있고 못 하는 것도 있는, 또한, 갖갖이 꿈을 갖고 있는 평범한 한 명의 인간일 뿐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것들을 모두 무시당하고 이 사회에서 비정상으로 낙인 찍혀 시설과 골방에 버려진 채 삶에서 배제 되어 살아왔습니다. 사회는 끊임없이 기준을 만들어 그 기준에 맞게 사람을 만들어 내고, 그 기준에 미달 된 사람은 배제하고 사회에서 낙오 시킵니다. 이렇게 정상적이며 획일화된 남성 문화를 권위주의적이며 전체주의적으로 주입하여 만들어내는 것이 바로 군대라는 조직입니다.

군대는 바로 국가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에 불과합니다. 전쟁이라는 것으로 약자를 비참히 짓밟고 그것으로 잡은 권력을 계속해서 지켜나가기 위한 도구... 그것을 위해 수많은 남성들을 권위주의적이며 전체주의적 사고를 주입해 양성하고 있는 것이 바로 지금의 군대 문화입니다. 3년 전, 평택 대추리에서 보았던 군인들, 집회를 나갈 때 보는 전의경들, 그들은 이미 어떠한 이성적 사리판단도 전혀 할 수 없는 상태의 권위주의적인 질서에 충성을 다하는 사람들로 보였으며, 그것이 얼마나 군대의 문화가 권위주의적이며 전체주의적인 사고를 양성하고 폭력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는지를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그것이 얼마나 안타까운 현실인지를, 군대문화라는 것이 그것을 받아드리는 사람에게 얼마나 폭력적인 것인지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군대라는 조직은 인간을 획일화 시키고 권위주의적인 계급 문화를 경험하게 합니다. 또한, 조직 내 계급 질서와 전쟁 기술을 가르치는 곳이기도 합니다. 인간의 존엄성이나 개성은 인정 되지 않으며, 국가 안보 이데올로기를 주입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의 이러한 선택에 많은 이들은 대한민국의 특수성을 논합니다. 하지만, 그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벗어난다면 군대를 없애는 데 동의할 것인가라고 말입니다. 국가는 통일이 되던 안 되던 군대를 계속해서 유지하려 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특수한 상황이라는 것과는 별개의 문제라는 것입니다. 계속해서 특권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대다수의 힘없는 국민들의 희생으로 군대를 유지시키려 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6년 전 대학에 입학하고 아버지께 한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50여 년 전 바로 이곳, 용산역, 저의 할아버지께서 미군이 던진 폭탄에 맞아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아버지는 20여 년 동안 그 아픔을 숨기고 철저히 권위주의적인 아버지가 될 수밖에 없으셨던 것입니다. 체제에 순응하고 이 사회가 원하는 사람으로 살아가기 위해 말입니다. 아픔이 그대로 후대에 남아 저의 아버지는 평생을 고통 속에 살아가셨고 그것을 다시 저에게 되 물림 해주셨던 것입니다. 전쟁으로 인한 아픔은 끝나야 합니다. 군대는 사라져야합니다.

이것이 제가 군대를 갈 수 없으며, 병역을 거부하는 이유인 것입니다. 비록 저의 가는 이 길이 다른 사람들에게 어리석다 판단되어질지라도 저는 갈 것입니다. 저는 이것이 저의 운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이 바로 제가 가야할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자신의 가슴이 허락하는 대로, 자신의 심장이 가리키는 대로 살아가는 것 아니겠습니까. 저도 그렇게 가려합니다. 저의 진정한 존재 가치를 제 스스로 몸부림쳐 느끼기 위해 말입니다. 진정한 저를 뼈저리게 느끼고 가슴 깊이 알아가기 위해 말입니다. 제가 지금의 자리에서 원하는 것은 이 아픔이 저를 마지막으로 끝이 났으면 하는 것이며, 다양한 양심들과 신념들이 인정되는 사회가 속히 오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세상아~ 사람들아~ 몸부림치며 외친다...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내 가슴 뻥 뚫려 이제는 어느 누구도 담을 수 없을 지라도 나는 눈물을 뿌리며 외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산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계속 죽지 않고 살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리석다 손가락질 당해도 계속해서 나아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사람인 것이다... 난 나라는 사람을 한 사람으로서 증명해 보일 것이며 이 땅을 당당히 밟고 일어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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