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국가인권위원회가 경찰을 동원해 정문을 봉쇄하고, 장애인 활동가들의 출입을 막고 있다. ⓒ에이블뉴스

"세금을 내는 국민이 인권위에 들어가겠다는데 왜 막으세요. 어떠한 근거로 막는 것입니까? 그리고 인권위에 경찰이 왜 들어옵니까? 오늘은 인권위 치욕의 날입니다."

27일 오후 서울 중구 무교동 국가인권위원회 건물 곳곳에서 장애인, 인권단체 활동가들과 경찰, 국가인권위 직원들 사이에서 마찰이 발생했다. 김양원 비상임위원이 전원위원회에 출석하는 것을 반대하기 위해 찾아온 장애인·인권단체 활동가들을 국가인권위원회가 경찰을 동원해 막으면서 충돌이 생겨난 것이다.

인권단체연석회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시설비리척결과탈시설권리쟁취를위한공동투쟁단,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장애인, 인권단체들은 이날 오후 1시부터 김양원 인권위원의 퇴진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국가인권위의 요청에 따라 이날 오전 8시께부터 국가인권위 건물 곳곳에 경찰 병력이 배치됐고, 장애인, 인권단체 활동가들이 '왜 경찰이 인권위의 자유로운 출입을 막느냐'고 항의하면서 곳곳에서 마찰이 빚어졌다.

인권위 정문과 후문을 비롯해 부산은행으로 통하는 출입문, 던킨도너츠로 통하는 출입문, 지하상가로 통하는 출입문 등 국가인권위 건물로 통하는 모든 출입문에서 경찰과 활동가들 간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특히 전원위원회가 개최되는 13층 입구에서는 경찰과 활동가들이 정면 충돌했다. 경찰의 제지를 뚫고 건물에 들어간 몇몇 인권단체 비장애인 활동가들은 "왜 인권위가 경찰을 동원해 13층 출입문을 막느냐"고 항의했고, 경찰측과 인권위 직원들은 "공무 수행을 방해하지 말라"며 인권활동가들을 격리시켰다.

경찰들의 제지를 받는 과정에서 인권활동가들은 "출입문을 막고 있는 것은 우리가 아니라 경찰들과 공익요원들이 아니냐? 왜 세금을 내는 국민이 정부 건물에 출입하는 것을 막는 것이냐? 어떠한 규정과 근거를 갖고 이러는 것이냐"고 인권위 직원들을 비판했고, 인권위 직원들은 이에 대해 아무런 답변을 하지 못했다.

출입문 앞에서 큰 소동이 벌어지자 한 인권위원은 다른 인권위원에게 "지난 번에 한 번 했으면 됐지, 왜 또 와서 그러는지 모르겠다"며 김양원 위원 퇴진운동에 대한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결국 경찰이 활동가들을 격리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권위원들과 인권위 직원들이 13층 회의실로 들어갔고, 이들이 들어가자 전원위원회 회의는 곧 바로 시작됐다.

이러한 모든 사태의 장본인인 김양원 인권위원은 이날 오전에 소위원회 회의차 일찍 인권위를 찾았고, 전원위원회가 열리는 13층 회의실에도 일찍부터 도착해 있어서 인권단체 활동가들과의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일련의 사태 때문에 뒤늦게 기자회견을 시작한 장애인, 인권단체들은 "김양원 목사가 인권위원으로서 자격이 없음이 만천하에 드러났지만, 청와대와 김양원 목사는 물론, 국가인권위 또한 이와 관련한 아무런 입장 표명이 없다"면서 "반인권적 국가인권위원 김양원의 즉각 퇴진을 촉구하는 농성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가인권위는 "더 이상 인권위 건물내에서 농성은 안 된다"고 맞서고 있어서, 장애인·인권단체측과 국가인권위의 충돌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인권단체연석회의,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시설비리척결과탈시설권리쟁취를위한공동투쟁단,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이 내세우고 있는 요구사항은 ▲반인권적 인권위원 김양원의 즉각 사퇴 ▲국가인권위원 공개인사검증 시스템 도입 ▲장애인 인권 우롱하는 김양원의 대국민 사과 등이다.

국가인권위 13층으로 통하는 출입문 앞에서 인권단체 활동가, 경찰, 인권위 직원들 간에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고 있다. ⓒ에이블뉴스

경찰이 인권단체 활동가들을 격리시키고, 인권위원들을 13층 전원위원회 회의실로 들여보내고 있다. ⓒ에이블뉴스

장애인단체 활동가들이 국가인권위원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에이블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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