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식 전 유엔장애인권리위원.ⓒ에이블뉴스DB

"장애인의 정치 및 공적 생활에 대한 참여"는 '유엔장애인권리협약 29조'에서 따온 것이다. 임박한 국회의 의원 선거와 함께 되새겨 보아야 할만 주제이다.

권리 협약의 모든 조항은 실제로 상호 교차적으로 선거를 비롯한 공적생활과 함께 여러 영역에서 조화를 이루어 이행되도록 되어 있다.

아래 내용의 상당 부분은 이미 출판된 '김형식 외, 유엔장애인권리협약 해설'에서 발췌했음을 밝힌다.

잘못 생각하고 있는지 몰라도, 지금까지의 관행을 보면, 장애인 후보 개인의 재력을 바탕으로 어느 정당의 비례 대표가 되거나, 표를 모을 만한 잠재력이 있다고 간주되는 장애인이 몇 몇 정당의 비례대표로 위촉·초빙을 받는다. 예외적으로 공적인 선거전을 치르고 국회에 진출한 소수의 장애인도 있었다.

그러나 대체로 장애인 전체의 이익을 대변해주는 정치인·의원이라기보다는 다분히 상징적인 의미로 자의 반, 타의 반 국회에 진출하게 되었던 같다. 이번 선거에도 전례를 반복하게 될 것이다.

거의 결론에 해당하는 것인데, 희망하기는 한국 전체 장애 계를 흔쾌히 대변해줄 역량 있고, 공정한 그리고 검증 된 장애인 후보들을 서로 각축하는 정당의 이익과 관계없이 장애 계에서 후보로 내세워보는 것이다.

그런데 우선 아쉬운 것은 현실적으로 장애 계가 이모저모로 사분오열 되어있어서 ‘전체 장애 계를 흔쾌히 대변해줄’ 매체, 채널이 없는 것 같다. 참고로, 늘 우리보다는 ‘후진국’이라고 생각하는 이웃 태국은 실제로 장애 계가 연대하여 국회의원을 선출한다. 우리에게 비교적 잘 알려진 ‘몬티안 분탄’ 상원의원도 장애계의 적극적인 지지로 그렇게 선출되었다.

필자는 선거 전략가는 아니다. 그러나 어떻게 해야 보다 장애 계의 대표성이 인정되고, 장벽 없는 자유로운 장애 계의 선거풍토가 가능하겠는가를 심각히 생각하게 하는 선거의 계절이다. 그래서 망상 같은 이야기는 나눌 수 있다.

2011년 WHO는 세계의 장애인구 전 지구인의 10%를 추산했는데, 이제는 최소한 15%를 이야기 한다. 각 국가에도 적용된다. 그렇다면 가칭 '장애권리당'을 창당하여 장애인당사자와 연고 가족, 친지, 장애서비스 종사 전문가, 일반 시민 지지자들이 규합한다면 최소한 4~5명의 후보를 낸다면 국회로 보낼 수 있지 않을까?

장애인들도 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혹은 지역주민으로서 민주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도록 선거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만일이 이러한 민주적 권리의 행사가 거부되거나 불편을 겪게 된다면, 모욕적이며 평등한 권리를 가진 시민으로서의 권리를 박탈당하는 것이다.

'유엔 장애인 권리협약 29조'의 첫째 과제는 투표 과정에서 장애인 당사자가 선택한 사람으로부터 보조를 받아 선거에 임하는 것이다. 보조인의 간섭·조작의 위험이 있어 어느 정도의 도움인가가 쟁점이 되기도 했다.

아울러 보조기기와 함께 접근성의 원칙도 구체적으로 고려되어야 할 사안이다.

제29조에서 언급하는 두 번째 사안은 일반적 정치 참여로서 (나)항에서 요구하는 대로 ‘적절한 경우 보조기술 및 새로운 기술의 사용을 촉진하여, 장애인이 위협당하지 아니하고 선거 및 국민투표에서 비밀투표를 할 권리와, 선거에 출마하고 효과적으로 취임하여 정부의 모든 단계에서 모든 공적 기능을 수행할 장애인의 권리를 보호할 것’처럼 ‘충분하고 효과적으로 fully and effectively’(한국의 번역에는 fully가 누락됨)라는 유엔의 인권문헌에서 처음 표기된 어휘에 주목해야 한다. 협약의 협상 과정에서도 나타났지만, 당사국들의 다양한 선거법들은 권리 협약이 명시하듯 구체적인 것 같지는 않다.

세계 인권선언의 제20조와 제21조가 시민적 및 정치적 자유협약(ICCPR)의 제25조에도 반영되었고, 여성차별금지협약(CEDAW) 제7조, 8조에도 포함되었다. 특히 CEDAW는 ‘권리를 보장할 것’을 분명히 하였다.

유엔 인권위원회는 공적생활에 참여하고 투표할 권리를 총괄적인 일반 논평에 포함시켰다.

특히 이 위원회는 ‘긍정적 조치(positive measures)를 주문했는데, 여기에는 문맹, 언어장벽, 빈곤, 자유로운 이동제약으로 인한 효과적 권리행사의 좌절, 정보격차 등의 특수한 문제를 언급하는데 사실 장애인들과 관련이 많이 된다. 심지어는 사진, 심볼·상징물을 동원해서라도 투표에, 정치적 활동에 그들의 선택의 폭을 넓혀야 한다는 권고이다.

시민적 및 정치적 자유협약 (ICCPR)의 제25조 (가)에서 명시하고 있는 ‘공적생활’이란 포괄적인 개념으로서 정치적, 입법적 및 행정적 권력을 망라하며, 국내·외 지역 수준의 정책연구 수립과 이행은 특별히 주목해야 할 주제이다.

시민으로서 장애인은 당연히 국회의원들과 토론과 대화를 통하여 혹은 행동단체를 조직하여 공적생활에 참여할 수 있다. 이러한 개념 속에는 모든 공적생활과 정치생활과 관련 된 공적 위원회, 정당 활동, 노동조합, 사업협의체, 여성 단체, 지역기반 단체행동 모두를 포함한다.

이러한 참여는 표현과 결사의 자유가 보장하며, ICCPR의 제25조 (나)의 ‘... 장애인이 위협당하지 아니하고 선거 및 국민투표에서 비밀투표를 할 권리와, 선거에 출마하고 효과적으로 취임하여 정부의 모든 단계에서 모든 공적 기능을 수행할 장애인의 권리를 보호할 것’과 같이 유권자로서, 후보로서 정치에 참여할 수 있다. 당사국은 모든 사람들이 선거에 참여해 그들의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모든 효과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한국의 사례'를 하나 살펴보자.

상기와 같은 제도적 장치에도 불구하고, 지난 19대 대선 후보자 TV토론 시, 충분한 수어통역이 이루어지지 못했던 점, 그리고 읽기 쉬운 공보물이 제작 되지 않아 장애인단체로부터의 불만이 제기 되고 있는 점 등 중앙 선거관리 위원회는 장애인의 완전한 정치 참여 보장에 있어 미흡한 부분이 발생하고 있는 점을 인지하고 있는 바이다.

이에 중앙 선거관리 위원회는 장애인의 더 나은 정치 참여를 보장할 수 있도록 미흡한 부분에 대한 개선의 노력을 지속할 예정이라고 했었는데, 과연 얼마나 달라졌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그 외에도 협약의 제21조 의사 및 표현의 자유와 정보 접근권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의사 및 표현의 자유는 장애인이 시민의 한사람으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 요건이다. ‘의사표현’의 자유는 표현의 자유로서 상호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으며 이 통로를 통해 의사와 의견이 자유롭게 교류될 수 있다. 이 두 가지 자유는 동시에 민주주의 근간이 된다. 의사 및 표현의 자유는 시민적 권리의 한 요소로서 유엔의 여러 협약에 포함되어 있다.

우선은 세계 인권선언 (ICCPR) 제19조 (가) 항이다. 즉, “모든 사람은 의사표현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 이 권리에는 간섭받지 않고 자기 의견을 피력할 수 있는 자유와 모든 매체를 통하여 국경과 상관없이 정보와 사상을 구하고 받아들이고 전파할 수 있는 자유가 포함된다.”

이 제19조 (가) 항은 부정적 자유로서 어떠한 경우에라도 위배되어서는 안 될 자유이다. 동시에 아동 권리 협약 (CRC) 13조도 “모든 형태의 정보”를 “국경의 제한을 받지 않고”라는 분명한 입장을 표했다.

반면에 협약 제21조는 국가에 부과된 긍정적 의무로서 의사 및 표현의 자유에 관한 정보를 탐색하고 받을 수 있는 자유가 타인과 동등하게 장애인에게도 부여된다. 따라서 협약 제21조는 구체적으로 분명히 정보의 “접근성”에 관한 문제를 다루며, 의사표현의 자유가 원활히 존중될 수 있는 수단까지를 제시한다.

협약 제2조에서 언급하는 커뮤니케이션과의 연계도 한 예이다. 즉, “의사소통”이란 문어·음성언어·단순 언어, 낭독자 및 접근 가능한 정보통신 기술을 포함한 확장 적이고 대안적인 의사소통의 방식, 수단 및 형식뿐만 아니라 언어, 글자표시, 점자, 촉각을 통한 의사소통, 대형 인쇄, 접근 가능한 멀티미디어를 포함한다.

협약 제21조는 협약 제29조의 동시에 ‘정치 및 공적 생활에 대한 참여’와도 연계된다. 협약 제21조 (가) “일반 대중을 위한 정보를 다양한 장애유형에 적합하게 접근 가능한 형식과 기술로 장애인에게 시의적절하고 추가 비용 없이 제공할 것”은 한마디로 일반대중을 대상으로 생산된 모든 정보는 장애인들도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소위 “공적” 정보나 자료는 제대로 접근이 안 된다는 점과 대중매체와 갗은 사(私)적 경로를 통한 정보의 접근은 더욱 어렵다는 지적이다. 이러한 보호 장치가 공적, 사적 영역을 초월하지 않는다면, 장애인들의 주류화 된 지역사회에 참여하고, 사회성원으로서의 활동이 거의 임의적으로 차단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단순히 법적 조치로서만 차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으리라는 주장은 아니며, 장애인의 욕구와 잠재적 사회 기여 등에 관한 인식 제고가 필요할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사적 영역’은 사기업이나, 대중매체를 독려해서 이 원칙을 이행토록 하는 데에는 정부의 특별한 노력이나 정책이 요구되는 사안이라는 점이다.

특히 사기업의 적극적인 참여와 기여는 아주 중요한데 이 부분은 협약의 8조 '장애인식 개선'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렇게 본다면, 협약 29조는 다분히 범분야적(cross-cutting)이며, 상호교차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어서, 제 5조의 장애인 차별, 즉 비장애인이 누리는 정보를 동등하게 공유하지 못하게 하는 차별행위이기 때문이다.

제 9조의 접근권도 마찬가지다. 심지어는 흔한 컴퓨터를 통한 여러 형태의 장애를 고려한 인터넷 접속도 마찬가지이다. 제 29조의 정치적 및 공공 생활 참여도 정보권(21조), 접근권(9조)이 평등하게(5조) 보장되지 않는다면 달성할 수 없는 권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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