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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를 생각하는 장애인

장애계 국제사업 역량 키워 세계적 움직임 적극 동참하길

에이블뉴스, 기사작성일 : 2020-02-12 11:16:49
김형식 전 유엔장애인권리위원.ⓒ에이블뉴스 에이블포토로 보기 김형식 전 유엔장애인권리위원.ⓒ에이블뉴스
‘장애인의 삶’ 하면 어쩐지 비극적이며, 각박하고, 차별과, 온갖 장벽과 싸우며 고군분투하는 모습, 그래서 늘 긴장하고 투쟁적이고 제한된 담론 속에서만 생활하는 것 같다. 그러나 반드시 그래야만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오늘은 주제를 ‘평화를 생각하는 장애인’으로 하여, 좀 더 다르고 큰 세계 속으로 들어가 어떻게 우리가 이 땅의 평화에 기여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나누었으면 한다. 현재의 문제가 시급한데 웬 생소한 주제가 아니냐는 반문이 없기 바란다.

한반도처럼 평화가 절실하면서도 평화의 문제를 거의 외면하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반대로 평화의 나라 스위스에서는 평화운동, 학술대회, 국제 모임 등이 아주 활발하다. 인권과 평화는 우리 모두의 강력한 이상(理想)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함께 이러한 이상을 나누어야 한다.

인권과 평화는 단순히 철학적이고, 추상적인 이론적 분석 연구, 입법과 국제 법, 국제관계에 대한 것만은 아니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 모든 나라의 모든 시민이 함께 생각하고 실현해 나가야 할 공동 과업이다. 장애인들도 세계 속의 시민으로서 인간 공동체의 비전인 평화와 인권을 추구해야 한다.

우리는 이 인권과 평화라는 주제에 대하여 정열적인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으며 보다 좋은 세상을 만드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져야 한다. 다시 한 번, 인권과 평화에 대한 관념은 우리 모두가 공유하는 가장 힘 있는 인간의 이상임을 강조한다.

필자는 이러한 이상을 시민으로서 장애인들도 공유해야 된다는 생각이다. 이것은 바로 창조적인 여러 것을 가능케 하며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에 만이라도 인권과 평화문제에 대하여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인권과 평화의 추구는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이며, 진보나 보수의 의제가 아닌 보편적인 이슈로 인식되어야 할 터인데, 한국 사회에서는 특정한 이념이나 성향을 가진 정치, 사회운동으로 간주해 버리는 경향이 있다.

일단 평화 교육이 이념적으로 인식되면, 특히 좌파나 진보성향으로 인식 되면 그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지고 일반국민들의 관심 영역에서 벗어나게 된다. 이제 더 이상 인권과 평화를 염원하는 사람들을 진보, 좌파라는 고리타분한 이념의 잣대로 폄하해서는 안 된다.

영국 런던 정경대의 학장이던 윌리엄 배버리지는 1941년, 2차 대전이 종결된 후 파괴된 영국사회를 어떻게 복구할 것인가를 구상하며 ‘복지국가의 청사진’을 의회에 제출했다. 그랬더니 의회는 완전히 이 청사진이 사회주의적인 발상이냐, 영국의 보수 이념에 적합인가의 적나라한 논쟁으로 이어졌다.

이때 분연히 연상에 오른 베버리지는 ‘이 복지국가 청사진은 사회주의도 보수도 아니며, 상식’이라고 일갈해 버렸다. 우리가 시민으로서 분단, 분절, 차별과, 불평등을 종식시켜 인류를 통합시키고, 평화와 정의, 상호에 대한 존경에 기반 한 인권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게 해야 된다는 것은 이념적 논쟁이 아니라 상식이다.

실현 불가능한 꿈 같이 들릴 수도 있지만, 단언컨대 전쟁과 갈등으로 상처받은 지구상에서 인권과 평화의 이상 외의 다른 이상을 추구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는가? 인권과 평화는 과거로 돌아가자는 것이 아니고, 미래로 향하자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보더라도 어느 누구도 전쟁의 위협으로부터 피할 수 없기 때문에 평화를 생각해야 할 것이다. 신문 지상에 북과 미국의 대화가 언제, 어떻게 이루어 질런지에 진지한 관심을 갖는 시민은 얼마나 될까?

우리는 미국이 북에 가한 제재 (sanction)의 부당성을 알면서도 왜 보다 건설적인 유인책으로 여러 인프라 구축을 위한 지원 전략을 택하지 않았는가. 문제를 제기하지도 않는다.

혹은 북한을 완전히 폭파시켜 버리겠다는 트럼프의 군사전략을 문제시 하지 않으면서도 오마마가 택했던 외교 전략을 통한 평화 구축의 장점은 생각지 않는다. 그렇다면, 한번 현실을 보자.

2017년 4월의 자료에 의하면, 세계적으로 히로시마나나 나가사키에 투하했던 원폭의 10만 배에 달하는 핵폭탄 15,400개가 존재한다. 러시아와 미국이 선두로 핵 무장을 하고 있으며 러시아는 현재 7300개, 미국은 7000개의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행여 미국이 북한을 겨냥해 북한을 공격한다면, 중국이 가만히 보고만 있을 것인가? 가장 큰 피해는 한반도가 몽땅 껴안는다. 이게 평화를 생각해야만 하는 우리의 현실이다. 그런데 우리는 갈라진 채로 별 대책이 없이 진보와 보수의 갈등만 첨예화 시킨다.

어디에서 인용했는지 기억에는 없지만, 사상가이자 인권운동가 함석헌(1901-1989)은 생전에 '전쟁은 최고의 사치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20세기 제국주의가 판치던 시대에 살았고, 국가폭력 아래서 씨알들이 자유를 박탈당하고 삶이 억압당하는 것을 목격했다.

물질주의와 강한 군사력만이 중요시 되는 제국주의시대를 살면서 그는 인간의 생명을 담보로 이윤추구에만 혈안이 되어있는 군수산업과 자본주의 사회구조에 엄중하게 경고를 보냈다. "사치스런 삶을 위해서 막대한 자원을 낭비하는 것은 인류에게 전쟁을 초래 할 수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이윤추구가 모든 것의 동기가 되고, 이윤추구들 위해 기업들은 생활에 필요한 물건보다는 더 이윤을 남길 수 있는 값비싼 물건을 생산한다. 그래서 많은 경우에 정치경제적 힘의 추구는 인류에게 전쟁을 초래했다."

우리의 국방비는 국민에게 상당한 부담을 준다. 평화가 보장된다면, 활동보조인의 활성화, 탈 시설의 본격적 추진, 여유 있는 장애인 연금 등 이런 것이 좀 더 가능해 질 것 아닌가?

너무 추상적인 이야기가 되기 전에 유엔권리위원회의 이야기 하나를 소개한다. 2013년 9월 권리협약위원회의 제네바회의 당시, 상당한 국제문제를 야기했던 시리아의 내전사태가 수많은 전상자를 속출시키는 상황에 대해 성명서를 낼 때 참여했던 기억이 있다.

성명서의 핵심은 전쟁사태가 많은 장애인들을 만들어 내는데, 그들은 전쟁의 희생자로서 특별한 보호와 안전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그 성명서의 핵심은 「권리협약」 11조에 명기 된 대로 ‘당사국은 국제 인도주의 및 인권 법에 준하여 군사갈등 등 위험을 조장하는 상황 하에서는 장애인에 대한 보호와 안전이 필요하다는 것을 천명했다.

여성차별금지협약(CEDAW)은 군사갈등은 장애 여성들과 소녀들이 특히 폭력과 압박에 노출된다는 것을 주시한 바 있다. 이 위원회는 가자지역 분쟁에서 여성들이 당한 대대적인 피해, 특히 여성 장애인과 소녀들이 처했던 심각한 위험에 노출되었던 점도 부각시켰다.

세계적으로 장애인 대표단체(DPO)는 여성의 권리 옹호에 괄목할 만한 기여를 했는데, CEDAW도 이를 인정하고 Women Enabled International(WEI)의 보고서를 높이 평가했다.

실제로 나이지리아의 여성 단체는 군사갈등 상황 속에서 여성과 소녀 장애인들이 심한 차별과 폭력의 대상이 되었던 것을 보고 한 바 있다. 이러한 사례는 허다하다. 우선은 전쟁 사태에서 의도적으로 민간을 타격목적으로 하는 것을 피해야 하며, 민간의 생명 위협이나 부상을 입히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경고 했다.

동시에 시리아 전체에 전쟁 전부터 이미 장애가 있는 민간에 대한 도움 즉, 의료나 긴급 구호, 지원이 모든 장애인에게 어려움이 없이 전달되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해줄 것을 촉구했다.

한발 더 나아가, 위원회는 장애를 갖게 된 시민이 난민이 되어 타국에 당도했을 경우 이미 상당한 인간적 고통을 겪은 그들에게 조금의 차별 없이 난민으로 받아줄 것도 강하게 요구했었다. 권리협약 18조의 원칙이다.

그러나 실제로 장애를 가진 난민들이 난민으로 수용되는 데에는 소위 ’이민의 나라‘라고 칭해지는 호주의 경우만을 보더라도 상당한 어려움이 뒤 따랐다.

그런데 우리로 하여금 ‘평화를 생각게 하는’ 전쟁이라면 구태여 시리아까지 갈 필요가 없다. 우리는 6.25를 거치면서 얼마나 많은 생명과 가족을 잃었으며, 장애인은 얼마나 많이 생겨났던가?

오래전 한 통계에 의하면 6.25 직후 장애인은 3만 여명, 부상을 당한 민간인은 30십만 명에 달했고, 난민은 250여 만 명, 그리고 고아는 10만 명이었다고 한다. 이 숫자에 실감은 가지 않지만, 상이 ·군경을 포함한다면 통계가 훨씬 늘어날 것이다.

국가가 책임지지 못한 전상자들, 수많은 장애인들이 온 거리로 몰려다니며 껌과 연필을 강매하며 심한 민폐를 끼쳤던 것을 기억한다. 아마도 그 때 전통적인 고정관념과 더불어 장애인에 대한 혐오와 차별, 편견이 극에 달했을 것이다. 모두가 전쟁 때문이 아니었던가?

다시는 그렇게 가난하고 부끄러운 삶을 살던 시대가 오지 않기를 바란다. 이상하게도 가난이 있는 곳에 전쟁, 군사 분쟁이 첨예화되며, 세계 15억 장애인 중 80%가 개발도상국, 혹은 전쟁과 군사 분쟁이 고도화되고 빈곤한 아프리카 중동 지역에 집중되어 있다.

평화와 인권이 절실한 나라들이며, 세계의 장애계가 관심을 가져야 할 거대지역이다. 실제로 ‘국경없는 의사회 (MSF)’의 잘 알려진 활동 외에도 스웨덴, 영국, 프랑스 등의 국제 개발 협력국외에도 핸디캡 인터내셔널 등 많은 국제기구들이 빈곤퇴치, 의료, 교육 등 포괄적인 장애 영역의 인도주의 사업에 참여 한다.

한국도 Koica의 지원이 늘어나기는 했지만, 한국의 장애계도 국제사업 역량을 키워 보다 적극적으로 빈곤퇴치 인권, 평화를 위한 세계적인 움직임에 동참했으면 한다. 이것이 우리스스로를 성숙한 시민으로 만들며, 평화의 이념을 행동으로 옮기는 첫발이 될 것이다.

*이 글은 전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 김형식 위원 님이 보내왔습니다. 에이블뉴스 회원 가입을 하고, 취재팀(02-792-7166)으로 전화연락을 주시면 직접 글을 등록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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