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아인의 1종 보통면허 취득을 전면 허용하라!

경찰청은 내년부터 제1종 운전면허의 청력 기준이 55dB(데시벨)에서 70dB로 완화된다는 내용을 발표하였다. 이는 얼핏 보면 완화되는 법개정으로 농아인에게 대단한 혜택이 주어질 것 같지만 사실상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현재의 법령과 별반 차이가 없다. 70dB의 소리를 인지한다는 것은 장애인복지법 상의 청각장애4급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1급부터 3급까지의 등록청각장애인이 전체 청각장애인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현실을 볼 때에 경찰청의 농아인에 대한 제1종 운전면허 청력기준 완화는 현재의 법령과 대동소이하다고 할 것이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1월 21일 경철청장에 대하여 '보청기를 사용하고도 40데시벨의 소리를 들을 수 없는 농아인이 비사업용자동차의 운전에 한하여 제1종 보통면허를 취득할 수 있도록 「도로교통법」의 관련규정을 개정' 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그런데 경찰청은 이와 같은 국민권익위원회의 권고를 무시한 채 청력기준 완화로 본 사안을 매듭지으려 하고 있다.

경찰청의 연구용역을 기초로 한 지난 7. 16 청각장애인 운전면허제도 개선 관련 공청회에서도 이상완 박사(대한교통의학회)는 '사람의 감각기능 중 시각에 의해 90%의 정보를 습득하고, 이 중 청각이 차지하는 비중은 5%정도이며 이는 운전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많은 연구를 통해 청각이 교통사고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발표되었다'고 언급하였다. 또한 이호기 원장(소리이비인후과)은 '70데시벨이라는 기준은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고, 실제의 운전상황과는 무관하다'고 하였다.

농아인의 1종 보통면허 취득은 단순한 운전면허 취득의 차원이 아니다. 9인승 차량의 생산중단으로 앞으로 농아인들이 운전할 수 있는 차량의 범위는 더욱 좁혀졌다. 건청인 또는 구화 중심의 교육이 실시됨에 따라 학습능력이 현저히 낮은 농아인들은 결국 취업현장에서도 대다수 외면당하며, 대부분 일용직, 자영업에 종사하게 된다. 이러한 농아인에게 있어서 운전면허 취득은 생존권과도 직결되는 사안이다.

경찰청은 선진국의 법령보다도 본 건의 개정안이 더 앞선 것이라면서 우려를 표했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에 의문이 든다. 우리나라는 독자적으로 판단해서 우리나라의 특성에 맞는 법을 제․개정할 수 없는 것인가? 무조건 상황에 맞지도 않는 외국의 법령을 모방하면 안전한 것인가? 우리나라보다 농아인에 대한 복지가 체계적으로 정비되어 있는 외국에서는 어찌 보면 운전면허 취득은 절박한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상황은 다르다. 농아인에게는 생존의 문제이다.

이에 본 회는 경찰청에 다음 내용을 강력히 촉구한다.

1. 농아인의 1종 보통면허 취득을 전면허용하라!

2008. 9. 24.

사단법인 한국농아인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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