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SBS에 방영된 최씨 사건을 통해 드러난 대구시의 야만적인 사회복지시스템을 고발한다.

27일 우리는 SBS의 한 프로그램을 통해 방영된 한 장애인의 삶을 보며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사람이 산다고 믿기지 않는 폐허 같은 집에서 대소변을 온몸에 묻힌 채 배고픔을 해결하지 못해 개밥과 쓰레기를 뒤적이는 최00 장애인의 이야기였다. 함께 살고 있는 동생부부는 장애인 형 앞으로 나오는 기초생활수급비에 의지해 생계를 이어갈 만큼 형을 돌볼 수 없는 상황이었고 대소변이나 식사조차 챙겨줄 수 없는 상황에서 형에 대한 스트레스는 고스란히 형에 대한 학대로 나타내고 있었다. 동생의 잔인한 폭력에도 저항하거나 고통을 표현하지 않는 모습은 지속된 폭력과 고립의 시간들을 말해주고 있었다.

도심 한복판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 충격적인 상황은 이웃과 자원봉사자의 말에 의하면 십 여 년이 넘게 지속되었다고 했고 관할 동사무소는 수급자관리 차원의 형식적인 방문과 시설입소를 권유하는 정도였고 관할구청과 시는 위기상황 조차도 전혀 몰랐다고 했다. 주민통합시스템 구축이다 하면서 생활 가까이 찾아온다는 행정의 등잔 밑이 어두워도 이렇게 어두울 수가 없다. 이 사회가 시급히 지원하고 보호해야할 대상으로 정한 기초생활수급자였음에도 제대로 수급비가 사용되고 있는지 조차 파악되지 않았고 한눈에 보아도 학대와 방치에 놓여 있음이 확인되는 위기대상에 대한 지원방안이 현재로선 시설입소밖에 없었다고 했다.

방송이후 동생은 폭력혐의로 구속되었고 관할 구청은 담당공무원을 대기발령 조치하였다. 하지만 장애인이 사회 속에서 한 인간으로서 살아가는데 있어 일차적인 책임을 가족에게 전가해 온 사회구조 속에서 장애인에게 가해진 폭력과 방치가 개인의 죄질로 다뤄질 문제만은 아니다. 최씨에게 가해진 폭력은 동생의 폭력이 아닌 장애인을 비롯한 사각지대에 놓인 사회적 약자와 그 가족들에게 이 사회가 가해왔던 폭력인 것이다.

또한 위기상황에 놓인 장애인의 실태파악 조차도 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담당공무원을 문책하는 것으로 다시는 이러한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할 수 있단 말인가! 이는 수십 명의 위기대상을 혼자서 담당하고 있는 공무원이 더 열심히 하지 못한 개인의 문제로 바라볼 것이 아니라 이를 사전에 발견하고 지속적으로 지원해갈 인력과 체계가 없는 사회복지시스템 자체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방송을 통해 드러나야 알 수 있을 만큼 지역사회에서 고립되고 방치된 채 끔찍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중증장애인은 비단 최씨 만이 아닐 것이며 장애인을 낳은 죄인으로 살아가고 있는 장애인 가족들의 피눈물 또한 지금도 계속되고 있을 것이다. 이번 사례를 계기로 이 사회가 장애인에게 가하고 있는 처참한 폭력과 방치에 대한 심각성을 실감하고 대구시는 사회복지를 살기 좋은 도시를 포장할 때만 쓰고 예산과 정책의 집행에서 늘 뒷전으로 밀쳐낸 것을 반성하여야 할 것이다. 이에 관할구청을 비롯한 대구시는 사각지대에 놓인 위기대상자들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여야 할 것을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대구시와 관할구청은 학대, 방치 등 사각지대에 놓인 장애인에 대한 종합적이고 실효성 있는 실태조사를 실시하라.

2. 대구시와 관할구청은 학대, 방치 등의 위기상황에 처한 장애인을 조기에 발견하고 지속적인 사례관리와 지원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예산과 인력을 확보하고, 종합적인 지원체계를 마련하라.

3. 관할 구청은 최씨 사건에 대해 동사무소 담당자 개인의 책임으로만 전가하여 문책하지 말고 최씨와 같은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급하게 사회복지시스템을 보완하고 장기적인 계획을 수립하라.

2008. 5. 28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구사람장애인자립생활센터, 대/장/교/연, 대구경북대학생사람연대, 민주노동당 대구시당, 인권운동연대, 장애인지역공동체,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 한국사회당대구시당

저작권자 © 에이블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