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년 말이 다가온다. 그런데 업무에 집중하기에도 모자란 이 중요한 시기에 장애인교원들은 심각한 문제에 봉착한다. 바로 교육청의 편의제공 중단이다.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은 모든 사용자로하여금 장애인에게 정당한 편의를 제공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다. 시설의 개조, 보조기기의 지원, 지원인력의 배치 등이다.

그런데 법을 가장 성실히 이행해야 할 국가 및 지자체에 해당하는 교육감은 소속 교원들에게 충분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고 있지 않다. 특히, 학년 말이 되면 장애인교원들에게 제공되던 지원이 끊기기 일쑤이다. 올해도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정당한 편의는 장애인이 맡은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마땅히 필요한 지원으로서 사용자는 “과도한 부담이나 현저히 곤란한 사정 등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이러한 편의를 지원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것은 동정이나 시혜에 따른 혜택이 아니라 국가가 법으로 정한 모든 사용자의 의무사항이다. 그것을 이행하지 않는 것은 장애인 차별이다.

서울특별시교육청은 중증 장애인교원 중 일부에게 업무 보조를 위한 기간제 근로자를 배치해주고 있는데 이들의 계약 기간은 모두 12월에 종료된다. 많은 학교의 학사일정이 1월 또는 2월까지 이어지는 상황에서 해당 장애인교원들은 가장 중요한 학년 말에 지원이 끊기고 만다. 그러한 편의지원 공백은 다음 학년도가 시작되기 직전인 2월 말까지 이어진다.

인천광역시교육청은 소속 청각장애인 교원들에게 문자통역 지원 예산을 12월 16일까지 모두 소진하라는 공문을 내렸다. 교육청 사업 종료 시점에 맞춰서 모든 예산을 소진하라는 것이다.

12월 중순이면 2학기가 종료되기도 전 시점인데 행정상 원활한 예산처리를 위해서 청각장애인교원은 남은 기간 중 통역을 사용하지 말라는 것이다. 누군가 당신에게 12월 16일 이후로는 모두 귀마개를 착용하고 업무를 하라고 지시한다고 생각해 보라. 그것이 상식적인 조치인가?

서울과 인천, 대구를 제외한 다른 모든 시ㆍ도교육청은 장애인교원에 대한 직접적 편의제공이 전무하다. 그래서 더 이상 중단할 편의조차 없다.

그간 차근차근 소속 장애인교원에 대한 편의제공 업무를 모두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이하 공단)에 위탁하였기 때문이다. 말이 좋아 위탁이지 사실 외주화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외주화가 그렇듯 장애인교원 지원업무를 외주화한 시ㆍ도의 학년 말 상황은 더욱 열악하다.

공단에서 수행하는 사업은 학교 학사일정에 맞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모두 12월 말에 종료된다. 대표적인 사업인 근로지원인 지원사업도 마찬가지이다. 공단은 장애인교원이 근무하는 학교로 근로지원인을 파견하여 업무를 보조하게 하고 있는데 근로지원인의 계약은 모두 12월 31일에 종료된다. 보통 2월까지 이어지는 학사일정과 두 달의 차이가 생기는 것이다.

또한, 대부분의 근로지원인 지원사업 수행기관들이 연차휴가 미사용에 따른 보상비를 책정하지 않기 때문에 학사일정 중에 근로지원인이 연차휴가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근로지원인의 연차휴가 사용이 고스란히 장애인교원의 지원 공백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연말이 다가오면서 근로지원인이 휴가를 몰아서 사용하면 장애인교원은 가장 바쁜 학년 말에 가장 필요한 지원을 못 받게 된다.

여기에 만성적인 근로지원인의 고용 불안이 더해져 장애인교원은 학년 말이 되면 근로지원인이 언제 그만둘지 모르는 불안한 상황에서 혼자 전전긍긍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사정에 대하여 모든 업무를 외부 기관으로 위탁한 교육청은 감독도 관리도 하지 않으므로 당연히 장애인교원의 고충을 알려고 하지도 책임지려 하지도 않는다. 그 결과, 장애인교원은 1년 중 가장 지원이 필요한 학년 말에 가장 취약한 근로환경에 내던져진다.

더욱 통탄할 일은 이렇게 12월 말에 종료된 정당한 편의제공이 역시 학교에서 가장 바쁜 학년 초까지 재개되지 않는 경우도 허다하다는 사실이다.

실제로 최근 교육청이 아닌 공단에서 근로지원인을 배치받아 지원받던 서울의 한 청각장애인교원은 열악한 근로환경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정신의학과 치료를 받다가 더 이상 근무를 지속할 수 없어 병가를 신청하였고 학년 말까지 공무상병가를 인정받았다.

청각장애인교원인 A교사는 올해 2월, 서울특별시교육청에 업무보조 인력을 신청하였지만, 담당자로부터 업무보조 인력을 제공할 수 없으니 공단으로부터 근로지원인 제도를 이용하라는 안내만 받았다.

하지만 업무가 가장 바빴던 4월 중순까지 근로지원인은 구해지지 않았다(근로지원인이 처음 배치된 날짜는 2022년 4월 18일임). A교사가 학년 초 의사소통 지원을 못 받는 사이 담당 학급에서는 연속으로 사건이 발생하였고 A교사는 교육활동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었을 뿐 아니라 불안 증세로 병원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어렵사리 구해진 근로지원인 또한 1학기가 채 끝나기도 전인 6월 30일에 퇴사하였으며 이후 수개월간 A교사는 어떠한 편의지원도 없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근무를 이어왔다.

결국, A교사의 상태는 더 이상 업무를 지속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으며 마침내 학년 말까지 공무상병가를 신청하였다. 공무원연금공단은 이에 대하여 적응장애로 인한 공무상병가를 인정했다.

장애인교원의 병가 사유가 교육청의 편의 미제공과 긴밀한 관련이 있음이 공식적으로 인정된 셈이다. 교육청이 업무보조 인력을 제때 제공만 했더라도 이러한 문제는 예방될 수 있었다.

만성적인 편의지원 부족은 애초에 장애인교원이 주요 업무에서 배제되는 구조적 차별도 낳고 있다.

위와 같은 열악한 근로환경을 개선하여 장애인교원이 장애가 없는 다른 교원과 동등한 조건에서 일하게 하는 것이 「장애인차별금지법」 상 사용자의 의무이지만, 대부분의 학교는 ‘지원이 열악하니 일을 하지 말라.’는 배제의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

문제는 그러한 배제를 대부분의 관리자는 ‘배려’라고 착각한다는 것이다. 장애인교원들이 주요 업무에서 배제가 되어 있으니 교육청은 학교에서 별다른 고충이 발생하지 않는 줄로만 안다. 이제는 이러한 차별적 학교 근로환경을 교육청이 나서서 개선해야 한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제87회 총회에 장애인교원 지원 안건 긴급 상정을 요구한다

마침 11월 24일은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제87차 총회가 있는 날이다. 이날은 이주호 신임 교육부 장관과의 상견례도 예정되어 있다고 한다.

어차피 장애인교원에 대한 차별적 근로환경에 신경 안 쓰기는 교육부도 마찬가지이니 이 자리에서 17명의 교육감들과 교육부 장관이 머리를 맞대고 한마디라도 장애인교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에 대하여 논의해주기를 바란다. 장교조는 아래 열 가지 세부사항을 포함한 장애인교원 지원 안건을 제87차 총회에 긴급 안건으로 상정할 것을 요구한다.

첫째, 학년 말 장애인교원 긴급 고충을 해결하라. 12월 말 사업 종료로 인하여 중단되는 의사소통 지원, 지원인력 계약 종료 등 정당한 편의제공 중단에 대하여 즉시 전수조사하고 시정하라. 또한, 학교에서 가장 핵심적인 업무가 이루어지는 학년 말, 신학년 준비 기간과 학년 초에 편의제공의 공백이 생기지 않도록 교육청이 직접 철저히 감독ㆍ관리하라.

둘째, 2023년도 교육청 내 업무분장 시 장애인교원 지원 업무 전담 보직을 신설하라. 그동안 외부기관으로 외주화해 온 장애인교원 지원 업무는 모두 임용권자인 교육감의 업무이다.

장애인교원 차별 및 교권 침해 상담 및 고충처리, 장애인교원 맞춤형 편의제공, 교육청의 장애인교원 관련 의무사항 관련 법령 및 행정규칙 이행 여부 점검, 장애인교원 실태조사 및 정례적 협의회 실시, 유관 기관과 유기적 협력 체계 구축 등 그동안 교육청이 방기해 온 업무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전국 17개 시ㆍ도교육청 중 장애인교원 지원 업무를 전담하는 직원을 둔 교육청이 단 한 군데도 없다는 것은 교육청이 수행해야 하는 장애인교원 차별 금지 의무를 철저히 방기해 왔다는 방증이다.

셋째, 2023년도 장애인교원 지원 예산을 수립하라. 현재 17개 시ㆍ도교육청 중 대다수의 교육청에 장애인교원 관련 예산이 전무하다.

2022년 말까지 작게나마 편성돼 있던 장애인교원 지원 예산을 단 한 푼도 집행하지 않은 교육청도 있다. 17개 시ㆍ도교육청 내 담당자들은 입을 모아 2022년 1월 21일부터 한국장애인고용공단의 사업 적용 범위가 공무원까지 확대된 것을 가리키며 편의제공 업무가 공단으로 이관되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새빨간 거짓말이다. 법 개정의 취지는 공무원인 장애인에 대한 안전망을 확충하자는 것이지 교육청의 편의제공을 중단하라는 것이 아니다. 2023년도 예산에 장애인교원의 유형 및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 예산을 편성하고 장애인교원 소속 기관에서 실질적 업무가 종료되는 시점까지 집행할 수 있도록 조치하라.

넷째, 신학년도 학교 내 업무분장, 신규임용ㆍ전보ㆍ전직ㆍ승진 등 인사 시 장애인교원 차별 근절 대책을 마련하라. 많은 학교에서 학년 초 업무분장 시 소속 장애인교원의 의사를 묻지 않고 장애인교원을 업무에서 배제하거나 업무에 필요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신규 임용과 학교 간 전보에 있어서도 보행상 장애 등 세부적인 장애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낡아빠진 중증/경증 분류에 따라 인사 발령을 내고 있다. 승진이나 교육전문직 전직시험 공고에도 편의제공에 대한 안내는 없다. 지독한 비장애중심주의이자 행정편의주의이다. 학교 및 교육청 인사관리에서 장애인 차별을 근절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

다섯째, 인사 과정에서 장애인교원의 의사에 반하는 개인정보, 민감 정보 유출을 엄격히 감시하라. 장애에 대한 낙인이 여전히 심한 학교 조직 문화 속에서 장애에 관한 정보는 보통 편의제공과 같은 지원보다는 동정과 시혜 또는 혐오로 돌아온다.

장애인교원의 임용 과정에서 편의제공 등 업무상 관련자에게만 장애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정보 이용 시 장애인교원 본인의 동의를 거칠 수 있도록 관련 절차를 마련하라.

여섯째, 장애인교원이 근무 또는 근무 예정인 학교에 장애물 없는 환경을 조성하라. 지체장애인교원이나 뇌병변장애인교원이 근무하는 학교에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어 있지 않고, 청각장애인교원이 근무하는 학교에 경광등과 전광판이 설치되어 있지 않고, 시각장애인교원이 근무하는 학교에 점자보도블록이 깔려 있지 않은 학교가 여전히 매우 많다.

전자칠판 설치나 교무실 리모델링은 대대적으로 하면서 소수인 장애인교원을 위하여 단 한 푼의 시설 예산도 편성하지 않는 것이 현재 17개 시ㆍ도교육청의 공통된 기조이다. 장애인교원이 근무하거나 근무할 예정인 학교에 선제적으로 예산을 교부하여 해당 교원이 안전하게 생활할 수 있는 장애물 없는 환경을 우선적으로 조성하라.

일곱째, 장애인교원의 연수에 필요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라. 「교육공무원법」 제38조제3항은 장애인인 교육공무원이 연수에 참여하는 데 불이익이 없도록 연수에 필요한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학교와 교육청, 연수원, 사설 연수원 등 연수를 실시하는 교육기관에서는 편의가 무엇인지조차 모르고 있다. 지원인력이나 통역 서비스를 요구해도 예산이 없어 지원이 어렵다는 답변을 받는 경우가 부지기수이다.

장애인교원의 연수 참여가 실질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적절한 예산을 편성하고 교육청 내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연수에 장애인 편의를 제공하도록 관련 법령과 지원 방법을 안내하라.

여덟째, 교육청 및 학교의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 시 장애인교원 지원에 관한 내용을 포함하라. 대부분의 교육기관에서 이루어지는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에 장애인교원에 대한 내용은 빠져 있다.

함께 일하는 동료인 장애인교원에 대해서 학교 관리자와 부장 교사 및 동료 교사들이 장애 감수성 없는 발언을 일삼거나 업무에서 배제하고, 심한 경우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실제로 다수 발생한다.

그 기저에는 천박한 장애인 관련 인식이 자리한다. 학생들에 대한 장애이해교육 운운하기 이전에 동료 간 인식부터 개선할 수 있도록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을 내실화하라.

아홉째, 교원 수급 계획에 장애인교원 수급 계획을 별도로 마련하도록 교육부에 건의하라. 교육청의 장애인 의무고용률 미달 사태는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왜 장애인을 뽑지 않느냐는 질문에 교육청들은 교육부나 교원양성기관 탓을 하면서 정작 교원 수급 계획에 장애인교원에 대한 수급 계획을 요구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이번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제87차 총회 안건에 ‘교원수급모델 정책연구를 교육부에 공식 건의한다’는 안건이 포함되어 있다. 이때 장애인교원 수급 모델을 별도로 건의하라.

또한, 교원 수급의 결과로 발생한 장애인 의무고용률 미달에 따른 고용부담금 납부를 장애인교원 지원 업무를 한국장애인고용공단으로 이관하는 핑계로 삼지 말라. 의무를 이행하지 못해 납부하는 부담금을 장애인교원을 위한 지원금으로 호도하는 비겁한 태도이다.

열째, 실효성 있는 장애인교원 지원 조례 제정 추진하라. 장애인교원들은 위와 같은 정당한 지원 요구를 교육청 실무 담당자들에게 수도 없이 했다. 그때마다 돌아온 답변은 관련 규정이 없다는 동문서답이었다.

관련 규정이 없는 것은 장애인교원들의 탓이 아닐뿐더러 「장애인차별금지법」이라는 관련 법은 그들에게는 관련 규정이 아니라는 말인가? 시ㆍ도교육청별로 세부적으로 마련할 규정은 시급하게 마련하라. 또한, 관련 내용이 조속한 시일 내에 구속력 있는 법령인 시ㆍ도 조례로 제정될 수 있도록 적극 추진하라.

학년 말이 되면 모든 교사는 초긴장 상태가 된다. 학기 중 실시한 평가를 마무리함과 동시에 1년 동안의 교육 활동과 학생 관찰 사항을 학생생활기록부에 기록해야 한다. 부서 업무를 마무리하고 학생들의 종업식과 졸업식도 준비해야 한다.

그리고 그 모든 업무가 끝나면 다시 새로운 학년도를 준비해야 한다. 모든 조직이 그렇겠지만, 시작과 끝은 늘 중요하다.

특히, 학교는 학생들의 진급과 진학을 책임지는 공적인 교육기관이어서 그 중요성은 더욱 막중하다. 학생 한 명 한 명의 1년의 기록은 그들이 미래에 살아갈 삶의 중요한 기준점이 되므로 교사들은 이 시간을 1분 1초도 허투루 보낼 수 없다.

장애인교원도 학년 말과 학년 초에 학교 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근로환경을 시급히 정비해야 한다.

장애인교원이 장애인이 아닌 교원과 동등한 조건에서 일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임용권자인 교육감에게 부여한 의무이다. 거듭 말하건대, 그것을 이행하지 않는 것은 장애인 차별이다. 더 이상 교육청이 장애인 차별을 가르치는 교육기관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

2022년 11월 18일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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