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이 ‘또’ 목숨을 잃었다. 2022년 9월 14일, 경기도 용인시에서 30대 정신장애인이 사설 구급대원에 의해 강제입원되는 과정에서 사망하고 말았다. 고인의 어머니는 아들을 정신병원에 입원시키기 위해 사설 구급대원을 불렀다. 고인은 입원을 거부하며 실랑이를 벌였다. 구급대원들은 고인의 가슴을 누르며 제압하였고, 고인은 심정지를 일으켰다. 고인은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끝내 사망하고 말았다.

이 사건은 아직 수사가 진행 중인 사안으로, 사망 원인에 대해 관계자들을 조사하는 동시에 부검이 진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우리는 고인의 죽음이 폭력적인 강제입원 과정으로 인해 발생했을 가능성에 주목한다. 구급대원들이 가슴 부위를 제압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심정지를 일으킨 것으로 보았을 때 과잉 제압이 사망원인이 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강제입원은 헌법 제12조에서 보장하는 신체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다. 헌법은 고문을 당하지 않을 자유를 명시하고 있다. 이번 사건에서 구급대원들이 가슴을 제압한 행위는 고문으로 볼 수 있다. 강제입원은 당사자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행위이다. 강제입원은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 장애인권리협약(CRPD)을 위반한다. 올해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는 협약 14조에 근거하여 비자발적 자유 박탈을 허용하는 모든 입법조항을 폐지하고, 강제 수용을 명시적으로 금지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0년 비자의입원율은 보호의무자 입원과 행정입원을 합쳐 33%에 달한다. 이것도 2016년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으로 인해 비자의입원 요건이 강화되면서 ‘그나마’ 줄어든 것이다. 게다가 강제입원을 제도적으로 견제해야 할 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입적심) 역시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입적심에서 퇴원 결정이 내려지는 비율은 1%에 불과하다.

강제입원과 시설 수용으로 인한 폭력과 학대, 죽음이 반복되는 현실에서 강제입원과 시설 입소 요건의 강화는 더 이상 대안이 될 수 없다. 강제입원은 치료가 아니라 폭력이다. 시설 수용은 돌봄이 아니라 학대이다.

비극의 재발을 막기 위해 우리는 정부에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장애인권리위원회의 권고를 받아들여 강제입원을 허용하는 모든 조항을 폐지하라.

2. 정신적 장애인을 포함하는 탈원화, 탈시설 정책을 수립하고 법제화하라.

3. 정신건강복지법과 장애인복지법을 장애인 당사자의 자기결정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개정하라.

정신장애인들이 겪는 신체의 자유 억압과 자기결정권 박탈, 주거권 침해를 자폐성 장애인과 지적장애인 역시 겪고 있다. 강제입원과 강제수용, 시설화는 신경다양인 전체의 의제가 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모든 신경다양인과 함께, 장애인의 자유와 기본권을 침해하는 모든 시도에 저항할 것이다.

2022년 9월 19일

신경다양성 지지모임 세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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