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한국 문화콘텐츠 시장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넷플릭스였다. 2020년 〈사랑의 불시착〉, 〈이태원 클래스〉에 이어 2021년 〈오징어 게임〉, 〈지옥〉 등 히트작들이 줄줄이 나오며 인기를 얻은데 힘입어 넷플릭스는 국내 드라마 창작자들을 지원하며 드라마의 세계화에 앞장서고 있다.

이런 결과로 발생한 ‘침식’이 앞으로 우리 산업발전에 도움이 되든, 방해가 되든 간에 한국 문화콘텐츠 창작시장에서 넷플릭스는 이제 부정할 수 없는 핵심 관계당사자 중 하나이다.

그러나 최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이하 ‘우영우’)의 본격적 크랭크인Crank in 소식을 들은 데에 대해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제작사가 공식성을 인정한 보도에 따르면, 주인공 우영우는 소위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는 ‘자폐증’을 가진 변호사라고 한다. 여기서부터가 문제다. 당장 1일부터 전세계적으로 시행되는 국제질병사인분류 제 11판(ICD-11)에 따라 ‘아스퍼거 증후군’은 역사 속으로 사라져야만 한다.

아울러 자폐는 질병이 아니라 장애라는 사실이 이미 증명되었음에도 ‘자폐증’이란 차별표현이 기사에 쓰였다는 것은 제작사가 자폐당사자를 ‘서번트 신드롬’의 연장선에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다.

또한 자폐당사자는 이중공감문제Double Empathy Problem, DEP에 따라 자신의 소통 방식이 일반신경인과 다르기에 발달 문제가 발생하는 것일 뿐, 실제로는 장애를 가지고 않고 있다는 학설이 형성되고 있는 와중에도 제작사는 사회성 부족과 낮은 EQ를 주인공의 약점으로 표현하며 마음이론Theory of Mind과 장애의 의학적 모델Medical Model of Disability에 따른 자폐차별적 관점을 가지고 있음을 드러낸다.

물론 우리는 이러한 설정이 그동안 한국 문화콘텐츠 시장의 자폐차별적 시선에서 그나마 나아가고자 한 노력이라는 점을 존중한다.

한국 창작자들은 그동안 자폐당사자를 무능력하고 이상한 존재라는 전형과 서번트 증후군이나 초능력을 섞어 묘사하며 당사자를 객체화해 왔다. 그런 의미에서 고등교육을 이수하고 괜찮은 일자리를 얻는 모습을 그려 자폐당사자에 대한 유인원화를 피하고자 한 노력에는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이러한 자폐차별적 드라마가 송출되는 곳이 넷플릭스라는 점이다. 영미권 시장은 인권침해와 차별, 팩트 왜곡에 대한 감도가 타 국가에 비해 높기에 〈설강화〉와 같은 역사왜곡 작품이 설 수 없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 시장에 ‘아스퍼거 증후군’을 들먹거리는 드라마가 출시되는 순간 미국, 유럽권 시청자들이 들고 일어나 불매를 일으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렇게 된다면 한국 드라마의 신뢰도가 이 작품을 통해 급격히 내려갈 것이 우려된다. 자폐 특성을 왜곡하고 일반신경인을 자폐당사자 역으로 두어 비난을 산 시아Sia의 2020년작 〈뮤직〉Music 논란이 재현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우영우’ 제작사는 이미 〈지리산〉으로 국내 문화콘텐츠 유저들의 반감을 산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우영우’가 내용 수정 없이 전세계 넷플릭스에 송출된다면 국내 3만 등록자폐당사자와 2만 미등록당사자, 수십 만 신경다양인과 가족들의 가슴을 찢게 될 것이며 전세계 자폐당사자의 비난, 그 뿐만이 아닌 전세계적 역풍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더 이상의 국격 실추를 막기 위해 간곡히 충언드린다. 자폐차별적 설정, 지금이라도 전면 수정하시길 바란다.

2021년 12월 31일

성인자폐(성)자조모임 est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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