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락원 사태는 아직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제대로 된 진상규명, 근본적인 시설폐쇄와 탈시설을 촉구한다.

11월 15일, 오늘로 범죄시설 성락원 폐쇄 촉구 1인시위가 100일차를 맞았다. 지난 5월, 공익제보를 통해 거주인 물고문 사건이 알려지면서 ‘성락원 인권유린 사태’가 세상에 드러났다. 그러나 이는 반쪽짜리 사실이다. 성락원에서 탈시설한 장애인 당사자들은 이미 수년간 성락원 내 학대 피해와 인권유린 실태를 증언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 사회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물고문 사건에 분노했을지언정, 그 이면에 존재하는 ‘수용정책’의 폭력에 대해서는 주목하지 않았다.

이에 성락원에서 탈출하듯 나왔던 당사자들은 ‘성락원은 집이 아니라 감옥’이었다며 집단수용의 폭력을 고발하고, 경산시에 책임을 묻기 시작했다. 지역 시민사회단체들은 성락원 사태의 철저한 진상규명과 탈시설 권리 실현을 위해 대책위를 결성했다. 지난 6월 21일부터 성락원에서 퇴소한 탈시설 당사자들과 활동가들은 매주 평일 점심과 오후, 경산시청 앞 1인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대책위는 당사자들과 함께 기자회견, 항의면담, 노숙농성에 이르기까지 수차례 경산시와 관계기관을 찾아 성락원 사태의 제대로 된 해결을 촉구해왔다. 매 순간마다 경산시의 관리 감독 소홀과 늑장 대응, 범죄시설 봐주기 행정 문제가 불거지며 사태가 해결되기는커녕 악화되어 왔기 때문이다.

일부 가해자들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한 차례 전수조사가 실시되었을 뿐, 성락원 사태는 아직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 여전히 학대 피해자는 시설에 남아있고, 또 다른 인권침해가 계속 드러나고 있다. 그사이 설립자 일가는 별다른 처벌 없이 ‘자진사퇴’하고 새로운 운영진들에게 시설을 팔아넘겼다. 거주인, 종사자 총 250여명 규모의 전수조사가 실시되었지만 보여주기식 부실조사라는 비판이 일었고, 조사가 시작되던 당일에도 ‘짬처리’용이라며 거주인에게 음식을 강제로 먹이는 학대가 발생했다.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겠다던 경산시는 행정처분을 미루고 미루다 한 차례 ‘개선명령’만을 조치했고, 제보에 대한 불이익으로 쫓겨난 공익신고자를 3개월째 방치하며 보호조치를 외면하고 있다. 이것이 지난 6개월의 과정이자, 우리가 100일간 1인시위를 이어온 이유이다.

성락원은 경북 안에서도 가장 큰 규모의 초대형 시설이다. 200명 정원의 시설에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200명 이상의 거주인들이 성별 구분도 없이 함께 살았다. 성락원은 1953년, 한국전쟁 직후 영아시설로 설립되었으나 중증장애인 요양시설로 전환하며 초대형 수용시설로 탈바꿈했다. 이 과정에서 설립자 일가는 장기간 운영권을 세습하며 사업을 확장해왔고, 사람을 ‘수용’하는 대가로 막대한 국가보조금을 지원받았다. 성락원 인권유린 사태는 새로운 사건도, 일부 부도덕한 개인의 일탈 행위도 아니다. 지난 70여년 간 시설이라는 구조와 통제 속에서 자행되었던 인권유린의 단면이자, 사람을 집단으로 격리수용 해 억압해온 결과이다. 때문에 성락원 사태는 이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접근 없이는 아무것도 해결될 수 없다. 일부 가해자만의 문제로 축소되어 유야무야 사건이 무마되지 않도록, 제대로 진상이 규명되고 관련자에게 분명한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제도적 학대’인 수용정책을 성찰하고 거주인들이 지역사회로 돌아와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우리는 투쟁을 계속 이어갈 것이다.

그러나 최근 성락원 투쟁을 대하는 경산시의 태도는 매우 우려스럽다. 경산시는 여러 언론을 통해 ‘장애인 시설 민원’으로 소속 공무원이 격무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났다며,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을 성락원 투쟁과 연결 짓고 있다. 이는 지역사회가 단 한 번도 주목하거나 듣지 않았던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위축시키는 발언이자, 사태를 악화시켜 온 책임에 대한 최소한의 성찰도 없이 성락원 사태와 당사자들의 투쟁을 왜곡하는 태도다. 우리는 작고한 사회복지과 공무원 A님과 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애도를 전하며, 공직 사회 내 업무가 집중된 일선 공무원 노동자의 격무 환경에 대한 돌아봄 없이, 비난의 화살을 면하고자 절실하게 투쟁에 나선 사람들을 탓하는 경산시의 태도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성락원 사태는 아직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았다. 이제 겨우 빙산의 일각에 불과한 학대 사건이 드러났을 뿐이다. 공익신고자는 여전히 업무에 복귀하지 못했고, 진상규명과 가해자 사법처리도 완료되지 않았다. 학대 피해자들은 여전히 가해자들과 분리조차 되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150여명의 사람들이 단지 ‘장애’를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성락원에 수용되어 있다. 이것이 우리가 투쟁을 멈출 수 없는 이유다.

우리는 1인시위 100일차를 맞이하며 다시 한 번 요구한다. 경산시는 너무 늦게서야 탈시설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마주하게 된 것을 부끄러워하길 바란다. 성락원 사태가 이 지경까지 악화 되도록 관리감독을 소홀히 하고 수용정책을 유지해왔던 과거를 반성하길 바란다. 공익신고자 보호조치를 즉각 실시하고, 성락원 사태의 진상규명과 탈시설 권리보장에 적극 나설 것을 촉구한다. 언론이 물리적인 폭력, 특정한 학대 사건을 넘어 성락원에 수용되었던 당사자들의 목소리와 우리 사회의 제도적 폭력인 ‘수용정책’의 이면에 주목하길 바란다. 무엇보다 더이상 장애를 이유로 시설수용이 당연하게 용인되지 않기를, 우리가 지역사회에서 만나는 이웃으로, 동료 시민으로 함께 살아가길 바란다. 이 모든 것이 제대로 해결될 때까지, 우리는 계속 투쟁해나갈 것이다.

2021. 11. 15.

경산 성락원 인권침해 진상규명 및 탈시설 권리 쟁취를 위한 대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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