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시인이 이야기했던 잔인한 4월, 밖으로는 군부 쿠테타로 인한 민주주의를 갈망하는 미얀마 민중들의 투쟁 열기가 뜨겁고, 안으로는 4월의 보궐선거로 정치 형태를 새로운 선택과 새로운 방법의 접근으로 결정지었고, 1년이 넘게 진행되고 있는 코로나 19로 국민들은 피로가 누적되어 가고 있다.

그리고 또 어김없이 4월 20일이 되었다. 일상이 늘 창살 없는 감옥이었던 중증장애인들에게는 코로나 19로 인한 삶의 어려움이나, 그 전의 삶이나 여전히 숨 막히리 만치 답답한 삶은 마찬가지겠지만, 코로나 19에 따른 삶의 선택 방식에서 여전히 본인의 선택에 상관없이 주변인들에 의해 결정되어진다는 슬픈 진실에 직면한다.

요즘 모 tv 드라마 중에 권선징악의 주제로 약자를 괴롭히는 나쁜 이들에게 대신 복수를 해주는 사이다 같은 드라마가 있다. 지난주 이야기는 지역사회에서 장애인들을 이용해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며 자신들의 배를 불리는 나쁜 이들을 혼내주는 이야기다.

작가가 꽤 지역사회의 장애인 시설(사회적기업)의 검은 커넥션에 대해서 잘 묘사하였다. 선한 가면을 쓰고, 장애인들을 위하는 척, 하지만 결국은 비장애인들의 배를 불리우는, 요즘 지역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장애인 차별, 학대, 착취 등등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어 씁쓸하였다. 드라마와 같이 현실에서도 이런 나쁜 이들을 혼내주었으면 좋으련만, 현실은 드라마와 정반대로 가고 있는 것 같다.

서울시 보궐선거 바로 다음날, 새로운 시장이 선출 된 날, 장애인거주시설 단체를 종합하는 모단체는 장애 부모님들을 앞세워 그동안 진행되어 왔던 서울시 장애인 5개년 계획의 탈시설 정책을 전면 비판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였다.

일면 동의 되는 내용도 있었다. 예를 들어 현재의 지역사회구조가 중증장애인을 자립생활을 온전하게 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라는 내용 등에 동의한다. 하지만 이것에 대한 해결책이 그동안 추진해왔던 탈시설정책이 잘못되어서 일을 중단해야한다는 것이 아니고, 미흡하지만 이것을 조금씩 조금씩 확대시켜 이 사회구조를 친 장애환경으로 바꿔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더욱더 안타까운 것은 그동안 장애인거주시설들이 보여 왔던 폐쇄적이고 반인권적인 잘못들은 반성하지 않은 채 더욱더 교묘하게 부모들을 앞세우고 사회구조의 핑계를 대면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이제 막 첫발을 떼려 하는 장애인의 권리, 탈시설과 지역사회에서의 자립생활 권리를 박탈하고, 장애인권을 위해 열심히 싸워왔던 장애인권단체들을 원칙과 약속도 안 지키는 몰지각한 집단으로 거짓선전을 하면서, 장애인권에 시계바늘을 십수년 전의 반 인권적인 시대로 되돌려 놓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대한민국 뇌병변장애인의 삶은? 의사소통장애를 비롯해 여러 장애를 중복으로 가지고 있어, 인권과 각종 장애관련 법과 서비스에서 사각지대에 놓여, 불이익만을 받는 이들은 과연 어떠한가? 얼마 전 기사에 오십에 가까운 뇌병변장애인이 친모의 학대를 피해 생활하다 모친에게 다시 폭행을 당해 이를 지켜보던 활동지원사의 도움을 받아 경찰에 신고하는 사건이 있었다.

올해 초에는 장애전담 어린이집, 특수학교에서 교사들이 장애아동을 상습적으로 폭행하는 등의 학대가 이루어졌다. 이렇듯 사회 전반적으로 장애인권을 지켜주거나 권리를 찾아주는 예는 거의 없고 학대하거나 차별하고 착취하는 안타깝고, 가슴 아픈 사건 사고가 많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장애관련 서비스나 정책들은 거의 장애복지법에 근거해 이루어지거나 진행되고 있다. 장애인복지법은 만들어진지 30년도 넘었고, 만들어진 배경도 현재의 자립생활 페러다임이 아니고 재활 패러다임이었고, 철저하게 전문가와 공급자 위주로 디자인되어 있어,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프로쿠루스테스의 침대와 같아,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공급되어지는 서비스에 장애인을 맞춰야만 하는 장애인이 소외되는 이상한 법인 것이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여러 장애관련 차별, 학대 등의 사건들은 장애인이 제대로 된 하나의 주체로 인정받지 못하고, 시혜와 동정의 대상으로 정의된 현재의 장애인복지법도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국민을 보호하고, 국민의 권리를 지켜주어야 할 국회와 국민을 대표하고, 대변하는 국회의원들께서는 더 이상 미루지 마시고, 장애인 개인이 온전하게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국가 이데올로기인 법 자체에서 시혜와 동정의 대상이 아닌 권리로서 인정되어진 장애인권리보장법을 제정해야만 한다. 벌써 몇 년 째 국회에서 반복된 발의와 반복된 폐기를 중지하고 장애인의 삶이 권리로서 존중받아야 한다.

아울러 장애인차별과 착취, 학대 등 과거의 낡은 누더기이며, 부끄러운 대한민국의 과거이며, 장애인자립생활의 커다란 걸림돌인 장애인 거주 시설을 단계적으로 정리할 장애인탈시설지원법을 즉각 제정하여 대한민국이 장애인의 권리가 지켜지고,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이 완전히 이루어지길 바란다.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공약 1호가 장애등급제 폐지였다는 사실을 현 정부는 아직 기억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장애등급제를 바꾼다는 것은 그냥 상징적이고 형식적인 것은 아니다. 실질적으로 장애인들에게 돌아가는 서비스의 질과 내용을 바꾸자는데 있다.

한 가지 예를 들면 현재의 보조기기지원은 각 부처별로 원칙과 근거와 형식이 다 제각각이고 필요에 따른 지원이라기보다는 형식적인 나열이라고 밖에 설명할 방법이 없다. 이러한 형식적으로만 존재하는 서비스전달체계를 장애인 중심, 이용자 중심, 필요할 때 이용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전달체계로 바꾸자는 것이다.

이것은 곧 장애인의 권리와 인권을 지켜주는 첫걸음을 떼는 것일 것이다. 현 정부는 더 이상 실질적인 장애등급제 폐지를 미루지 말고 즉각 실현하길 바란다.

장애등급제 폐지하고, 장애인권리보장법과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제정하라.

2021년 4월 20일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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