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고 자폐성장애를 가진 만 4세 아동이 음식을 거부하자 숟가락을 밀어 넣고 입을 막고, 물양치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을 알면서도 어깨를 잡고 입에 칫솔을 집어넣어 양치를 시킨 특수교사의 정서적 학대혐의를 무죄로 확정했다.

아동복지법 및 장애인복지법은 ‘아동(장애인)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를 금지하고 있으며,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몇 가지 점에서 법원의 판단을 수긍할 수 없다.

정서적 학대에 관한 법원의 판단은 계속 발전해왔고 현재 법원은 정신건강과 그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위험이나 가능성이 발생한 경우, 정신건강 및 발달을 저해하는 결과가 발생할 위험이나 가능성에 대한 미필적 인식만으로도 정서적 학대가 성립된다고 본다.

정서적 학대행위라 함은 현실적으로 아동의 정신건강과 그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한 경우뿐만 아니라 그러한 결과를 초래할 위험 또는 가능성이 발생한 경우도 포함되며, 반드시 아동에 대한 정서적 학대의 목적이나 의도가 있어야만 인정되는 것은 아니고 자기의 행위로 인하여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을 저해하는 결과가 발생할 위험 또는 가능성이 있음을 미필적으로 인식하면 충분하다(대법원 2015. 12. 23. 선고 2015도13488 판결 등 참조)

그리고 같은 논지에서 아동에 대한 정서적 학대를 인정한 판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①어린이집에서 만 3세 아동반 담임교사가 피해아동이 점심을 제대로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세를 교정하고 양손으로 피해자의 양쪽 팔을 잡아당긴 후 숟가락을 피해자의 입에 넣어 음식을 먹게 한 사건 (울산지방법원 2016고단3819(1심), 울산지방법원 2017노472(항소심) 사건)

②중학교 특수교육실무사인 교직원이 13세의 중증 지체장애 아동의 의사에 반해 급식으로 나온 장어탕을 피해자의 입 부근에 반복하여 숟가락을 꾹꾹 눌러 가져다 대며 억지로 먹도록 강요한 사건 (광주지방법원 2016고단3031(1심), 광주지방법원 2017노749(항소심) 사건)

이 사건 항소법원은 특수교사의 행위가 ‘아무런 교육적 의도가 없으면서 오로지 피해자의 신체, 정신에 침해만을 가져다주는 행위는 아니어서 일반적인 학대행위와는 차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 그러나 정서적 학대가 인정된 다른 행위들 역시 아무런 교육적 의도 없이 오직 학대 목적에서 행해졌다고 볼 수는 없다.

법원의 판단에 따르면 이 사건 특수교사는 자신의 행위로 피해아동의 정신건강이나 발달을 저해하는 결과가 발행할 위험성이나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는 것인데,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항소법원의 다른 판단들 역시 동의하기 어렵다.

법원은 배려와 주의가 부족한 피고인의 태도가 피해자에게만 국한되지 않았으므로 악의적 감정에서 기인하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거나, 개방된 곳이었으나 학대의 고의가 없다거나, 이 사건 외에 같은 행위를 하지 않았으니 오로지 피해자를 괴롭힐 의도였는지 확인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피고인의 행위를 피해자에 대한 개별적인 교육계획을 다소 무리하게 실행한 것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이는 가해자 입장에서의 해석일 뿐 아니라 피해자의 장애 유형과 특수교육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기인한 판단임이 의심된다.

개별화교육이란 장애유형 및 특성에 맞는 교육목표와 방법, 내용 등이 포함된 계획을 수립하여 실시하는 교육을 말한다. 강압적인 행동 교정은 비장애아동의 경우에도 심각한 정신적 후유증을 남길 수 있는 행위이다.

그런데 피고인은 사회적 상호작용과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특성으로 하고, 아동의 부모가 대안적 방법을 제시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4살에 불과한 자폐성장애아동에게 강압적인 방법의 행동 교정을 하겠다는 개별화교육을 수립했다는 것이다. 이는 누가 보더라도 제대로 된 개별화교육이라 할 수 없다.

피고인은 특수교사로서 아동의 특성에 맞는 개인별 지원계획을 수립하고 이를 시행하는데 실패한 것이 아니라, 아동의 특성을 무시하고 자신의 의사대로 거칠고 강압적으로 피해아동을 다룬 것에 불과하다.

그리고 아동에 대한 정서적 학대 해당 여부는 피고인의 ‘순수한 학대 의도’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그로 인하여 피해자가 어떠한 고통과 상처를 받게 되었는지를 살펴 판단되어야 한다. 교육적 의도와 목적을 이유로 면죄부를 주기 시작하면, 또다시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없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반복될 뿐이다.

2021. 4. 19.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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