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족에 의한 아동학대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지금, 친족에 의한 장애인학대 사례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40대 뇌병변장애인이 수십 년간 이어진 70대 어머니의 상습 폭행을 참다못해 가출해 한 달 가까이 모텔을 전전하다가 활동지원사의 도움으로 어머니를 경찰에 신고한 사건이 발생했으며, 친동생이 지적장애를 가진 누나를 묶어놓고 굶겨 사망에 이르게 한 사건도 발생했습니다.

이러한 친족에 의한 장애인학대 사건은 그다지 새로운 일이 아니다. 부모가 본인의 사후에 비장애인 자녀에게 부담이 될 것을 우려해 장애자녀를 죽이는 일은 한두 건이 아니어서 이미 유형화 되었습니다.

이러한 사건들의 공통적인 원인은 바로 ‘부양의무’다. 장애인이 태어나면 1차적으로 그 부모에게 부양의무가 지워지고, 부모의 사후에는 형제에게 부양의무가 지워지게 됩니다. 운이 좋아 결혼을 해 자녀가 생기면 그 자녀에게 또 부양의무가 지워지게 됩니다.

조선시대 여성들에게 지워진 천형 같은 ‘삼종지도’가 21세기 장애인에게 그대로 적용되는 것입니다. 이 부양의무는 가족들에게 장애인을 가족구성원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제거하고 싶은 ‘짐’으로 규정하게 되고, 이것이 극단적으로 표출된 것이 위의 사건들과 같은 폭력과 학대행위인 것입니다.

이 짐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많은 장애인 가족들은 ‘거주시설’을 선택합니다. 하지만 이 선택 또한 가족들이 자신들의 편의를 위해 장애인당사자의 권리를 빼앗는 일종의 폭력이며, 학대행위입니다.

위의 사건에서처럼 직접적인 폭력이나 학대는 아닐지언정 결과적으로 그러한 폭력이나 학대를 거주시설에 사주하는 것으로, 거주시설은 거주인들의 관리를 위해 구조적으로 그들의 권리를 제한할 수밖에 없고, 이는 폭력과 학대행위에 취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궁극적으로 모든 거주시설은 폐쇄되어야 합니다.

장애인에 대한 폭력과 학대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장애인 가족들의 부양의무를 덜어주는 정책이 필요합니다. 장애인이 가족들과 함께 살든, 따로 살든 그들이 가족 안에서 가족구성원으로서 당당하게 자기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충분한 경제적, 심리적 지원이 필요하며 이는 각자의 장애유형과 환경에 따라 맞춤형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나아가 이를 통해 모든 장애인들이 최소한의 자기 권리를 행사하며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지역사회가 함께 노력해야 합니다.

아이 한 명을 키우는데 온 마을이 필요하듯, 장애인 한 명이 안전하게 살기 위해서도 온 마을이 필요합니다. 아동학대 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적 관심만큼이나 장애인학대 문제 해결에도 사회적 관심이 기울여지기를 기대합니다.

2021년 4월 5일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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