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용균 씨의 희생에서 촉발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그 취지부터 많은 국민들의 관심과 산업재해 희생자 유족들의 뜨거운 지지 속에서 논의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생명의 고귀함과 존엄성은 사회를 구성하고 운영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근본 원칙임에도 불구하고 노동자의 생명보다 이윤을 우선적으로 하는 기업의 안일한 안전의식 탓에 여태까지 수많은 존엄성은 '산업 재해'라는 이름과 함께 사라져 갔다.

 

이에 뒤늦게 국민의 생명에 대한 국가의 책무와 안전에 소홀한 기업에게 책임을 묻는 것에 대해 논의되기 시작한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재계의 로비와 정부의 행태로 본래의 취지에서 한참 후퇴한, 사용자에게 유리한 수정안으로 법사위 소위원회에서 의결되었고, 이대로라면 본회의 통과도 머지않은 상태이다.

 

국가가 성립할 수 있는 존재 의의는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것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헌법 제34조 1항은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6항'은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국회와 정부는 이러한 헌법 정신을 실천하고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수정안에 여러 독소 조항이 존재하지만, 무엇보다 이 법에서 제외되는 사업장에 속해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매우 많다는 게 가장 큰 문제이다. '5인 미만 사업장을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의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그야말로 '중대한' 후퇴이다. '5인 미만 사업장의 산업재해자'는 전체 사업장의 32.1%이며, 사업체 수는 무려 79.8%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수정안이 포함된 법안을 의결한 것은 다수 일터에서의 죽음을 방조하는 무책임한 행위라 아니할 수 없다. 사업장별 처벌의 차등 적용이라면, 그 사업장에서 일하는 국민의 안전 역시 차등적으로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인가? 국민의 생명보다 제계의 민원이 더 중요하다는 것인가?

이뿐만이 아니다. '5인 미만 사업장의 중대재해 처벌 제외 조항'은 중대재해로 인한 처벌을 피하기 위한 각종 편법에 악용될 소지 역시 다분하다.

이에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은 후퇴한 법안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한다. 정부와 국회는 '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삶의 보호'라는 헌법 정신, 그리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원안'에 담긴 입법 취지를 훼손하는 행위를 그만두고, 수정안을 폐기하기 바란다. 국회에서 농성 중인 유족들을 보라. 이 추위 속에서도 무엇을 요구하는지 숙고하고, 인간의 존엄성을 차별하지 않는, 법의 본래 취지를 살리는 입법을 조속히 추진하기를 바란다. 이것이 바로 현 정부가 추구하는 '사람이 먼저'라는 국정 철학을 실천하는 방법이다.

2020년 1월 8일

함께하는 장애인교원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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