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자가 없어야 강자가 없다! 모든 사회구성원이여 탈시설에 연대하라!

우리는 시설에서 살다 지역사회로 나와 자립생활을 하고 있는 탈시설 당사자들입니다. 우리는 모두 살았던 시설도 다르고, 시설에서 살았던 기간도 제각각 다르지만, 시설에서의 삶은 모두 비슷했습니다. 똑같은 시간에 일어나, 똑같은 밥을 먹고, 똑같은 시간에 자야하고, 밤하늘의 별도 볼 수 없었습니다. 우리는 인간답게 살기 위해 시설 밖으로 나왔습니다.

우리는 함께 모여 2015년 11월 23일 탈시설권리선언문을 발표했습니다. 탈시설이 한 명의 탈출로 끝나는게 아니라 권리화되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2017년 8월 29일에는 국회 앞에서 수용시설폐쇄선언문을 발표했습니다. 탈시설은 수용시설 없는 사회와 함께 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탈시설 권리가 선언으로 그치지 않기 위해, 탈시설 권리가 나 혼자 누리는 행운이 아니라 모두의 권리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탈시설 당사자들은 그동안 끊임없이 증언하고 외치고 투쟁하며 시설의 동료들과 함께 손잡고 지역사회로 나왔습니다.

탈시설지원법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합니다.

비장애인이 자기 집에서 일상을 살아가는 동안 누군가는 평생을 시설에서 단체생활을 하며 살아가는 게 왜 당연한지 우리 사회가 깨달아야 합니다. 장애인은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시설에서 왜 코로나 집단감염이 일어나는지 우리 사회의 책임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더 이상 새로운 시설은 짓지 말고 지역사회에서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제도를 바꿔야 합니다. 지금 시설에 있는 3만 명의 사람들이 자기 이름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인석, 지영, 송국현, 최종훈, 이성민, 박현, 박문희, 권오진, 이창선, 박정혁, 황정용, 한민희, 최현창.

오늘 탈시설지원법이 발의되는 것조차 보지 못한 채 먼저 떠난 탈시설 동료들을 생각합니다.

원주귀래사랑의집, 대구시립희망원, 인천 해바라기 등 시설에서 소리없이 죽어간, 이름조차 모르는 수많은 동료들을 애도합니다. 이들이 있었기에 우리는 더 힘차게 탈시설을 외칠 수 있었습니다.

탈시설당사자모임 벗바리는 2020년 12월 10일, 탈시설지원법 발의를 환영합니다. 그리고 더 많은 장애인들이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도록 하루라도 빨리 법이 제정되길 바랍니다. 탈시설지원법이 제정될 때까지 탈시설당사자 벗바리도 끝까지 함께 하겠습니다.

故박현이 제안한 탈시설 권리 선언문 15조를 함께 읽고 싶습니다.

“약자가 없어야 강자가 없다! 이 모든 것이 지켜졌을 때, 우리 모두가 행복하고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다. 모든 사회 구성원은 탈시설에 연대하라. 이 선언이 이루어질 때까지 함께 가자. 자유로운 삶, 시설 밖으로!”

2020년 12월 10일

탈시설당사자모임 벗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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