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모 언론에 대전시가 청각장애인 관련 예산의 90% 이상을 '수어'에만 쏟는다는 비판의 기사가 올라왔다.

대전시의 모 의원이 문제는 제기하는 것인데, 수어사용 인구가 얼마 안 됨에도 불구하고 청각장애인의 예산 대부분을 수어통역센터에 쓴다는 것이다. 이로 인하여 뇌병변장애인 등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의 예산확보에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이다. 더 나아가 수어통역 예산의 낭비를 막이 위하여 새로운 기구 설립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일견 타당한 지적일 수 있다. 하지만 몇 가지 간과하는 것이 있다.

첫째, 수어사용 인구의 문제이다. 정부의 실태조사에서 수어 가능한 청각장애인은 7% 정도(보건복지부, 2017)이다. 하지만 다른 자료도 있다. 일상에서 수어를 사용한다고 응답한 청각장애인 78.7%(국립국어원,2017)라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조사대상과 조사방식의 차이 때문이겠지만, 수어사용 인구가 보건복지부의 통계보다 훨씬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수어는 그동안 차별과 억압을 받아왔던 언어이다. 그러다보니 수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많은 청각장애인들이 수어를 배우지 않았다. 그리고 수어를 배우고 싶어도 기회를 놓친 청각장애인도 있어 잠재적 수어사용 인구가 많다는 것이다.

법률적인 근거도 있다. “한국수화언어법”에서 정부와 지방지단체는 “농인 등 한국수어 사용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을 집행해야 한다. 즉, 지역의 청각장애인들의 수어사용 활성화나 수어통역을 받을 환경의 확대를 위하여 지방자치단체가 수어통역센터를 지원하는 것은 타당하다는 점이다.

둘째, 수어통역센터 예산과 장애인의 의사소통 지원예산을 단순 비교하면 안 된다. 수어통역센터는 1990년대 말부터 정부에서 예산을 지원 받아왔고, 2005년 지방이양이 된 사업이다. 문제를 제기하는 의사소통을 사업은 신규 사업이다. 이렇게 보면 아랫돌을 빼내어 윗돌을 얹겠다는 식이다. 이런 단순 비교는 장애인 모두에게 도움이 안 된다.

한국의 장애인 예산이 다른 나라에 비하여 작다는 것은 다 알려진 사실이다. 우리나라의 장애인복지 예산은 GDP(국내총생산) 대비 0.6%이다. 이는 OECD 평균(1.9%)의 3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치이다. 전체적으로 장애인 예산이 적은 상황에서 유사한 사업끼리 예산을 단순히 비교하는 것은 위험하다.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장애인들의 센터의 설립 등 예산지원은 정말 필요하다. 우리단체도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하지만 수어통역센터의 예산을 줄이거나 기구를 변경하자는 의견에도 반대한다.

따라서 앞으로 장애인 사업끼리의 단순비교가 아닌 장애인 예산을 확대하는 쪽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그런 쪽으로 방향을 잡는다면 우리단체도 그러한 의견에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지원할 것이다.

2020년 11월 9일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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