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6월 25일 보건복지부는 ‘장애인정책이 31년 만에 바뀝니다.’라며 장애등급제를 단계적으로 폐지하겠다고 발표했다. 그간 보건복지부와 사회복지 학계, 장애인 단체가 협력하여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라는 변화를 만든 노고를 인정하며 박수치고 싶은 마음이 앞서지만, 우리는 정부의 장애등급제 폐지 정책을 마냥 환영하고 응원할 수 없다.

장애등급제가 폐지되어도 바뀌지 않을 장애를 가진 수만 명의 시설 거주인의 삶 때문이다. 그 삶의 입장에서 요란히도 변화를 외치는 보건복지부의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 정책을 비판하고자 한다.

먼저 복지부의 정책 계획에 따르면 장애등급제가 폐지되어도 중증장애인은 거주시설에 계속 거주해야하고, 중증장애인이 선택할 수 있는 다른 주거 모델이 없다. 기존 시설 거주인은 새롭게 종합조사표로 판정을 받지도 않는다. '재가 장애인'은 판정을 받더라도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주거 정책은 거주시설뿐이다. 2017년 국가인권위 인권실태조사에 따르면, 거주시설 거주인의 69.7%는 원치 않거나 의사와 무관하게 시설에 입소했다는 통계가 있지만, 정부는 이들의 목소리를 여전히 정책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

시설 거주인의 입장에서 장애등급제 폐지 후 변화는 단순한 전달체계의 개편뿐이다. 현행 중증장애인거주시설 서비스 기준은 장애등급 2급인데, 오는 7월 1일부터는 기능제한(X1) 점수 240점(성인기준)에 시군구 시의위원회 의결로 장애인의 거주시설 서비스 이용이 결정된다. 하지만 이러한 전달체계의 단순한 변화가 어떠한 삶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겠는가? 이는 권리에 기반한 장애인의 탈시설이나 자립생활, 평등한 일상과 하등 무관한 일이다.

오히려 복지부의 장애등급제 단계적 폐지는 커뮤니티케어라는 장애인 정책 패러다임 전환 정책과 모순된다. 2018년 3월, 정부는 거주 시설이 아닌 커뮤니티케어를 통한 지역사회로 정책을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격리와 분리로 점철된 복지 삶에서 보편의 삶, 일상을 함께 하는 삶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겠다는 선언이었다. 하지만 오히려 보건복지부의 현행 장애등급제 폐지 정책 중증장애인의 거주시설로 분리를 당연시 여기고 있지는 않은가?

2019년 현재의 상황은 보건복지부의 거주시설 정책과 커뮤니티케어 시범사업, 일부 지자체의 탈시설 정책이 공존하는 과도기다. 우리도 거주시설을 일시에 폐쇄하긴 어렵다고 생각한다. 사회적, 인적 자원 마련을 위한 논의가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우리는 2019년 거주시설 예산이 4,803천억에 이르는데 탈시설 예산은 14억에 불과한 치우쳐진 현실에서, 복지부가 장애등급제 폐지 서비스 항목에 거주시설 항목을 우선하여 넣은 것은 복지부가 여전히 중증장애인은 시설에 수용되어도 되는 존재로 여기는 것은 아닌지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우리는 요구한다. '2022년이면 국민 누구나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는다.'는 문재인 정부의 포용국가를 위한 약속이 지켜지고 그 약속 위에 그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사회를 위한 탈시설과 자립생활의 길로 나아가길 말이다. 거주시설 안에도 사람이 있다.

2019년 6월 26일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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