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1월 7일,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대표 발의) 등 11명의 국회의원이 발의한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정신건강복지법)’의 일부개정법률안은 조기 치료의 중요성, 치료 중단으로 인한 정신질환자의 범죄 등을 배경으로 하여, 자·타해 위험이 있는 정신질환자에 대해 당사자 동의 없이 퇴원을 통지하도록 의무화하고 개인적인 의료정보를 공유하는 등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개정법률안의 입법배경에 대한 논리적·과학적 근거들은 전혀 없고, 오히려 정신질환 및 정신장애에 대한 편견과 차별에 기초하고 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악법이 ‘국가가 주도하여 정신질환 및 정신장애를 경험하는 사람에 대한 대량 학살의 시대’를 선포한 것과 다를 바 없다는 점을 밝히며 당장 일부개정법률안을 폐기할 것을 촉구한다.

1. 정신장애 및 정신질환이 범죄동기가 된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

정신장애 및 정신질환이 직접적인 범죄동기가 된다는 객관적인 근거는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이러한 ‘범죄가능성에 대한 두려움’이 사회적 차별과 편견으로 작동해 우리 사회가 정신질환 및 정신장애를 경험하는 사람을 배제하고 격리하는데 이용되어 왔었다.

실제 객관적인 근거가 되는 자료는 정신장애 및 정신질환을 경험하고 있는 사람들이 범죄 가해자가 되는 경우보다는 피해자가 되는 경우가 많고, 정신과적 어려움에 의해 스스로 삶을 포기하는 경우가 점점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경찰청 통계연보, 2016).

일부 연구에서는 오히려 강제적 수단이 동원된 치료가 정신장애 또는 정신질환을 경험하고 있는 당사자의 폭력성을 증가시키는 원인이 될 수 있음을 지적하고, 시스템 속에 비인간적인 측면들도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정신건강 시스템에 의해 모욕을 경험하고, 불쾌감과 위축되는 기분을 느끼었다고 보고하는 정신장애 및 정신질환을 경험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이러한 설명에 설득력을 높인다.

2. 정신과 치료를 받는다고 하여 범죄는 사라지지 않는다.

자·타해 위험이 있는 정신장애 및 정신질환을 경험하는 사람에게 외래치료명령을 해도 강력범죄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그 이유는 앞서 말한 것처럼 정신질환 및 정신장애 자체가 범죄의 직접적 이유가 되지 않고 그저 사회적 편견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비자발적 치료가 있는 해외에서도 정신장애 및 정신질환을 경험하는 사람들에 의해 저지른 범죄가 보도된다. 그럴 때마다 언론 등 미디어매체는 위험성에 대해 보다 강도 높은 마녀사냥을 자행하고, 대중들은 이러한 정보에 기초하여 보다 강한 처벌과 관리를 정부에 요구한다.

이러한 요구에 정부에 부응한다고 하더라도 범죄율 자체는 사라지지 않고 있다. 이는 전제 자체가 잘못된 것이므로 문제해결이 실패하는 것이다.

또한 외래치료명령 등 비자발적 치료가 도입되어 치료에 순응하더라도 범죄는 발생할 수 있다. 왜냐하면, 범죄 자체가 정신장애 및 정신질환과는 무관하기 때문에 치료들을 받더라도 범죄는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외래치료명령 등을 따르는 사람들에 의해 범죄가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외신 보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오히려 강제적 치료에서 오는 자기통제와 선택의 상실감, 사회적인 편견과 차별 등에 의해 감정적 분노가 쌓이고, 분노를 적절히 해소하지 못하는 경우에 폭력적인 행동이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당사자가 선택할 수 있는 치료환경을 조성하고, 지역사회에 욕구를 해소할 수 있는 체계를 형성하는데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보다 적절한 해결방안이 될 수 있다.

3. 일부개정법률안이 오히려 사회적 차별과 편견을 강화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정신질환 및 정신장애가 범죄의 직접적 동기는 된다는 과학적 근거는 없다.

그럼에도 일부개정법률안의 입법배경으로 자·타해 위험성이 있는 사람에 대하여 국가가 관리한다는 발상은 정신질환 및 정신장애 자체가 위험하다는 사회적 편견들을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이러한 접근은 국가가 나서서 사회적 편견이 사실임을 인정하고, 차별을 강화하는데 일조하겠다고 선전하는 것이다.

이러한 선전은 오히려 대중들로 하여금 정신질환 및 정신장애 자체가 위험한 것으로 인지하게 만들고, 강제로라도 치료받아서 제거해야 될 요소로 생각할 가능성을 높인다.

실제로 일부개정법률안과 같은 취지의 법률이 있는 몇몇 국가에서도 범죄가 사라지지 않았으며, 정신질환 및 정신장애를 경험하는 사람에 의한 범죄가 일어날 때마다 국가의 통제를 강화하라고 요구하고 있는 추세이다. 이러한 경향성은 ‘혐오’에 기초하여 격리를 부추기는 결과를 낳을 위험이 있다.

한편, 미국 철학자 마사 누스바움(Martha Nussbaum)은 정신장애 및 정신질환을 경험하는 사람과 같이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에게 ‘혐오’라는 감정이 향할 때 차별과 배제를 낳고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성 나아가 평등성까지 훼손할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지적에서 볼 때, 일부개정법률안이 ‘혐오’라는 감정에 기초하여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훼손하고 인간성 자체를 거세할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된다.

4. 일부개정법률안은 타인의 권리를 짓밟는 인기영합주의 정책이다.

12월 31일, 정신과전문의의 안타까운 비극으로 인하여 정치권에서는 소위 ‘임OO법’이 흥행을 거두며 정신질환 및 정신장애에 대한 대중들의 불안과 공포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 주도의 ‘감시와 관리 체계’를 도입하여 이러한 인기에 영합하고자 하는 정책들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지난 2016년 헌법재판소에서는 구 정신보건법 제24조 제1항, 동법 제2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비자발적 입원(강제입원)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선고하였고, 선고의 주요 내용은 ‘입원 치료에 대한 구체적 기준 미흡’, ‘정신과전문의 1인에게 전적으로 부여된 판단 권한’, ‘보호의무자와 정신과전문의의 공모 또는 방조에 대한 남용의 위험’, ‘정신질환 및 정신장애 당사자의 권리 보호 방법과 절차의 부재’ 등을 이유들로 정신장애 및 정신질환을 경험하는 사람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에 최소를 두어야 한다는 의견이었다.

이러한 헌법재판소의 선고 내용을 일부개정법률안에 비교해보면, 1) 자·타해 위험성에 대한 판단기준 부재, 2) 정신과전문의 1인에게 전적으로 부여된 판단 권한, 3) 정신과전문의와 보호의무자와의 공모 또는 방조에 대한 남용 위험, 4) 당사자 권리보호 방법 및 절차부재 등의 위험성이 그대로 유지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즉, 사회적으로 발언권을 빼앗긴 정신질환 및 정신장애 당사자는 국민이 아닌 위험한 사람으로 규정하고, 많은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기 위해 당사자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는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고 있는 것이다.

위와 같은 이유로 인하여 당사자의 자기결정권을 무시하고 인간 존엄성을 거세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는 일부개정법률안은 즉각 폐기되어야 하는 것이 타당하다.

특히, 이 개정법률안이 정신질환 또는 정신장애와 자·타해 위험성을 연결시켜 전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통제’와 ‘관리’라는 폭압적인 방법만 도출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감스러운 부분이라 할 수 있다.

그 결과, 비자발적으로 행해지는 ‘강압적이고 강제적인 치료’라는 미친 정책들이 탄생하여 정신질환 및 정신장애를 경험하는 당사자들의 목을 조르게 될 것이다.

오히려 이러한 미친 정책을 발의하는 것보다 정신장애 및 정신질환을 경험하는 사람이 지역사회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적절한 치료 방법을 선택하고, 관계를 재건축하면서 새로운 삶을 계획할 수 있도록’ 지원 체계를 입법화하고, 필요한 예산을 배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단순히 정신의학적 관점에서 약물과 주사 그리고 입원을 하는 것(치료)가 아닌 정신질환 또는 정신장애를 경험하는 당사자가 삶에 대해 주체성을 가지고 다시 일상의 평범함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치유)이 필요하다. 즉, 치료가 아닌 치유를 위한 정책 입법이 이루어질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이에 동료단체 일동은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1. 즉각 정신건강복지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폐기하라.

2. 정신건강복지법 일부 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한 정춘숙 의원님에게 진지한 면담요청을 요구한다.

2019년 1월 15일

정신장애동료지원공동체, 사단법인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경기도정신장애인가족연합 희망바라기, 사단법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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