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법원의 전남 신안·완도 염전노예사건에 대한 국가배상 판결을 환영하며, 이번 판결이 향후 우리사회의 장애인 인권 보장에 대전환기를 가져오는 단초가 되기를 희망한다.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는 지난 2014년 9월 우리나라의 제1차 장애인권리협약 이행에 대한 국가보고서를 심의하면서 ‘염전 노예 사건’에 관심을 갖고, 장애인이 강제노동을 포함한 폭력, 학대 및 착취에 노출되어 있음에 우려를 표했다. 또한 모든 폭력, 착취 및 학대 사건을 조사하고, 가해자의 처벌과 피해자에 대한 보상을 보장하며 쉼터를 제공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장애인들이 처한 현실은 이러한 권고가 충분히 반영되었거나 개선되었다고 보기에는 아직도 많은 부분 부족하다. ’18년(1월~9월) 전국의 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신고 접수된 2,833건 중 신체·정서·성적학대 및 경제적 착취 등 학대로 의심되는 사례는 1,438건에 이른다. 이중 노예사건에 해당하는 경제적 착취는 25.9%로 학대유형 중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학대피해자는 정신적 장애인(78.8%)으로 나타나고 있다.

올 한해 장애인 학대사건은 농어촌 뿐 아니라 대한민국 수도 한복판에서까지 일어났다. 피해장애인들은 수십 년간 각종 폭행과 협박은 물론 부당한 강요에 의해 노동력을 착취당하며 정당한 임금을 지급받지 못했다. 또한 컨테이너와 축사, 창고 등 열악한 환경에서 생활하며 적절한 치료는커녕 제대로 된 의식주조차 제공받지 못했다.

이처럼 염전노예사건과 비슷한 사건들이 계속 일어나고 있지만, 피해자에 대한 구제와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별반 달라지지 않았다. 장애인을 노동력 착취 현장으로 유인하는 행위는 거의 처벌되지 않고 있으며, 근로감독관은 피해자와 가해자를 함께 소환해 조사하는 등 조사 관행 역시 개선되지 않고 있다. 특히 피해자를 지원하기 위한 쉼터는 전국에 8곳 밖에는 설치되어 있지 않아 피해자를 구출하는 것보다 피해자가 갈 곳을 찾는 일이 더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지금 우리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학대는 단순히 장애에 대한 인식과 무지에서 시작된 차별을 넘어 장애인에 대한 혐오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약자의 입장을 공감하고, 학대문제에 적극 대처할 수 있는 시민의식의 성숙과 인식개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우리사회는 장애인학대를 방지하고 피해자를 보호하는 것이 헌법과 장애인복지법에 따른 국가의 당연한 책무임을 다시 한 번 되새겨야 할 것이다. 또 염전노예사건과 같은 장애인 노동력 착취가 근절될 수 있도록 예방과 조기 발견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발생한 사건에 대해서는 처벌을 강화해야 하며, 피해자에 대한 종합적이고 구체적인 보호와 지원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끝으로 길고 지난한 싸움에서 누구보다 힘들었을 피해자들이 이번 판결을 통해 조금이나마 위로받기를 기대하며, 장애인 노동력 착취가 근절될 때까지 장애인권익옹호기관도 더욱 노력할 것이다.

2018. 11. 28

중앙장애인권익옹호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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