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때만이 아니라 평소에도 대통령을 비롯한 복지부장관과 지자체장들에게 장애인단체들의 요구는 늘 있어왔고, 그 요구가 제대로 수용되고 실천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장애인들은 복지를 인간의 권리로 인식하고 있으나 정부와 지자체들은 과도한 부담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하여 늘 예산편성에서 장애인의 문제는 후순위로 밀려왔다.

지난 5월 31일은 6 13 지방선거 선거유세 첫날로, 대구시장 권영진 후보는 12시 30분 경 출정식을 동아백화점 앞에서 출발하여 이동하던 중 발달장애인 부모들과 맞닥뜨렸다.

장애인 부모들은 11시부터 장애인 권리 신장 협약 체결을 요구하기 위해 모여 있었다. 권 후보가 이를 외면하고 자리를 이동하자 몇 사람들은 권 후보 뒤를 따르고 한 사람은 팔로 앞을 가로막았고, 권 후보는 이에 부딪쳐 넘어져 다쳤다.

테러나 폭력은 아니고 단순한 충돌이라는 장애인단체의 주장이 사실인 것은 불행 중 다행이다. 선거 출정식 행사 날 가장 상대를 부담스럽게 할 수 있는 기회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결론을 내고 무엇인가를 얻어내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장소였다. 매니페스토 운동이었다면 과거 공약을 평가하고 새로운 공약을 요구하며 그것을 수용하는 정도에 따라 각 후보를 지지하거나 표로써 배척하면 그만이다. 협상할 일을 충돌로 해결하려 하면 오히려 타협은 어려워질 것이다. 그래도 단순 우발로 보기에는 주최 측의 무책임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도 권 후보의 앞을 가로막고 무엇인가 대화를 종용하고 싶었던 것을 부모들의 심정이나 애환이 담긴 표현으로 볼 수는 있으나, 그렇다고 부모의 심정이라고 하여 모든 행위가 합리화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사전 대화가 있었고, 탈 시설의 공약 문제로 협약이 보류된 것을 보면 충돌 행위는 부모의 애타는 심정보다는 장애인 운동의 한 전략으로 판단된다.

또한 사건이 발생하자 권 후보의 수행원들이 장애인 부모들에게 다가와 앰프를 파손하고 장애인 비하발언을 서슴지 않은 것 역시 성숙하지 못한 감정적인 처사였다.

420장애인연대는 대구시장에 출마하는 모든 후보들과 5개 주제 32개 세부 정책 등이 담겨있는 장애인 권리보장 정책협약을 맺고 싶었다. 이 정책협약에는 장애인복지 공공시스템 강화, 발달장애인의 지역사회 통합 환경 구축, 탈 시설·자립지원 체계 강화, 지역사회 생활 안정화, 장애 친화적 지역사회 조성 등 장애인의 실질적인 권리보장을 요구한 것이었다.

다른 후보가 먼저 협약을 하면 따라 하기에는 차별화가 안 되어 망설일 수도 있고,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자일수록 협약을 신중하게 검토하여 실현 가능성을 따져보았을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왜 장애인 당사자와 사전에 충분한 소통을 하지 못하고 후보자의 소신에 의한 정책을 먼저 제시하지 못하고 있는가이다.

집회의 안전의 문제나 통제는 주최 측의 책임임은 분명하다. 단지 분통을 터뜨린 부모의 심정을 절규로만 해석하기에는 문제가 있다. 장애인으로 살아가는 것은 형벌이며, 차별과 편견, 열약한 복지 수준으로 부모들은 절박함을 들어달라고 호소했을 뿐이라고 언론들은 말하고 있다. 그러나 장애를 형별이라고 과장한 것 역시 유감이다.

우리는 갈등을 해결하는 문화가 필요하다. 권력자의 진정한 대화와 실천이 필요하고, 인간다운 삶을 요구하는 장애인 입장에서도 감정을 승화시킨 차분하고 냉철한 대화가 필요하다. 복지 서비스의 전달체계 이전에 먼저 장애인 당사자와의 소통망과 소통 원칙부터 권력자들은 구축하고 당사자의 목소리로 참여권을 보장하여 통합사회와 누구나 살 만한 사회를 마련해 주기를 촉구하는 바이다.

2018년 6월5일

사단법인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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