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앞에서 무릎 꿇었던 장애인과 부모들의 절규를 외면하지 말라!

권영진 대구시장 후보는 당장 장애인 권리보장 정책요구안 수용하라!

우리는 지난 3월 19일 지방선거 장애계 핵심 아젠다로 “분리되지 않는 삶, 소외되지 않는 지역사회”를 천명하고, 모든 대구시장 후보들에게 장애인과 그 가족의 권리보장을 위한 5주제 32개 정책 수용을 촉구하고 있다.

그 내용은 ①장애인복지 공공시스템 강화 ②발달장애인의 지역사회 통합환경 구축 ③탈시설-자립지원 체계 강화 ④지역사회 생활 안정화 ⑤장애친화적 지역사회 조성과 같이 매우 중요하며 당연한 것들이다.

그러나 투표가 다가오는 지금까지 정작 민선6기 시장이었던 권영진 후보만이 장애인 권리보장 요구를 외면하고 있다. 3월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다, 4월에는 한 언론 인터뷰를 통해 “최대 수용방향을 검토 중”이라고 하더니, 5월에는 구체적인 정책 목표치를 제외한 채 공허한 문구만으로 협약을 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5월 11일에는 24일까지 하자고 하더니, 25일에는 30일까지 협약을 진행하자고 했다. 하지만 정작 5월 31일 본 선거운동 출정식 날, 무릎 꿇고 호소하는 장애인과 부모들이 후보에게서 들은 말은 “제대로 보고받지 않았다”면서도 “예산이 막대하게 들어간다”는 말 뿐이었다.

빠르게 자리를 피하는 후보를 잡아 눈물로 호소하고자 했던 한 어머니는 테러범으로 매도당했다.

지난 재임 경험을 대구시 장애인 권리보장 정책의 확대를 위해 활용하여도 모자랄 판국에, 후보는 정작 탈시설과 사회통합, 자립생활 지원정책에 들어가는 돈만을 생각하며 요구를 회피하고 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대구 서구 한 장애인 자립주택의 입주를 반대하고 나선 주민들의 움직임과 권영진 후보의 권리보장 정책에 대한 거부 입장은 매우 닮아있다.

수용시설에서 나온 장애인이 이웃으로 살아가는 것을 반대하는 것과, 수용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는 정책 확대 약속을 거부하는 것은 공통적으로 장애인의 인간다울 권리를 부정하는 일이다.

특히, 최근 시장 후보 토론회에서 본인보다 협약에 적극적인 두 후보에게 도리어 “그걸 다 하려면 503억이 든다”, “정치하면서 지키지 못할 걸 하면 안 된다”는 식으로 핀잔을 주는 모습은 우리를 절망하게 한다.

정책요구를 제안한 주체가 없는 자리라고 하여, 제대로 된 예산 관점도 가지고 있지 못한 상태에서 막무가내로 ‘얼마가 든다’고 제 식대로 규정하는 것은, ‘골좌상’을 ‘골절’이라고 부풀리는 행위와 다름 아니다.

그간 권영진 후보 재임기간 동안 대구시 총 예산은 6조에서 7조 7천억 원으로 확대되었지만, 장애인 복지 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2%대를 넘어선 적이 없다. 2014년 권영진 후보의 협약에도 불구하고 대구시가 감당하지 못하는 예산 증액은 없었다는 말이다. 우리는 오히려 이의 적극적인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둘째, 협약 내용 중 가장 큰 예산을 차지하는 것은 저상버스 도입 예산이다. 그러나 관련법은 이를 장애인복지예산이 아니라 장애인보다 훨씬 인구가 많은 노인, 임산부, 영유아 동반자 등의 교통약자를 위한 교통정책 예산으로 규정하고 있다.

소관부처도 그래서 복지분야가 아닌 교통분야이다. 이는 법적 의무 이행사항이기도 하며, 대구시는 여전히 법정 대수를 채우지 못하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다.

권영진 후보가 추계한 예산의 80%이상은 이 저상버스 예산의 도입에 따른 것인데, 이를 장애인복지예산으로 규정하는 것은, 지하철 전 역사의 엘리베이터 설치 예산을 장애인복지예산이라고 주장하는 것과 다름없다. 제대로 된 내용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셋째, 권 후보는 503억이 든다고 하지만, 2014년 대비 2018년 장애인복지 분야의 국고보조금만 530억 이상 증액되었다. 즉, 대구시 자체예산으로만 하는 사업이 애초 아닌 것을 후보는 의도적으로 말하지 않는 것이다.

우리가 요구하는 정책 전반이 법적 근거를 이미 갖추고 있거나, 타 지역의 실행 사례가 있는 것이기 때문에 중앙정부의 정책으로 입안될 내용들이다. 정부가 발표한 제5차 장애인정책종합계획(2018~2022)의 핵심 내용 역시 탈시설과 사회통합, 자립생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구희망원 사태 등을 겪으며 전국적인 논란거리가 되어있는 대구시의 시장 후보가 우리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내용조차 협약하지 않겠다는 것은 장애인복지 포기선언이다.

우리의 요구는 권영진 후보가 스스로 2014년 약속했던 당시 협약의 연장선이자, 2017년 발표한 대구시립희망원 혁신대책의 구체적인 이행방안을 담은 것이다. 때문에 권영진 후보가 장애인 권리보장 요구를 외면한다는 것은 불과 몇 년 전 시민들에게 약속했던 자신의 공약을 무너뜨린다는 것이다.

이에 우리는 누구보다 앞서서 협약에 임했어야 할 후보가 가장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음을 강력히 규탄하며, 사전투표가 실시되는 6월 8일 이전에 전향적인 모습으로 협약에 나설 것을 다시금 촉구한다.

2018년 6월 5일

420장애인차별철폐대구투쟁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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