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출범하고 처음으로 청와대가 국가인권위원회 인권위원으로 배복주 (사)장애여성공감 대표를 임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5월에 국가인권위 위상 강화를 표명했고, 그 후 처음 임명하는 인권위원이라는 점에서 이번 인사의 의미는 크다.

먼저 인권위원으로 장애여성운동을 한 사람을 인권위원으로 임명했다는 점을 주목한다. 배복주 대표는 1998년 장애여성인권운동을 위해 창립된 장애여성공감을 창립한 장애여성 인권운동가다. 그는 장애여성운동만이 아니라 다방면으로 사회적 소수자의 차별 해소를 위해 활동했다.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의 주요 역할인 사회적 소수자의 인권을 드러내고 인권침해를 예방하고 구제하는 역할을 수행하기에 적절한 인물이다. 그러한 점에서 이번 임명은 인권위의 정상화를 위한 시도로 읽힌다.

국가인권위원회법(이하 인권위법)에 명시된 인권위원의 기준은 인권문제에 관하여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가진 사람이며, 국가인권기구에 관한 원칙(파리원칙)에서도 독립성 있는 인권위원으로 인권위가 구성되는 것은 인권위 독립성과 책임성을 확보하는데 중요함을 강조하고 있다. 그럼에도 인권위원 인선절차가 없고 임명권자만 있는 현행 국가인권위원회법의 한계로 그동안 과거 대통령들이 지명한 대다수 인사들은 인권관련 활동이 없거나 반인권적 경력이 있기까지 했다.

이번에 임기가 종료되는 최이우 위원이 대표적이다. 그는 2014년 11월 박근혜 대통령이 임명한 사람으로 인권위가 권고한 차별금지법 제정을 반대하고 인권위원이 되고나서도 공공연하게 성소수자 차별선동을 한 인물이다. 그동안 종교 몫으로 목사를 인권위원으로 임명하던 관행에 따라 반인권적인 사람인 그가 인권위원이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번 인권위원 임명은 인권과 무관한 종교인을 임명하던 관행을 깨뜨렸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그렇다고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인권위는 독립적인 인권전담 국가기구로서 입법, 행정, 사법 등 국가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그렇기에 그 역할을 수행하는 위원 인선 과정은 공개적이고 투명해야 할 것이다. 앞서 말한 인권위원 지명권자만 있고 인권위원 인선절차가 없는 법제도의 한계를 근거로 지명권자들은 인권위원 인선을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하지 않았다. 청와대의 이번 인권위원 임명도 다르지 않았다.

국내 인권단체 뿐만 아니라 국제인권기구가 꾸준하게 비판하고 권고한 것이 바로 인권위원 선출·선임과정의 참여성과 투명성이다. 세계국가인권기구연합(GANHRI)은 등급심사를 세 번이나 보류하면서까지 2013년부터 꾸준히 한국정부와 인권위에 권고한 참여적이고 투명한 인권위원 인선절차와 인권위원 후보추천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권고했다. 그리고 2015년 10월 유엔 시민적 정치적 권리규약 위원회(UN Human Rights Committee)도 참여적이고 투명한 인권위원 인선스템이 전 단계에서 보장되어야 함을 강조했다. 독립적인 인권위원 후보자추천위원회의 구성과 위원의 독립성 보장도 명시적으로 지적하였다. 그렇지만 이번 인선 과정 역시 참여성과 투명성이 보장되지 않았다.

우리는 이번 비상임위원 임명이 인권위가 제자리를 찾는 큰 발걸음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인권위원 한 명이 바뀐다고 인권위에 대한 시민사회의 신뢰를 회복하진 않는다. 10월 30일 출범한 인권위 혁신위원회가 독립성과 책임성 강화 방안, 조직·재정·운영 등에 관한 혁신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정부의 노력과 의지가 필요하다. 청와대는 국제인권기구의 권고와 국내인권단체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이후 인권위원과 인권위원장 인선과정에서는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인권위원 후보추천위원회 등 국제기준을 수용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

2017년 12월 15일

국가인권위 제자리 찾기 공동행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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