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장애인차별철폐의 날’이다. 전두환 정권이 시혜와 동정의 의미로 만든 모욕적인 ‘장애인의 날’을 거부하고, 장애인과 장애인권 활동가들이 장애인차별철폐 투쟁을 선포한 날인 것이다.

당장 생존이 위협받고 일상이 재난인 장애인들에게, 인권이 무엇이며 존엄은 무엇인가. 오늘도 장애인들은 광화문 지하보도에서 노숙을 하며, 삭발을 한 채 복지관 옥상에 오르며, 맨몸으로 한강대교를 기어 건너면서, 인간다운 삶을 위한 최소한의 존엄을 주장하고 있다.

하나. 행정 편의에 따라 장애인을 등급으로 나눠 복지를 차등 지급하거나 수급에서 탈락시키는 장애등급제를 당장 폐지하라. 중‧경 단순화 등 등급 완화와 개편만으로는 장애등급제의 모순을 극복할 수 없다. 장애등급제의 완전한 폐지가 답이다.

하나. 기초생활보장의 국가적 책임조차 사적영역에 떠넘기고 수급자격을 제한하는 부양의무제를 전면 폐지하라. 수급기준 완화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개정만으로는 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없다. 가족의 파괴와 가난의 대물림을 멈추기 위해서는 부양의무제의 조건 없는 폐지가 답이다.

하나. 통제와 억압, 자기결정권과 사생활 침해로 인간의 기본권을 보장할 수 없는 ‘집단수용시설’ 정책을 폐기하라. 그간 장애수당 착취, 정부보조금 횡령, 감금, 강제노동, 사망은폐 등 시설 내 범죄가 끊이지 않았다.

우리나라에서만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장애인수용시설도 폐기가 답이다. 탈시설 장기계획을 수립하고, 장애인 개별지원체계를 마련하며, 정착금 등 독립생활을 실질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지역사회 내 통합을 위한 활동보조 서비스, 소득‧주거‧의료 서비스 등도 확대해야 마땅하다.

장애인 단체를 찾아가 줄줄이 허리를 숙이는 대선 후보들 중 이 제도적 야만을 멈출 의지와 책임을 지닌 자 누구인가. 심지어 박근혜도 후보 시절엔 장애등급제 폐지를 약속한 바 있다. 적폐를 청산하고 새나라를 만들겠다는 이번 대선의 주요 후보들 중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요구에 성실히 답하는 이가 있는가.

유력한 후보 대부분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거나 ‘국민적 공감대’를 내세우며 입장을 보류했었다. 압박이 거세지자 제도 완화나 단계적 폐지 등 조건을 붙이며 즉답을 피했고, 당장의 장애계 표심을 구하기 위해 구체적 실행계획 없는 선언만 내놓고 있다.

녹색당은 장애인의 평등과 존엄을 짓밟는 ‘진짜 적폐’를 청산하고, 모두의 인간다운 삶을 지키기 위해 함께 싸울 것이다.

가족의 부담이 두려워 스스로 목숨을 끊지 않아도 되는, 등급에 따라 생사의 기로에 내몰리지 않아도 되는, 학대당하고 방치되다 죽음에 이르지 않아도 되는, 먼저 떠난 이들의 영정을 걸고 차가운 지하보도에서 잠을 청하지 않아도 되는, 그런 세상을 위해 장애인차별철폐 투쟁!

2017년 4월 20일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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