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의 소원은 대한민국 정부의 문지기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 문지기가 진정 경비원이나 용역직 파견직을 의미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대한민국 주권의 상징인 정부의 한 사람으로서 최초로 국민을 만날 수 있는 자리를 의미하지는 않았을까? 문지기는 급여를 받는 최하위직을 의미하는 것 같지만, 국민과 행정인의 중간에서 만나게 할 것인가 아니면 못 들어가게 통제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건물을 지키는 사람이기도 하다. 김구의 문지기는 봉사의 1번지를 의미했을 것이다.

현대에 와서 문지기는 자신이 권한을 가지고 결정할 것이 없다. 통과시킬 것인가 아닌가는 만날 사람에게 물어보아야 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모두 들어갈 수 없도록 만들어진 시스템에 응하지 않는 사람은 업무방해자로 쫓는 것이 주업무이니 김구가 현대에 태어났다면 감히 문지기가 되겠다고는 하지 않았을 것이다. 현대에서 문지기는 매카니즘이고 문제탐지이다.

5월부터 서울시 청사에는 정치인이나 행정인이 아니라 새로운 문지기가 생겼다. 이들은 문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분명한데, 자신들도 절대 들어가지 않지만 시민들도 들어갈 수 없는 문을 그저 바라보고만 있다.

열쇠가 없는 문을 통과의 목적이 아니라 대기의 장소로 집에 가지도 않고 한 달째 머리까지 삭발해 가며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이들의 문지기기의 의미는 대화가 단절된 벽이다.

이러한 특별한 장소에서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는 것은 전쟁이 나서 가족들이 모두 흩어져서 그 가족들을 찾기 위해 장소를 지정한 경우나 가능한 모습이다. 그러나 이 장애인부모들은 누구도 사람을 잃어버리지 않았다. 단지 잃어버린 것은 인권이거나 박원순 시장일 것이다.

인권이란 사람답게 살 권리이다. 우리는 항상 사람이 먼저인 정책을 펼친다고 말한다. 서울시복지재단의 뉴스레터에는 시민과 호흡하는 창의적이고 반짝 아이디어가 톡톡 튀는 복지생태계를 조성하고, 지역사회 서비스를 투자하고, 자산형성지원사업을 하며, 장애인자립과 가족지원, 종사자교육을 한다고 멋지게 포장지가 되어 있다.

그런데 장애인부모들은 자녀들도 장애인을 이유로 인권을 보장받지 못함을 해결하기 위하여 장애인교육기회 확대와 발달장애인을 위한 자립을 위한 자산형성사업 등을 서울시에 요구하고 있다. 종사자교육은 서울시가 하지만 장애인은 교육을 할 엄두를 못 낸다는 의미일까, 아니면 장애인이기에 교육을 받지 말라는 것일까? 자산형성을 위한 통장사업을 하면서 장애인에게는 자산이 필요 없다는 의미일까, 아니면 장애인에게까지 줄 떡이 없어서일까?

서울시는 장애인부모들은 매우 저돌적이고 질겨서 의견을 들어주면 또 다른 요구를 하기에 막아야 한다, 부모들의 요구는 발달장애인만을 위한 특혜로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등의 언론 플레이를 하고 있다.

다른 사람이 말하면 반짝이고 톡톡 튀는 아이디어이고, 실제 욕구를 가진 사람이 요구하면 떼를 쓰는 것이면 이는 경청하고 소통하는 것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던져주거나 미리 선정 아이디어를 내정해 놓고 사탕발림 발표를 하는 연극이 된다. 시민에게는 자립을 위한 통장사업을 전개하고 홍보하면서 장애인에게도 필요하다고 말하니 말도 안 되는 억지주장으로 몰아버리고 있다.

특히 모여서 주장하면 절대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자존심 대결을 하고 있다. 서울시는 목숨을 걸고 장애인의 인권보장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무슨 게임을 하는 대상으로 보이나 보다.

‘부모들의 요구를 들어주면 세금이 새고 다른 장애인들의 서비스보다 많아져 형평이 어긋나서 곤란하다’고 복지과 직원들은 시장에게 보고하면 시장은 공무원의 말에 의존하여 장애인부모들을 피해 다니고 있다.

맞춤형 복지를 실현한다고 다른 장애 유형에는 갖가지 서비스를 개발해 놓고, 발달장애인의 요구는 형평성을 이야기하니 그것이야말로 형평성이 없다. 휠체어 장애인을 위한 콜택시에 500억을 매년 지출하면서 장애인 인구수에서도 결코 적지 않은 성장기와 성인기의 발달장애인을 위해서는 그 절반도 사용할 수 없다니 서울시는 발달장애인을 무시해도 되는 투명인간이나 바보장애인으로 취급하고 있다.

가정에서 화목한 시간을 보내고 장애인자녀를 양육해야 할 시간에 거리에서 목 놓아 울부짖는 그들의 복지욕구를 서울시는 방임과 무시로 대응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길에 한 사람이 넘어져 있어도 무릎을 꿇고 앉아 손을 내밀어 돌보아야 할 서울시가 얼마나 독한지, 얼마나 극한까지 갈 수 있는지 부모들에게 어디 한 번 해 보란다. 공무원을 직업화시키지 말고 자원봉사자로 바꾸어도 이보다는 나을 것이다.

우리는 서울시에 아래의 사항들을 요구하며 장애인부모들의 권리주장을 열렬히 응원한다. 그리고 부모들이 장애인가족과 발달장애인의 권리를 보장받기 위한 어떠한 행동에도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하나. 서울시는 TF팀 가동이란 협상카드로 해산을 요구하는 것을 즉시 중단하고, 최소한의 약속된 서울시 계획을 제시하라.

하나. 권리주장만 할 뿐 시민들이나 시공무원에게 어떠한 피해도 줄 의사가 없는 부모들을 마치 엄청난 피해를 주는 무리로 표현하거나 몰아가는 행위를 즉각 중지하라.

하나. 발달장애인의 소득보장과 주거안정, 평생교육, 가족지원, 단체지원, 자기결정과 권익지원은 발달장애인 권리보장법에 명시된 것으로 이를 이행하기 위한 전담조직과 서비스 체계를 가동하라.

하나. 발달장애인의 지원과 서비스 제공에 있어 누락이 없도록 하여 발달장애인이 시민의 한 사람으로 통합되어 살아갈 수 있도록 추진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예산을 확충하라.

2016년 6월 7일

장애인인권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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