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9일, ‘국제연합 초국가적 조직범죄 방지 협약을 보충하는 인신매매, 특히 여성과 아동의 인신매매방지, 억제 및 처벌을 위한 의정서(이하 인신매매 방지 의정서)‘의 비준 동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인신매매방지의정서에 우리나라가 서명한 것은 2000년 12월 이었으나, 15년이 다 되어서야 비준 동의가 이루어져 국내적인 효력을 갖게 된 것이다.

지난해 우리는‘염전노예사건’이라는 충격적인 비극을 접한 바 있다. 주로 발달장애인에게 접근하여 ‘돈을 벌게 해 주겠다’,‘숙식을 제공해 주겠다’고 속여 돈을 받고 염전 업주에게 팔아넘기고, 염전 업주는 이들을 노예와 같이 부리며 임금을 주지 않고 섬을 빠져 나가지 못하도록 했던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가해자를 줄줄이 집행유예로 풀어주었고, 정부와 자치단체는 피해자들을 제대로 지원하지 않아 오갈 곳이 없는 피해자들이 다시 염전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참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인신매매 방지 의정서는, 인신매매를 “착취를 목적으로 위협이나 무력의 행사 또는 그 밖의 형태의 강박, 납치, 사기, 기만, 권력의 남용이나 취약한 지위의 악용, 또는 타인에 대한 통제력을 가진 사람의 동의를 얻기 위한 보수나 이익의 제공이나 수령에 의하여 사람을 모집, 운송, 이송, 은닉 또는 인수하는 것”으로 폭넓게 정의하고 있으며 피해자의 동의는 문제 삼고 있지 않다.

그리고 국가는 인신매매의 피해자에게 적절한 주거지와 상담, 의료적·심리적·물질적 지원, 고용, 교육 및 훈련 기회 등을 제공하는 조치를 고려해야 하며, 피해자를 보호하고 권리 회복을 지원해야 한다.

지난해 염전 노예사건의 경우, 두말할 나위 없이 인신매매 해당하는 범죄행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원은 단 한명의 가해자도 인신매매죄로 처벌하지 않았고, 대부분의 피해자는 단지 근로기준법 위반(임금체불)으로 처리되어 밀린 임금을 지급했다는 이유로 줄줄이 풀려났다.

그리고 대부분의 피해자는 아무런 지원도 받지 못한 채 방치되었다. 인신매매 방지 의정서의 국회 통과로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인신매매가 강력하게 처벌되고 피해자들을 공식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길이 열린 점을 적극 환영한다.

그러나 의정서의 통과만으로는 국내 적용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고, 지난해 염전 노예사건과 같은 인신매매사건에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특별법이 반드시 필요하다.

염전 노예사건은 우리 사회의 장애인 인권의 현 주소를 보여주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비극적인 사건이다. 또한 염전뿐만 아니라 양식장, 어선, 축사, 농장, 공장 등지에서 ‘현대판 노예’로 살아가고 있는 장애인이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번 인신매매 방지 의정서의 통과를 계기로 이러한 장애인 대상의 인신매매가 해결되기를 바라며, 국가가 특별법 제정을 포함한 협약의 이행의무를 충실히 해 줄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2015년 6월 2일

사단법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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