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인의 참정권을 유린하고 폄하한 헌법재판소 판결을 강력히 규탄한다.

지난 5월 29일 헌법재판소는 ‘공직선거법 제65조 제4항 위헌확인’의 헌법소원을 기각하면서 소수 약자의 보호 받아야 할 정당한 권리를 보호하기는커녕 스스로 부정하는 만행을 저지르고 말았다. 게다가 이러한 판결이 6·4전국동시지방선거를 앞두고 내려진 것이어서 50만 시각장애인은 격분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형 선거공보의 작성 여부가 임의사항이고, 제작 면수도 점자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묵자 선거 공보 면수 이내에서 작성하도록 하고 있는 공직선거법 제65조 제4항이 시각장애인의 선거권 등을 침해하고 헌법 제34조 제5항에 따른 국가의 장애인 보호의무 에 위반된다며 1급 시각장애인이 헌법소원을 청구하였다.

점자의 경우 일반 활자에 비해 면적이 약 3배 이상으로 늘어나기 때문에 공직선거법 제65조 제4항에 따라 점자형 선거공보를 일반 책자형 선거공보의 면수 이내에서 작성할 경우 시각장애인은 선거공보의 일부내용만을 점자로 받아볼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지난 5월 29일 헌법재판소 재판관 9인 중 5:4로 헌법소원이 기각되었다. 기각 사유를 보면 과연 우리나라가 시각장애인을 정당한 국민으로 인정하고 있는지, 시각장애인의 참정권을 보장하는 것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사건에 대한 판결의 요지를 살펴보면 공직선거법은 한국방송공사로 하여금 텔레비전과 라디오 등을 통하여 후보자의 정보를 8회 이상 방송하도록 의무화하고 있고 공영방송사는 이를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 중계방송하고 있어 인터넷, 텔레비전 토론 등을 통하여 시각장애인이 충분하게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시각장애인의 정보격차를 고려하지 않은 판결이라 할 수 있다.

헌법재판소의 주장과 달리 시각장애인이 인터넷을 통해 선거관련 정보를 획득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수준이다. 이는 지난 총선이나 지방선거 등의 후보자 관련 웹 사이트 접근성 평가에서도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이처럼 정보접근에 취약한 시각장애인에게 점자형 선거공보물은 선거에 대한 정보를 종합적으로 접할 수 있는 핵심적인 수단이다. 그러므로 일반 책자형 선거 공보와 동일한 내용이 실린 점자 선거 공보가 시각장애인에게도 주어져야 한다.

또한 방송의 경우 항상 정해진 시간대에 시각장애인이 방송을 시청하여야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이 또한 시각장애인이 프로그램 정보를 일일이 파악한 다음 방송을 시청해야하기 때문에 후보자 정보를 얻는데 명확한 한계성을 가지고 있다.

또한 이번 요지에서는 일반 책자형 선거 공보도 후보자가 임의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점자형 선거공보도 임의로 할 수 있어야 한다고 하고 있는데, 이번 6‧4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대부분의 후보자가 일반 책자형 선거공보를 제작한 반면 점자형 선거공보는 거의 제작하지 않고 있다.

참정권은 우리나라 국민이 가지는 신성한 권리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시각장애인의 참정권 행사를 방해하는 여러 가지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잘못된 점자 공보물의 제작은 물론 이번 헌법재판소의 기각 판결을 살펴보면 국가가 시각장애인의 참정권을 제한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이에 따라 국가는 시각장애인의 참정권이 올바로 행사될 수 있도록 시각장애인이 납득할 수 있는 조치를 신속하게 시행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사)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는 이번 판결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촉구하는 바이다.

첫째, 선거관리위원회 및 국회 등에서는 공직선거법 제65조를 신속히 개정하여 일반 책자형 선거공보를 만들 경우 점자형 선거 공보도 동일한 내용으로 제작 배포할 것을 명문화하여야 한다.

둘째, 헌법재판소는 우리나라 최고의 법적 판결기관으로서 시각장애인 관련 사건에 대하여 법리적인 판단과 더불어 시각장애인의 정보 격차 및 사회 현상 등을 충분히 고려하여 판결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

2014년 6월 3일

(사)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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