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박근혜 당선인의 보건의료 공약인 ‘4대 중증질환 진료비 전액 국가부담’의 이행 여부를 둘러싸고 재원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당선인은 28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의 업무보고에서 “4대 중증질환의 시행시기를 당초 계획보다 1년 늦추고 비급여의 급여전환과 함께 급여기준을 확대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간 인수위는 기초연금, 4대 중증질환 등으로 대표되는 복지공약의 재원확보에 난색을 표출해 왔고, 4대 중증질환의 경우 보장성 강화의 핵심인 3대 비급여(선택진료, 상급병실, 간병비)에 대한 급여전환이나 제도폐지를 고려하지 않고 있어 공약이행에 대한 의구심만 키워왔다.

이런 가운데 당선인은 이른바 4대 중증질환 공약과 관련해 비급여 현황 파악 및 단계적 급여화를 표명하고 나섰으나 보장성의 구체적인 범위나 항목에 대해서는 여전히 함구하고 있으며 그 마저도 시행 시기를 1년 늦추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당선인의 공약추진 의지가 재확인됐다는 식의 해석을 하고 있으나 이는 적절하지 않다.

당선인의 발언은 재원논란을 가중시키는 가운데 복지정책에 대한 폐지 및 수정을 요구해온 보수언론과 특정 정치세력의 입장을 반영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

관련해서 언론보도 내용 중 인수위 관계자가 “선택진료나 상급병실료를 빼면 지금 시스템에서도 올해 보장률은 81~82%정도로 나온다며 공약 연기나 수정이 아니다”라고 언급한 대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인수위가 공약을 검토하는데 있어 선택진료와 상급병실은 이미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단지 항암제 등 일부 다국적 제약사의 이익을 대변하는 대안을 검토했을 뿐이다. 당선인은 전국민이 지켜보는 TV토론에서 간병비를 포함해서 국가가 보장하겠다고 자신의 입으로 직접 약속하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약 추진과 관련해 지금 박근혜 당선인과 인수위는 꼼수를 부리고 있고, 이런 방식이라면 4대 중증질환 공약은 거짓공약으로서 국민을 속인 것이다.

비급여를 포함한다고 분명히 공약하였는데 가장 큰 비급여 의료비 항목들을 제외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당선인이 진정으로 공약추진의 의지가 있다면 재원논란을 불식시키는 가운데 3대 비급여를 포함한 4대 중증질환의 전면 보험적용을 표명해야만 한다. 또한 어차피 단계적 접근방식 이라는 점에서 시행시기를 내년으로 늦출 이유도 없다.

근본적으로 특정질환 중심의 보장성 강화방식은 균등급여를 원칙으로 하는 건강보험원리에 부합하지 않아 형평성을 저해하고, 질환별로 보장률의 격차를 심화시키는 결과를 초래 할 수도 있다. 더욱이 전국민을 대상으로 한 보편적 접근이 아니므로 전반적인 보장성 개선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운 대안이다. 무엇보다 비급여 관리의 근원적인 해법 제시나 의료비 부담의 주범인 3대 비급여에 대한 급여전환 또는 폐지 원칙이 없어 공약 실행에 따른 실효성도 가늠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4대 중증질환 공약은 사실상 MB 정부 5년간 거의 답보상태인 건강보험 보장률을 개선하는데 있어 획기적인 단초를 제공할 만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점과 곧 출범할 박근혜 정부의 대표적인 보장성 강화정책이라는 측면에서 내실있게 추진해야 할 정책임은 분명하다.

현재 우리나라 국민의 의료비 중 본인부담금이 선진국에 비해 매우 높은 수준이라는 것은 당선인도 분명히 인지하고 있으며, 다만 정책대안에 있어 질환별 접근이라는 한계는 있으나 4대 중증질환 진료비 전액 국가부담이 실현된다면 이를 토대로 건강보험 전체에 미치게 될 파급효과는 크다고 볼 수 있다.

우선, 4대 중증질환만이라도 보장률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비급여 부담을 해결할 수밖에 없으며, 이를 위해서는 일단 현존하는 비급여를 모두 급여권으로 포괄시키는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 이렇게 해야지만 비급여관리가 가능하며 비급여로 인한 의료비 증가를 억제할 수 있는 수단이 된다.

비급여가 관리영역 내에 들어오면 비용부담의 정도나, 안전성과 유효성, 비용-효과성 등 다양한 가치판단을 근거로 급여전환을 유도할 수 있고 이 과정 중 불필요한 행위는 반드시 정리하고 필요한 행위는 급여권으로 포괄하면 된다.

예를 들어, 간병비나 상급병실은 간호인력 확충이나 일반병상 비율을 높이는 등 제도개선을 통해 급여권으로 포괄하고 건강보험원리에 맞지 않는 선택진료는 폐지하면 된다. 이외에 비용-효과적이지 않으면서 국민부담만 가중시키는 비급여 항목은 일제히 목록정리를 하고 의료행위로 인정하지 않으면 된다.

중요한 것은 이와 같은 제도 개선에 뜸 드릴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3대 비급여만 하더라도 이미 신규병상에 대한 일반병상 비율을 상향 조정한 전례가 있고 간병부담 해소를 위한 보호자 없는 병원 시범사업은 이미 두 차례 시행한 바 있어 제도개선의 골간을 마련하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며, 선택진료 역시 폐지를 전제로 한 다양한 대안 마련이 논의된지 오래다.

신의료기술을 넘어 기존 비급여 행위의 안전성, 유효성 검증도 정부의 직권조사라는 제도적 근거를 적용하면 된다. 따라서, 공약추진은 전적으로 국민과의 약속 실천의지 문제라고 보아야 한다. 실상 제도개선을 위한 수단이나 대안들이 없는 것이 아니며 상당히 진전된 부분도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4대 중증질환 전면 보험적용은 비급여를 제외한다면 그간 추진해온 중증질환 보장성 확대 방안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대안이다. 2010년 기준으로 4대 중증질환의 보장률은 71% 수준으로 본인부담률 인하나 보장범위가 확대되지 않는 한 2013년에도 그 수준은 변함이 없다.

선택진료와 상급병실을 제외하면 4대 중증질환의 보장률은 현재 81~82% 수준이 된다는 인수위의 설명은 국민을 우롱하는 말장난에 지나지 않는다. 인수위의 셈법을 적용하면 현재 우리나라 건강보험 보장률은 62%수준이 아닌 70%수준에 근접하게 되며, 지금까지 정부가 대내외적으로 잘못된 통계결과를 생산했다는 해석밖에는 안 된다.

적어도 이전의 정부와 차별성을 보이겠다면 비급여 문제 해결에 방점을 찍는 모습을 보여야하고, 그런 측면에서 4대 질환에 국한하는 것도 나쁜 대안이 아니다.

소요재정에 대한 논란도 결국 정책방향이 분명하지 않은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보아야 한다. 국책연구소는 4년간 22조원으로 추계한 반면 공약제안 당시 새누리당은 동일기간 6조원을 추계하였다.

이 격차를 국민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적어도 3대비급여는 의료이용에 있어 선택이 아닌 필수항목이라는 점을 제대로 인지해야 하며 4대 중증질환 보장성 논의에 있어 더 이상 엇나간 입장을 표명하지 않기를 바란다. 지금 필요한 것은 ‘꼼수’ 가 아닌 실효성 있는 대안을 국민에게 제시하는 것이다. 거짓공약이 되지 않도록 당선인의 진정성 있는 입장표명과 결단을 촉구하는 바이다.

2013년 1월 31일

[건강보험가입자포럼]

건강세상네트워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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