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기만적인 유엔장애인권리협약 국가보고서 작성을 철회하고, 대한민국 장애인 인권과 복지 실태를 있는 그대로, 사실대로 보고하라!

우리나라 정부는 지난 2009년 1월 10일,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이하 장애인협약)에 비준함으로써 협약에 의거, 장애인이 차별을 받지 않고 인권이 보장되어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유지하고 살아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국제 사회에 약속하였다.

장애인협약은 현재 전 세계 147개국이 서명하고 96개 나라가 비준한 21세기에 처음 만들어진 국제인권협약으로 협약 제정 당시부터 전 세계 각국의 유례없는 적극적인 참여와 관심으로 제정되었다. 이러한 각국의 노력을 이끈 것은 다름 아닌, “장애인 없이 장애인에 관해서는 논의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Nothing About Us Without Us)”는 기치 아래 모인 전 세계 장애인단체들의 열정과 헌신의 힘이었다.

협약은 협약의 제35조 1항에 의거, 비준한 국가가 가입 후 2년 이내에 협약의 국내 이행에 관한 ‘최초보고서’를 유엔장애인권리협약위원회에 제출하고 심의를 받아야 한다. 이에 우리나라 정부는 오는 2011년 2월까지 제출 시한을 남겨두고 올 한 해 국가보고서를 작성해 오고 있다.

유엔의 국가 이행 보고서 작성을 위한 지침에 따르면 보고서에는 ▲각 국가의 국내 법령․ 정책, ▲사법제도 등에서 협약 상 권리의 이행 현황, ▲장애인 권리 구현의 저해 요인 및 그 해소 조치, ▲권리 침해에 대한 구제 조치, ▲권리 구현과 관련된 예산 통계 지표 등 협약의 이행 현황을 담아야 한다. 또한 지침에는 “당사국은 보고서 준비에 있어 장애인 단체를 포함한 NGO의 개입을 장려하고 촉진해야 하고, 시민사회와 특별히 대표적 장애인 단체와 논의하기 위해 사용된 절차와 이 과정이 충분히 접근 가능했음을 보장하기 위해 취해진 조치에 대한 설명을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한 장애인협약 제33조 국내이행 및 모니터링에 관한 조항에 관한 지침에 따르면 본 협약의 실질적인 이행에 있어서 무엇보다 모니터링과정과 보고서의 준비에 시민단체 특히 장애인과 이들을 대표하는 단체(성인지적 관점 포함)들이 포함될 수 있도록 정부가 무엇을 하였는가를 보고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정부는 보고서 제출 제한 기한이 3개월 밖에 남지 않은 현재까지, 협약에 대한 어떠한 내용도 공식적으로 우리 사회는 물론, 장애계와도 공유하거나 소통해 오지 않았으며, 단지 보건복지부의 산하 기관인 한국장애인개발원의 연구 용역의 형태로만 소수의 장애인 복지 관련 인사들만을 배석시킨 채 보고서를 작성해 왔다.

우리는 이번 정부의 일방적인 국가보고서 작성 행태에 대해 심각하게 유감을 표한다. 이미 이명박 정부는 장애인을 고깃덩어리에 등급매기는 장애등급제를 기반으로 의학적 기준만을 강화하여 ‘가짜장애인’을 잡겠다며 장애등급재심사를 강행함으로 장애인의 인권을 철저히 유린하였다. 또한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의 수가 72만명에 육박함에도 불구하고 장애인활동보조 예산을 3만명의 기준으로 한정하여 대상제한과 자부담을 강화함으로 중증장애인의 생존권 자체를 박탈하는 등 반인권적인 행태를 저질러 왔다.

하지만 국가보고서에는 이러한 한국 사회의 열악한 장애인의 현실을 전혀 반영하지 않았고, 오히려 법률에 규정되어 있는 국가의 의무와 현재까지의 실적만 홍보하고 있을 뿐이다. 결국 정부의 국가보고서는 그동안 이명박 정부가 행한 반인권적인 작태들을 감추기 위한 꼼수이고 기만적인 홍보물로 전락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우리는 복지부의 입맛에 맞는 몇몇 장애인단체 사람들만의 참여를 장애인 당사자의 참여로 치장하고 국내의 장애인 인권 현실을 거의 반영하지 않은 국가보고서를 전면 거부한다. 그리고 지금 즉시 다양한 의견을 가진 장애인당사자의 공식적인 참여와 평등한 의사결정 원칙에 의거한 논의 기구를 설치해 줄 것을 요구한다. 또한 장애인협약의 핵심 조항인 장애인이 중심이 된 독립적인 모니터링 기구를 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할 것과 유독 우리나라만 비준하지 않은 장애인협약에 대한 선택의정서를 즉시 채택하여 국회에서 비준할 것을 촉구한다.

우리는 이러한 노력과 과정 없이 작성되는 어떠한 국가보고서도 허위라고 선언한다. 정부가 만일 이대로 국가보고서를 채택하여 유엔에 보고한다면, 우리는 정부의 입맛에 치장물로 남아있는 장애인단체들이 아닌 국내외 장애인계와 연대하여 우리 정부의 국가보고서가 기만적인 홍보물임을 알리고, 유엔에 직접 찾아가 한국 정부의 행태에 대해 낱낱이 고발할 것이다. 정부는 당장 국가보고서 작성을 중단하고 장애인계와 머리를 맞대어 올바른 국가보고서 작성 원칙을 재천명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할 것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

2010년 11월 11일

전국장애인교육권연대,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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