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자립생활이념에 맞게 체험홈 사업방향을 재설정하라!

중증장애인의 탈시설과 지역사회에서의 자립생활은 누구도 거스를 수없는 장애인정책의 도도한 흐름이 되고 있다. 그리고 그 자립생활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내용이 체험홈사업이다. 시설을 나온 장애인들이 자립생활을 준비할 전이공간으로서 체험홈은 너무나도 소중한 의미를 지닌다.

지난 9월 25일 서울시는 자립생활체험홈 운영 사업자 모집을 공고했다. 이는 얼핏 서울시가 그동안 신경 쓰지 않던 중증장애인의 자립생활에 정책적으로 대응하려는 모습으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장애인자립생활 이념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이번 서울시의 체험홈사업안이 기존의 그룹홈 사업을 이름만 바꿔 포장한 공동생활가정 지원 사업임을 알 수 있다.

서울시가 내놓은 사업안을 보면, 주택구입능력을 가진 기관으로 운영주체를 한정하고 있다. 주택구입비는 지원하지 않는 상태에서 연 운영비만 3,500만원 정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체험홈(주택) 확보 기간은 사업자선정 후 불과 1개월로 한정하고 있다. 현재, 이러한 조건을 만족시킬 자립생활센터가 몇 곳이나 될 것인가. 결국엔 기존의 공동생활가정을 운영하는 생활시설이나 복지관 등이 사업을 가져갈 것은 뻔하다.

더욱 우리가 개탄할 일은 체험홈의 운영 규정이다. 1주택에 입주 인원을 3~4인이라 규정한 것은 그룹홈의 상주 인원과 다를 바 없다. 그리고 필수 훈련 프로그램의 내용까지도 구체적으로 기존의 생활시설이나 복지관 등이 운영하는 그룹홈의 그것과 같은 내용으로 명시돼 있다. 이것은 기존의 공동생활가정 규정에 완전히 준하는 것일 따름이다.

생활시설과 준 시설인 가정에서 자립생활의 의지를 가지고 나온 중증장애인에게 다시 밥 짓기, 청소하기를 훈련시키란 말인가? 시간에 맞춰 소등하기를 다시 강요하란 말인가? 서울시는 IL이념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이미 나와 있는 행복도시 프로젝트 계획에 맞춰 공동생활가정 운영방식을 그대로 끼워 넣는 식으로 체험홈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나 시설장의 추천으로 체험홈 입소자를 선정하고자 하는 서울시의 태도는 이러한 비IL적 정책방향의 정점을 이룬다 할 것이다. 이런 상황을 보며 중증장애인당사자들과 자립생활센터진영은 서울시에 강렬한 실망감과 분노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이에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는 이번 서울시 체험홈 사업공모에 대해 전면 거부의 입장을 천명하는 바이다. 서울시는 IL당사자진영과의 논의를 통해 IL이념에 맞게 체험홈 사업방향을 재설정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만약 서울시가 IL진영의 요구를 무시한 채 왜곡된 체험홈 사업을 강행한다면, 우리는 진정한 의미의 IL체홈홈 사업을 쟁취하는 그날까지 중증장애인당사자들과 그리고 이들의 자립생활을 지지하는 모든 세력과 연대하여 끝까지 투쟁할 것이다.

2000년 10월 13일

서울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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