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장애인 폭행경찰 사건 진상규명하고 관계자를 처벌하라!

몽둥이가 아닌 민중의 ‘지팡이’로서의 역할에 충실할 것을 촉구한다.

- 남대문경찰서, 청각장애인 폭행경찰 사건 진상규명하라!

- 장애인차별금지법 26조 6항 개정을 통해 사법절차상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라!

- 경찰 등 사법기관 직원에 대한 인권교육을 의무화하라!

지난 9월 7일 0시 15분, 청각장애 2급 박 모 씨(66세)가 남대문경찰서 경찰로부터 폭행당하고 의식불명에 빠진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언론에 따르면, 청각장애인 박 모 씨는 술을 마시고 귀가하기 위해 택시를 탔지만 택시기사와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었다. 이에 택시기사는 박 모 씨를 남대문경찰서에 데려다 주었고 박 모 씨는 경찰에게 자필메모로 도움을 요청하였다. 하지만 경찰은 박 모 씨가 술에 취해 횡설수설하는 것으로 오인하고 경찰서 출입을 제지하였고 다시 도움을 요청하기 위해 경찰서로 들어오는 박 모씨를 강제로 밖으로 끌고 나가려고 하였다. 이 과정에서 박 모 씨는 경찰에게 폭행을 당하였고, 경찰은 피 흘리는 박 모 씨를 근처 공사장에 아무런 조치 없이 앉혀 놓았다. 뒤늦게 병원에 후송된 박 모 씨는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 의식불명상태이다. 남대문경찰서는 이러한 사실을 일주일이 지난 후에 박 모 씨 가족에게 사건경위를 설명하고 해명하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경찰이 해명한 사실과 실제 발생한 사건에 차이가 있음이 밝혀지고 있다. 남대문경찰서는 사건 당시 박 모 씨는 만취 상태였으며, 경찰서에서 소동을 부린 것으로 발표하였다. 하지만 언론에 따르면, 당시 박 모 씨는 술에 취했지만 만취상태는 아니었고 경찰에 도움을 요청하는 메모를 작성하여 보여주었다. 이에 남대문경찰서의 제 식구 감싸기식 사건 축소, 은폐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장애인차별추진연대는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사회 사법기관이 가지고 있는 장애에 대한 이해의 부족과 장애인권 인식 결여에 심한 우려와 걱정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청각장애에 대해 경찰이 조금이라도 이해하고 있었더라면 그리고 장애 인권에 대한 인식이 조금이라도 있었더라면, 경찰은 수화통역 혹은 필담 등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여 박 모 씨와 의사소통을 하였을 것이고 이러한 비극적인 결말까지 도달하지 않았을 것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나가고 있지만, 사법기관에 의한 장애인 차별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으며, 그 심각성은 이루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민중의 지팡이로서 시민의 안전과 인권을 지켜주어야 할 경찰이 왜 장애인에게는 지팡이가 아닌 몽둥이의 역할을 하는 것일까?

현행 장애인차별금지법 26조 6항에 따르면 사법기관은 청각장애인에게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없도록 수화통역 등 정당한 편의를 제공해줄 것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정당한 편의는 장애인이 신청할 경우에만 제공되는 것으로 규정되어 있어서 이번 사건과 같은 경우, 혹은 장애인이 이러한 사법절차상 개인의 권리를 모를 경우에는 어떠한 제공도 받을 수 없게 되어있다. 이러한 문제로 그동안 지속적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 26조 6항 개정을 위한 노력이 있었지만 법무부의 반대로 개정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이번 사건뿐만 아니라 얼마 전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었던, 촛불집회에 참석한 지적 장애인을 강제 연행하고 조사과정에서 장애인이 가지고 있는 장애를 이용하여 거짓진술을 받아냈던 사건 등을 통해 우리사회 사법기관 특히 경찰이 가지고 있는 장애인권 인식이 얼마나 심각하게 결여되어 있는지를 알 수 있다. 따라서 경찰 등 사법기관 직원을 대상으로 한 인권교육을 의무 할 필요가 절실히 요구된다.

이에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우선 사건을 축소, 은폐하려는 남대문경찰서에게 사건진상규명과 관련자 처벌을 촉구한다. 그리고 법무부는 더 이상 사법행정절차를 구실로 장애인차별금지법 26조 6항 개정을 반대하지 말 것을 촉구하며, 경찰 등 사법기관 직원에 대한 인권 교육을 의무화 할 것을 촉구한다.

2009. 9. 16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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